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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그녀가 ‘에로배우’였음을 ‘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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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호 ⁄ 2007.07.03 10:59:29

김본좌께서 연행되시매 경찰차에 오르시며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하시니 경찰도, 형사도, 구경하던 동네 주민들도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더라. - 본좌복음 연행편 32절 9장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 ‘야동’의 70% 이상을 공급했다고 알려진, 소위 ‘김본좌’가 경찰에 구속되자 누리꾼들이 놀라움을 표하면서, 그를 빗대 만든 어록 중 하나다. ‘김본좌’를 쉽게 욕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한국인들이 ‘성(性)’에 대해 이중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요란한 호들갑을 떨곤 하지만 종교인을 제외하고는 성을 완전히 배제한 일상생활은 쉽게 유지하기 어려운 편이며, 그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억압의 정도에 반비례한다. 성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인 시선은, 웹하드 시대의 도래와 함께 그 정도가 극에 달한다. 웹하드 시장에서 가장 불티나는 인기를 누리는 ‘파일’은 ‘야동’이다. 이 웹하드 시장에서는 모 성인방송 동영상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청순한 외모로 인기를 끌던 이 방송 소속의 모 포르노자키가 구속되자, 어느 누리꾼은 “전 세계 남성들의 성욕을 채워주며 성범죄를 막은 ‘호국선열’은 언제 석방되느냐”는 댓글을 남긴 적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의 이름이 매주 화요일 밤 11시5분에 방송되는 KBS2 <상상플러스>의 ‘특정 단어로 시작되는, 10대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2위’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 검색어 순위에 오른 그녀의 이름 온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이었던 관계로, 이 방송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는 일을 애써 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웹하드 시스템에 익숙한 일부 누리꾼들은 포르노자키인 그녀의 이름이, ‘10대들의 검색어 2위’에 오르자 웃음을 참지 못했을 터. 학교 안의 성교육은 전근대적인 안이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그런 수준의 교육은 가볍게(?) 뛰어넘은 채, 이미 성인보다 더 많은 접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질적인 교육 없이 ‘억압’만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도 있으며, 학교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짜 해야 할 성교육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것이기도 하다. 성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억압할수록 욕구는 강렬해진다. 지나친 억압만이 정답은 아닌 셈이다. 웹하드 시장이 등장하면서, 에로배우와 포르노자키는 누리꾼 사이에서 ‘밤의 친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그들은 그 관심의 증폭과는 달리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2003년 9월 30일, 영화전문지 <필름 2.0>이 4명의 남녀 에로배우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은 직업상의 애로사항과 함께, “같은 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가 메이저 무대에서 뜬 일부 배우들조차도 우리를 무시한다”거나, “에로영화 하던 애가 어딜…”이라는 시선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글쎄, 그들은 왜 ‘죄인’이 돼야 했으며, ‘하류배우’가 돼야 했을까? 정사 장면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에로영화’를 찍은 ‘싸구려’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흔히 말하는 ‘메이저 영화’에서도 정사 장면은 거의 범람에 가까울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모 배우 파격 베드신’이라는 큼지막한 제목과 함께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배우가 옷을 벗는다는 것, 벗고 정사 장면을 찍는다는 것은 어쨌든 대중의 구미를 당기는 일이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사와 배급사는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여기에 대고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구분하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도록 하자.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작품,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마음’에 변화가 생길지, 아니면 ‘성욕’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여부 역시,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에로배우가 ‘죄인’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 현실이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배우들은 “에로배우 경력이 인생의 걸림돌이 될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 사람들은 잘 잊으니까 금방 잊혀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 “우리를 보는 게 아니라 베드신을 보기 때문에 잊혀질 것”이라고 자조 섞인 말투로 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에로영화 동영상도 웹하드에서 인기상품이라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인터뷰 당사자 중에 한 명인 ‘이로운(당시 이하얀)’은 지난 3월 15일, ‘일반인’ 신분으로 케이블인 엠넷(Mnet)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시즌2>에 출연했다가 ‘에로배우’ 경력이 알려져 때 아닌 죄인 취급을 받았다. ■ 그녀가 ‘에로배우’였음을 ‘許’하라 물론 배우 경력이 있었음에도 ‘일반인’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오해, 혹은 잘못의 여지가 있다. 그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함께 비판을 전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그녀의 ‘에로배우 경력’이 왜 ‘잊고 싶은 과거’여야 하며, 왜 ‘개명 신청까지 하며 괴로워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녀의 괴로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가 괴로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밤에는 봤으면서도 낮에는 돌을 던지며 도덕론을 내세우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이며, 별다른 고민 없이 ‘잊고 싶은 과거’ 등의 단어를 남발하며 황색 저널리즘을 앞세우는 우리 언론의 현실일 것이다. 그들이 인터뷰 도중에 언급한 ‘센 영상’은, 대개 성인방송이나 ‘실제 상황을 가장한’ 패턴의 야동을 의미한다. 그들은 체모 노출 등의 민감한 설정도 거리낌 없이 행함에도 불구하고 ‘10대들의 검색어 2위’ 사건이 있었을 정도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걱정된다면, 청소년들이 이런 영상에 접근하기 전에 충분한 실질적인 교육과 인간의 심오한 심리와 욕구에 대한 교육부터 걱정하는 것이 좋겠다. 무작정 막기에 앞서 교육부터 하라는 뜻이다. 에로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비디오 영화)’이며, ‘각색’이다. 단지 ‘벗고 정사를 나누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돌을 던진다면, ‘김본좌 어록’대로 당신의 하드에 야동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생각해보라. 게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지간한 메이저 영화에서도 전라노출은 흔한 일이 됐다. 그런데 왜 ‘찬사’와 ‘비난’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일까? 한쪽은 몸값이 비싸고, 다른 한쪽은 ‘싸구려’라서? 분명하게 생각하자. 그런 인식을 만든 것은 우리 사회 스스로라는 것이며, 명확하게 수긍할만한 이유는 없다는 것을. 에로영화에서는 가끔씩 메이저판의 어지간한 배우 못지않게 연기 잘 하는 배우도 발견돼 흥미를 유발할 때도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출세욕과 과시욕이 있지만, 그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강박관념이 됐다. 그리고 그 지나친 과시욕은 ‘도덕’이라는 무기까지 만나 성에 대한 이중성까지 만들어낸다. 하지만 당신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전문용어로 ‘뒷구멍 호박씨’는 누구에게나 환영받지 못할 행동이다. 10여 년 전, 모 기독교 단체는 “건전한 가정 내 비디오 문화가 자칫 불건전한 퇴폐문화의 온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에로 비디오 안보기 운동’을 펼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불건전한 퇴폐’는 ‘에로영화’일까? 혹시 그보다 더한 일이 네온사인 가득한 밤거리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에로영화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굳이 막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한 영상도 있으며, 밤거리에서도 마찬가지의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로영화 안보기 운동을 하며, 에로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돌을 던지기에 앞서, 성인문화가 어떻게 나아갈 것이며, 청소년들에게 어떤 성교육을 행해야 할지부터 고민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대중과 언론이 이로운에게 던지는 돌, 어쩌면 우리 스스로 맞아야 할 돌일지도 모르겠다. -박형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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