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는 노 대통령의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국가원수의 소리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국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한시민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정부 브리핑 룸 운영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금 청와대 홈페이지는 국민에게 국가 통치자의 통치철학을 전달하기 보다는 주로 정치적 공세에 치중해 국민들의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의 미디어오늘 출신들을 전진 배치해 언론과의 전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한시민은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이라는 홈페이지가 있는데도 굳이 청와대 홈페이지가 대통령 개인소유물로 전락, 정치공세와 언론과의 대립각만 세우고 있다면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미국의 백악관 홈페이지를 한번 들어가 보라”고 권고했다. 한시민은 “청와대 홈페이지가 노 대통령의 개인 홈페이지냐? 노 대통령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들의 이런 불만은 노 대통령의 대선후보 죽이기 발언이 청와대 홈페이지 대문글에 오르고 일부 청와대 비서관들이 국정운영의 글보다는 언론사 비난하는 글로 장식됨에 따라 그것은 노 대통령 개인 생각일뿐 국가 통치자의 입장 표현으로서는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청와대브리핑과 국정브리핑, 인쇄매체인 코리아 플러스 등 정부의 4대 온오프라인홍보매체에 연간 2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여러분, 솔직해집시다 사무실 무단출입과 정보공개는 별개의 문제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 ■ 언론에 재갈을 물리던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는 건가? 일반 국민들이 최근 며칠 신문과 방송 보도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그때는 독자들이 시국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읽을 때 정말 꼼꼼하게 읽었다. 혹시라도 행간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기자들도 어떻게 해서든 독재정권의 보도지침을 피해 독자들이 사건의 핵심을 유추라도 해볼 수 있는 단어 하나를 넣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1면 톱을 비롯해 상당수 지면과 화면으로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으로 취재를 위축시키고 언론을 탄압하려 한다며 무차별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린 상황은 아닌 셈이다. 그러면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시행되면 도대체 어떤 변화가 예상되기에 이 같은 엄청난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일까? ■ 권역별 합동브리핑센터 운영이 언론탄압? 정부가 내놓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의 골자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브리핑룸과 송고실(기자실)을 권역별로 모아 합동브리핑센터로 운영하고, 전자브리핑시스템 도입 등 정보공개를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후자에 언론이 반발할 리는 없을 것이고 권역별 합동브리핑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결국 언론이 주장하는 ‘언론탄압’의 요체인 셈이다. 현재 정부는 세종로 청사와 과천 청사에서 부분적으로 합동브리핑실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로 청사에서는 행자부 교육부 통일부 등이 공동브리핑실을 쓰고 있고, 과천 청사에선 재경부 산자부 농림부 공정위 등이 경제브리핑실을, 복지부 환경부 노동부 등이 사회브리핑실을 함께 사용한다. 여기에다 세종로 청사나 과천 청사의 다른 부처와 단독 청사의 브리핑룸을 세종로와 과천 청사에 만들어지는 합동브리핑센터로 모을 예정이다. 다만, 업무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청와대 국방부 검찰 경찰 금감위는 제외됐다. 이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이다. 합동브리핑센터 체제로 운영되면 뭐가 달라지기에 언론이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폐지까지 주장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
아무래도 기자들이 다소 불편해질 것이다. 부처별 체제일 때는 출입처인 해당부처 송고실(기자실)로 출근해서 취재도 하고 기사도 쓰면서 지내다 일을 마치면 소속 언론사로 가거나 바로 퇴근했다. 통합브리핑센터 체제에선 기자별 고정좌석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최대한 언론사별 좌석과 공동송고석을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각 부처의 브리핑이나 관련 내용을 취재해서 기사를 송고할 필요가 있을 때만 통합브리핑센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매일 출퇴근할 필요도 없다. ■ 다양한 주제와 시각의 기사 많아지길 기대 그러면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아마도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를 돌아다니거나 전문가들을 만나서 취재를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확인취재가 필요하면 이전과 같이 부처 관계자들을 전화로나 만나서 취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 대목은 부처로 출퇴근할 때보다는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자들이 이전보다 발품을 더 팔아야 하는 대신 이른바 관급기사는 적어지고 취재의 폭이 넓고, 내용과 시각이 다양해진 기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와 시각의 기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국민들의 알권리도 신장될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아무리 불편해져도 과연 이 정도를 가지고 5공 시절로 회귀한다는 주장까지 동원하며 대부분의 언론이 비난 일색일 수 있는가? 보도를 잘 살펴보면 언론에서 제기하는 현실적인 진짜 문제는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 금지’인 것 같다. 정부는 2003년 부처 출입기자제를 폐지하고 개방형 브리핑제를 시행하며 원칙적으로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출입을 금지했다. 물론 사전에 약속하면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 취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리핑룸과 송고실이 각 부처 내에 있는 관계로 기자들이 사전에 약속 없이 무턱대고 찾아와도 공무원들 입장에서 매몰차게 외면할 수는 없어서 무단출입 금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합동브리핑센터 체제로 운영되면 이전처럼 기자들이 부처 사무실을 무단출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에서는 개별적인 취재방식을 변화시킨 것이 없다. 앞으로도 공무원에 대한 취재는 지금처럼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언론 보도에서 거론하는 공무원 직접취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대목은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 자유를 달라? 결국 언론에서 가장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기자들이 부처 사무실을 무단출입하는 것이 실제로 금지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드는 의문. 기자들이 원하면 언제나 마음대로 부처 사무실을 무단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면 오히려 논점이 분명하지 않을까? 왜 독재정권 때 기사에서 행간을 읽어야 해석할 수 있듯 에둘러 표현하는 걸까? 아마도 무단출입의 특권을 대놓고 주장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인 것 같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기자들의 취재편의를 위하여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무단출입 금지가 원칙이고 상식이다. 우리도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 금지는 정부의 원칙이다.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 있는 외교통상부는 아예 각층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기자들의 무단출입을 원천적으로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서 무단출입의 자유를 달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앞으로는 공무원 직접취재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실상 상황을 호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본의가 무엇이든 일반 국민들이 대부분의 언론 보도만 보면 앞으로 취재가 아예 봉쇄당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비판하면서 공무원들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잘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부처 브리핑 내용이 부실한 부분부터 바로잡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설사 정보공개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출입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다. 정보공개가 미흡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언론도 그런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공무원 취재가 어려워진다고 변죽만 울린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언론이 비겁하다고 한다면 너무 심한 모욕인가? 최소한 비정상적인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국민의 알권리 신장을 위한 상식적 논쟁 이뤄져야 아무리 언론사 기자들이라고 하더라도 무단출입을 허용할 수는 없다. 누가됐든 취재원과 사전에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 ‘이제부터 질문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취재윤리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운다고 해도 구시대의 기득권과 특권을 달라는 주장일 뿐이다. 이제 상식적인 논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공무원 취재절차와 관련해서 어떤 점을 고쳤으면 좋겠는지, 부처 브리핑은 어떻게 내실화했으면 하는지, 정보공개와 관련해 어떤 부분을 개선했으면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실제로 향상시키는 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전자브리핑제 도입과 정보공개법 개정 등을 통해 정보공개가 미흡한 대목을 보완하려는 것이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의 취지이기도 하다. 또 국정홍보처에서는 부처 브리핑을 더 내실화하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송고실(기자실)이 부처에 있든 통합브리핑센터에 있든 언론자유와는 전혀 무관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오히려 부처에 기자실이 없는 선진국이 언론자유도가 높았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은 아예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향후 언론에서 이성적인 접근을 해주기를 정말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미디어 오늘 출신인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이 국정브리핑에 실은 글이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