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각 캠프에는 ‘여(女) 전사’가 톡톡 튀는 입심으로 ‘입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 측에는 비례대표 의원인 진수희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는 이혜훈(서울 서초 갑) 의원이 때로는 공격수로, 때로는 수비수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특히, 이 두 여 전사의 공통점과 각별한 인연은 눈길을 끄는 대목. 이들은 모두 2004년 총선 때 여의도에 입성했고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출신이다. 또 진 의원은 미 일리노이대 사회학 박사이며, 이 의원은 미 UCLA 경제학 박사라는 해외 박사의 이력을 가진 전문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같은 거주지에서 남편이 경제학교수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비례대표인 진 의원이 이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 갑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전 시장이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진 의원이 이 의원의 지역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루머까지도 돌 정도. 이혜훈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 초까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았으며, 진수희 의원은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바 있다. 진 의원은 이재오 전 원내대표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7월부터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했고, 이 의원은 올 초 여연 부소장을 사임하고 박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다. 두 의원은 경선룰이 확정되기 전, 경선룰 공방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각에 맞춰 자신의 캠프를 엄호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 이들은 대선 주자들의 정책과 지지율에 대해서도 특유의 논리로 양측을 대표해 설전을 벌여왔으며, 최근에는 후보비방과 검증 문제에 대해서 가장 눈에 띄는 ‘입 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편, 두 의원은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다소간 차이점도 있다. 특히, 이혜훈 의원이 공격에 가깝다면 진 의원은 방어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이다. 직설적이고 화끈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 이혜훈 의원은 이 전 시장의 발언이나 정책에 대해 ‘공격수’를 자청하고 있는데 반해, 꼼꼼하고 침착한 것으로 알려진 진수희 의원은 주로 이에 대한 ‘방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이 전 시장을 두고 박 전 시장측 의원이 ‘장돌뱅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도 이혜훈 의원은 ‘공격수’에 진수희 의원은 ‘수비수’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관악구 지구당 당원대회인가 박 전 대표가 참석한 행사였는데, 이모 의원이 저를 겨냥해 ‘장돌뱅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됩니까’라고 연설했다는 것이다. “여간 충격받은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이혜훈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격했다. 그는 “관악구 당원간담회에 참석해 연설한 이 씨 성을 가진 의원은 나뿐인데, 당시는 물론 그 전후에도 ‘장돌뱅이’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내가 ‘장돌뱅이’라고 발언했다는 증거를 대라”고 맞섰다. 이에 진수희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의) 곽성문 의원이 ‘장돌뱅이’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이라고 한 건 잘못이지만 곽 의원은 박 전 대표 쪽 의원이니까 여하튼 박 전 대표 쪽에서 한 것 아니냐”며 이 전 시장측을 엄호했다. ■ 이혜훈 “장이요” 진수희 “멍이요”… 창 : 방패 각 진영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인 지지율을 놓고도 두 의원은 ‘꿈보다 해몽’으로 설전을 편 바 있다. YTN이 지난달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기존 40%대에서 30%로 떨어졌다는 보도를 했을 당시, 이 의원은 “범여권의 움직임이 가속화 될수록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공격했고, 진 의원은 “지지율에 미세한 조정은 있지만 앞으로도 높은 지지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방어했다. 진수희 의원은 당시 “이명박 전 시장이 후보가 되면 범여권 지지층의 표를 최소한 반분할 수 있기 때문에 본선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이 훨씬 유리하고 경쟁력이 높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만 남고 이명박 전 시장 때문에 편입됐던 지지층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여론조사 방법에 따라 변동폭이 굉장히 크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어떤 조사방법을 쓰든 안정적이고 견고한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범여권 성향의 유권자 상당수가 이 전 시장을 지지했고 범여권의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지지할 후보가 없었던 것”이라며 “범여권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반격했다. 경선룰이 확정되기 전, 최대의 갈등 위기를 맞았을 당시에도 두 의원은 가장 팽팽히 맞섰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각 측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펴냈다. 진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이 도입한 제도가 ‘국민참여 경선제도’이기 때문에, 그러한 취지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합의내용이 민심과 당심을 1:1로 하자는 원칙이었으므로, 이 기본정신을 살릴 수 있으려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혜훈 의원은 “여론조사 반영방식에 대한 이명박 전 시장의 주장은 상식의 궤를 벗어난 억지주장”이라며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의 의사는 선거결과에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은 선거의 기본원리이자 상식”이라고 맞섰다. 경선룰 확정 이후, 양 측은 ‘검증’과 정책 비판으로 공격 방향이 바뀐 지금도 이 두 의원은 물샐틈 없는 ‘방어’로 두 진영을 보호하고 있다. 후보 검증을 놓고 양 대선예비주자 간에 공방이 계속되면서 두 주자의 약점이 서로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지금, 두 의원은 더욱 바빠졌다. 이 전 시장이 최근 ‘장애인 낙태 허용’ 발언과 ‘마파도’ 발언, ‘노조 비하’ 발언 등으로 잇따른 구설수에 오르자, 바로 이혜훈 의원이 공격타를 날렸다. 이 의원은 “(약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발언은 지도자의 자질 중 하나”라며 “실언도 자질 검증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선룰 확정 이후 ‘원칙’만을 고수해 온 박 전 대표가 ‘고집스럽다’는 평을 받게 되자, 진 의원도 “많은 분들이 박 전 대표가 불리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원칙이 원칙이라기보다는 고집으로 많이 비춰졌다”고 꼬집었다. 또 이 전 시장의 최대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이혜훈 의원이 “한마디로 재앙”이라며 “대통령이 되더라도 운하만은 하지 말아야 나라에 죄를 짓지 않는 것”이라며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에 진수희 의원은 “이는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고, 비난성 정치공세”라며 “정책적 견지에서 제대로 비판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신동아 6월호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집을 지어줬다’라는 보도에 대해 이혜훈 의원은 “방송이 편파적”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박 대표 관련한 주장은 별로 언론에서 제기된 적이 없는데도 그 부분을 굉장히 상세히 말씀한다”며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몇 년간 수많은 트럭분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얘기는 한 번도 안 한다”고 불만을 드러낸 것. 또 이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서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 언제 한 번 조사를 해 보거나 은밀한 심사를 한 적이 있느냐”며 “의혹이 제기된 것들에 대해 본인이 한 번도 ‘사실이다, 아니다’를 직접 말한 적이 없다”며 본인이 나서서 의혹을 해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진수희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의 검증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검증이든 필요하다면 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진 의원은 “단 검증은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를 위한 것으로 해서는 안 되며, 특히 후보 간 검증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좋지 않고, 또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당 기구라든지 중립 인사들로 구성된 검증 위원회 등을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두 의원의 ‘눈부신’ 활약에 대해 언론에서는 종종 이 둘을 비교하거나, 두 의원의 발언을 같이 묶어 내보내고 있다. 이런 언론의 보도에 대해 진 의원은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광’스럽다”고 말해 싫지만은 않은 내색이다. 진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해 “굉장히 능력이 출중하고 열정도 대단한 분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비교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된다”며 “특히 이 의원과는 이회창 캠프에서 같이 일하면서 굉장히 친했고 가깝게 지냈던 의원”이라고 말한다. 진 의원은 “지금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경쟁관계에 있지만 선의의 경쟁하면 된다고 본다”며 “어차피 경선이 끝나면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 의원에게도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부탁을 하고 싶고 제 스스로도 금도를 넘지 않기 위해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진 의원의 말대로, 각 진영의 언론 창구인 두 의원이 경쟁을 하되, 어디까지나 공정하며 깨끗하게 승부를 겨루는 ‘여 전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