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대출이 부동산 관련 대출 위주로 급증해 실제 업황개선 정도에 비해 대출 증가 폭이 ‘과도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체율 상승세 반전, 시중금리 상승, 통화 긴축 가능성 고조 등의 부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소기업대출이 증가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2004년과 2005년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중소기업대출액은 지난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43조 5천억 원이 늘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증가액 40조 9천억 원보다도 많은 증가액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그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 4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 8천억원에 그쳤지만 중소기업대출은 22조 2천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4월 한달 동안에만 7조 9천억원이나 늘어난 것은 통계작성 이래 최대의 증가 폭이다. 지난 수년 동안 대기업대출은 기업들의 자금 여력확대, 재무비율 개선 노력 등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감독당국의 대출 규정 강화, 주택가격상승률 둔화, 대출금리 급등으로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결과 시중은행들은 유일하게 남은 대출처인 중소기업대출로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 부동산가격 오르면서 급증한 중소기업대출 최근의 중소기업대출 급증을 반드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대출 급증이 부동산가격 급등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 특히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 증가액을 초과했던 지난해 중소기업대출 급증은 제조업보다 부동산업·건설업 등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의 산업대출 증감액을 업종별로 살펴본 결과, 2006년 부동산업 대출은 12조 4천억원, 건설업대출은 8조 천억원이나 늘어났다. 2005년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 증가액의 3.5배와2.9배 수준에 달한다. 반면, 2006년 제조업 대출 증가액은 10조원에 그쳤다. 2005년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 증가액은 각각 제조업에 대한 대출 증가액의 44%와 35% 수준에 불과했다. 2006년 부동산업·건설업 등 부동산관련 업종 위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주택 등 부동산가격 급등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률과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주택가격 상승이 부동산업 대출 증가에 선행함을 알 수 있다. 시차상관계수로 측정해 본 결과, 주택가격 움직임은 부동산업 대출 움직임에 약 2분기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시차상관계수 0.79). 2004년 말 주택가격 상승률이 -2.1%로 떨어지자 2005년 2분기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도 1.9%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도 2006년 말 32.2%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전체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대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대출도 부동산가격 하락 위험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전체 기업대출 중 제조업에 대한 대출의 비중은 1999년 초 47.9%였지만 2006년 말에는 36.9%로 낮아졌다. 반면,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의 비중은 같은 기간 2.4%에서 15.9%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대기업 대출은 거의 늘지 않은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급증했음을 감안하면 부동산가격 하락에 대한 리스크 증가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신용대출보다 주택·건물·토지 등 부동산 담보부 대출의 비중이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부동산가격 하락이 중소기업대출 부실로 이어질 위험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 제조업 업황 개선에 비해 과도한 중소기업대출 증가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에 힘입은 대출 증가와 함께 중소기업대출 급증에 대해 우려하는 또다른 이유는 중소 제조업 기업들의 업황 개선 정도에 비해 대출이 너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과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소요되는 운영자금이 늘고 설비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설비투자가 늘어 대출이 늘어나는 것이라면 대출급증은 도리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발표된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면, 중소 제조업 기업들의 실제 업황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심리 호전에 힘입어 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 제조업 기업들의 실제 업황과 심리 변화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업황을 나타내는 통계청의 광공업동태조사와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올해 2월 이후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1월과 4월의 BSI를 비교해 보면, 생산 BSI는 91에서 98로, 판매 BSI는 91에서 96으로, 가동률 BSI는 89에서 98로 높아졌고, 재고 BSI는 109에서 105로 낮아졌다. 정확한 실적 집계가 아니라 경기상황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을 물어보는 설문조사임을 감안하면, 중소 제조업체들의 심리는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적 집계에 의해 작성되는 통계청의 광공업동태조사 결과 상으로, 중소 제조업 경기는 여전히 하강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7% 증가했던 생산은 3월 1.5% 증가에 그쳤고, 매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6.5%에서 1.7%로 낮아졌다. 가동률도 지난해 11월 71.2%에서 70.1%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12월 -1.9% 감소했던 재고는 3월 1.1% 증가했다. 즉, 유가 안정세, 내구재 위주의 소비 회복 조짐,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의 실적은 뚜렷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적이 뚜렷이 개선되지 않았더라도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 중소기업들이 투자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은 한국은행 기업경기조사상의 중소 제조업 업황 BSI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중소기업 대출은 기업들의 심리 개선 폭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고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와 달리 부동산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서도 22조 2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의 업황 BSI가 여전히 지난해 상반기에 못 미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과도한 대출 증가세로 보인다. ■ 무리한 대출 확대의 부작용에 관심 기울여야 전문가들에 의하면 과도한 중소기업 대출 확대의 부작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지난해 지속적으로 낮아지던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올해 1분기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말 1.7%이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분기 다시 1.3%로 높아졌다. 둘째, 적정 수준을 상회하는 은행들의 대출 확대가 시중금리, 특히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처가 가계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었을 뿐 시중은행들의 대출 확대를 통한 자산 규모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대출 등 은행자산의 적정한 증가 속도는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나라 경제의 성장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최근 시중은행들의 자산증가율은 우리나라 경상 GDP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상 GDP 성장률이 2006년 1분기 5.7%에서 4분기 3.4%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자산증가율은 9.1%에서 12.6%로 높아졌다. 문제는 예금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을 계속 늘리려다 보니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한 은행들의 은행채, CD 등 채권 발행이 늘어나 시중금리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 또한 최근의 CD금리 급등 및 대출금리 상승에는 단기자금시장 불안, 경기회복 가능성 등 여타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출확대 경쟁에 따른 채권 발행 증가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셋째,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시중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음에 따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중반까지 이어진 콜금리 인상과 함께 지난해 말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은 유동성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에 이어 중소기업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파생통화 창출이 늘고 있다. 광의유동성(L) 증가율은 지난해 말 11.2%에서 올해 3월 12.3%로 높아졌다. 향후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 압력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지급준비율 인상 등 여타 수단이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다시 콜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염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