한나라당이 대선승리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연일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보법 폐지부터 앞장서라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입법 가운데 하나인 국가보안법은 지난 2004년 10월 최용규 의원 외 150인이 제안한 것으로 한나라당은 그동안 국보법 폐지를 반대함으로써 보수적인 정체성을 강화해 온 바 있다. ■김용갑, “친북좌파 정책은 비웃음 살 것” 지난 2월 13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초기 조치 이행에 대한 합의사항이 도출됐을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은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2·13 공동성명’은 기존의 핵 무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등 환영일색인 열린우리당과 차별화된 대변인 논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미관계 정상화 회의의 진행과정을 살펴볼 때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화로 일컬어지고 있는 북·미간의 화해모드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대북정책 변화기조를 공표함으로써 뉴라이트 단체 등으로부터 이념적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대북포용정책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전략적 위장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확산되고 있는 반미여론을 무시하지 못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미선·효순 추모집회에 참석해 표심을 동정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급선회는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북 포용정책 전환에 대한 비판은 당 내부에서도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개인성명을 발표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먼저 김 의원은 “한나라당 대북정책 TFT가 추진하는 대북정책 수정안을 보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성명에서 한나라당이 하루아침에 열린우리당이나 좌파세력보다 더 김정일을 존중하고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급격한 친북좌파 정책은 한나라당에 어울리지도 않고 김정일의 비웃음을 살 뿐 아니라 북한의 환영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DJ, 한나라당 대북기조 변화 ‘환영’ 한편, 한나라당의 대북 기조 변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환영한다”며 “현실을 인식해 태도를 바꾸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탁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반대 입장 철회 △햇볕정책 지지 △정상회담 찬성 △남북대표부 설치 △북한 실체 인정 등을 대북 적대정책 변화를 나타내는 안건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형근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대북기조 변화 태스크 포스(TF)를 마련하고 있지만 운영과정에 있어 적지않은 혼선을 빚고 있다. 그 대표적으로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문제 있어서는 당내외에서 찬반 양론이 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제2정조위원장 자리를 맡고 있는 송영선 의원이 사의를 표명한 사례도 들 수 있다. 송 의원은 TF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한 초안이 <문화일보>에 보도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제2정조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북대표부 설치 △북한 실체 인정 등은 당시 TF에서 나온 하나의 의견에 불과했으며 한나라당 공식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대북정책 기조변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김용갑 의원의 경우 권영세 최고위원과의 설전으로도 이어졌다. 권 최고위원은 김 의원이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곧바로 친북좌파 딱지에 대해 칼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성명에서 “앞으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좌파세력의 홍위병 역할까지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성명에서 대북정책은 유연하지만 당당하게 추진해야 북핵폐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 최고위원은 “걸핏하면 친북좌파 정책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은 명백한 구태이고 청산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되받아쳤다. ■한나라당 대북기조 변화 대선주자로 불똥 김용갑-권영세 공방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나라당 대선 주자간의 편가르기 사태도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의원은 “당내 어느 대통령 후보진영에서 당의 대북정책을 친북좌파정책으로 변질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제 이런 후보를 저지시키기 위해 뭉쳐 싸워야 할 때가 왔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이 친박(親朴. 친 박근혜)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볼 때 비난의 화살은 이 전 시장으로 향했다는 데는 당내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에 권영세 최고위원도 강하게 반격했다. 권 최고위원은 “김용갑 의원은 평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모든 사안에 대해 대선 후보들을 ‘색깔론’으로 공격하려는 태도는 한나라당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구태 중의 구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시장측 의원으로 분류되는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발끈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대북정책 수정 작업은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 최고위원단 등 당 지도부가 주도하고 있다”며 “김용갑 의원의 특정주자 배후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대선 주자를 향한 ‘색깔론’ 공방은 한나라당 대선 주자 경선이 당원을 주요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해 7월에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이규택 의원을 비롯한 일부 세력이 색깔론으로 이재오 전 원내대표를 공격해 대표최고위원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김원웅, 국가보안법 폐지 공약 촉구 한편,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의구심은 정치권 내에서도 상존한다. 얼마전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북 ‘신포용정책’을 펴려면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함께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도 한나라당은 과거 강경기조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물론, 국보법 철폐를 대선주자의 공약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 대선전략에 따른 위장변신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 평화가 답이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김원웅 의원은 남북의 대결적 상징이며 냉전체제의 대표적 유물인 국보법 폐지를 좌절시킨 것을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생각하는 한나라당이 새삼스럽게 ‘신포용정책’으로 전환한다고 국민이 믿어주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국보법 폐지 의사를 표명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