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물산 등 기업군과 금융 기업군을 양대 산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장악한 삼성공화국. 대한민국 대표기업군인 삼성은 편법세습, 중소기업을 고려치 않는 일방적인 사업행태, 검찰 등 권력기관의 삼성봐주기 행태 등에서 삼성공화국, 이건희 왕국 등의 비판적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 삼성,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이건희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국내 KOSPI 시장 시가총액의 60% 이상 점유, 대외 수출총액 50% 이상 점유, 절대적 위상을 바탕으로 정치권력, 공권력의 권위를 가볍게 즈려밟아 줄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이같은 삼성제국이 2009년 이후 삼성생명을 필두로 하는 금융그룹과 삼성전자·물산을 정점으로 하는 비금융그룹으로 계열분리될 것이 유력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전망의 발단은 2008년 2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강남사옥 집결과 11월 창립 60주년 기념식 준비상황이 재계에 퍼지면서부터. 현재 삼성그룹의 최대 관심사는 이건희 회장의 대권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승계해 주는 것.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은 이미 동종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언론 등에 이슈화 될 만큼 무리한 일들을 벌일 필요가 없다. 다만 구조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는 삼성의 2인자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은행에 대한 욕심이 어슈어뱅킹론, CMA계좌를 통한 네로우뱅킹론 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외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발행, 삼성 X-파일, 고위직 검사·법관의 변호사 영입, 베테랑 언론인들의 무차별적 영입, 금산법 등과 관련 정치권 로비 등 삼성에 대한 논란은 모두 이재용 상무의 대권승계와 관련이 있다. ■ 삼성의 경영권 세습에 유례없는 국민적 역풍 삼성은 이병철 전 회장에 의해 창업한 후 이건희 현 회장 시대에 전성기를 맞고 있다. 현재 삼성과 이건희의 위상은 일개 기업군과 재벌을 뛰어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에 잠식당했다”고 말했을 정도. 이처럼 삼성을 국내 독보적 존재로, 그리고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 이재용 상무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 그런데 이건희의 대권승계는 이병철 전 회장, 정주영, 최신원 등 이전 세대 기업인은 물론, CJ그룹·신세계 그룹 등 범 삼성가의 대권승계와는 전혀 다른 역풍이 불고 있다. 시민단체의 설득에 힘입어 국민들은 최근 에버랜드 불법 전환사채 발행 논란, 금산법의 강력한 추진, 민주노동당의 삼성 대립각 등은 “삼성그룹은 이건희 일가 것이 아니다”, “이건희는 아들 이재용에게 그룹을 사적으로 세습하지 말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라” 등의 국민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국민들의 세습반대 여론 및 반 삼성 정서를 설득시키고 금산법, 법원판결 등 역풍을 헤쳐나가면서 합법적으로 완성을 시켜야 한다. 삼성은 바로 이 작업을 위해 자본력·정보력·정치력·인맥 등 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 집결하고 있으며, 그 일을 경영기획본부의 이학수 부회장이 진두지휘 하고 있다. ■ 한나라 집권 → 계열사의 강남집결 → 11월 세자책봉식 삼성의 소식에 정통한 재계 정보조직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부터 삼성은 내년 2월 한나라당 차기 정권 시작과 동시에 그룹 승계를 시작하고 오는 2008년 11월 삼성물산 창립기념일에 맞춰 그룹의 대권승계를 공식 선언하는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정에 따르면 내년 3월 한나라당 대권후보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까지 에버랜드 편법 증여 등에 따른 국민 반발 여론을 일정부분 해소하고, 내년 2월부터 모든 주요 계열사를 강남 삼성타운으로 이사를 마친 후 2008년 창립기념일까지 삼성 전 계열사 임직원이 한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이재용 씨의 영향력 강화 및 세자를 정점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완성시킨다는 것. 이에따라 경영기획본부는 비선조직들을 통해 한나라당의 모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의 잦은 접촉, 심상정·박영선 등 정치권의 반 삼성 인사들에 대한 집중적 정보수집과 친 삼성 인사들에 대한 로비 강화, 시민단체 관리를 통한 경영권 세습 논란 사전차단 작업 등에 힘을 쏟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강남 삼성타운 신축, 홍보·법률조직 강화, 60주년 기념식과 이병철 돌아보기 등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와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올해까지 반삼성적 국민정서를 일정부분 무마한 뒤, 우리가 후원한 대권 후보가 집권을 하면 정권의 후원을 받아 X파일, 전환사채문제 등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내년 2월 이후 모든 계열사들을 서울 강남의 삼성타운으로 집결시킨 후 이재용 씨의 그룹내 영향력 강화 및 전자·물산·중공업 등 전체적인 그룹 계열사 경영수업을 시작하고, 11월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통해 병철-건희-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승계를 공식화 한다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또한 지난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대한 항소심 유죄 판결에 대해 삼성측 한 관계자는 “조금 귀찮게 됐지만 어차피 대권승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30일 대법원 상고를 냈다. 이에 따라 불법 CD사건의 최종 판단은 내년 하반기 이후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때가 되면 차기 청와대 주인이 대법원·국회·정부 내 인사권 행사를 거의 마무리할 시기라는 것이 삼성의 계산. 이에따라 자본주의와 삼성에 적대적이지 않은 인사가 에버랜드 사건의 최종 판단을 맡게 되면 삼성의 인프라로 법률적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내년 2월부터 6월까지 비금융 계열사 강남사옥으로 이에따라 삼성 경영기획본부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전 그룹사의 이사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내년 2월 물산의 입성을 시작으로 5월 전자 입성 등 중공업·건설·연구소 등 전 계열사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타운에 입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강남역 부근 서초로 남쪽 7,500여평에 짓고 있는 삼성 사옥은 30층 이상의 빌딩 3개로 구성되는 매머드급 업무타운이다. 또한 모든 계열사들의 입주가 완료되면 이건희 회장실과 이학수 부회장실, 경영기획본부, 비선조직 관리 등 삼성권력의 수뇌부가 입성하게 된다. 이에따라 서초구는 롯데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잠실의 제2롯데월드에 이어 연 인원 20여만명 이상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의 오피스 타운이 들어서게 돼 세계적 오피스 타운의 위상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이사가 완료될 경우 삼성 계열사 중 일부는 본사 주소를 강남으로 변경함에 따라 서울시와 강남구는 막대한 세수원을 확보하게 된 것. 이에 따라 강남구는 삼성타운 전선 및 광케이블의 절반 이상을 지원, 주변 교통망 개선 검토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강남사옥 집결은 재용 씨 경영능력 보완 위한 것 지금까지 삼성은 이병철-이건희 시대를 지내오면서 각 계열사 간 경쟁적 개별경영 체제를 굳혔다. 특히 이건희 시대에서는 이 회장의 염원이 담긴 자동차 산업 진출, 삼성은행 소유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회장의 명령으로 그룹차원의 지원과 힘의 집결이 있었을 뿐 왠만한 문제에는 각 사가 알아서 경영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건희 회장에게 평가받는 자율경영 체제를 가졌었다. 이 과정에서 건설과 물산, SDI와 에스원 간 경쟁과 긴장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각 사는 무노조 정신 등 이병철 창업주가 만들어 놓은 삼성정신 아래서도 각 사별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같은 현실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온 것이 바로 이건희 현 회장의 리더십이었다. 그런데 삼성의 내·외부에서는 “e-삼성 실패 등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이재용 황태자가 등극 이후 삼성계열사를 통할·장악하려면 우선 주요 계열사들을 한 장소에서 부대끼게 해 재용 씨 밑에서 하나가 되는 기업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그룹 부사장급 이상의 인사평가 등의 업무와 전체 재무 및 비리감찰권을 가지고 있는 경영기획실은 이같은 권한을 적극 활용해 이재용 씨의 각 계열사 업무파악 및 재용 씨 라인의 요직등용 등 황태자의 그룹 장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삼성 홍보라인 이재용 계열로 교체 그리고 이재용 씨의 대권승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조직이 바로 홍보부서들. 현재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권 세습과 관련해서 반삼성 정서 등 국민과 언론의 시각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제는 이학수 부회장의 큰 틀 시나리오 안에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 CD저가 발행 재판, X파일, 지배구조, 금산법 등 경영권 세습과 관련된 문제들은 대체적으로 경영기획본부의 시나리오 아래서 하나씩 대응해 나가고 있으며 일부 돌발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와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언론의 삼성 때리기, 시민단체 및 국민여론의 삼성에 대한 반감 등은 적극 대응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통제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 홍보 라인의 국내언론 담당부서는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의 주목을 받는 요직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삼성전자의 국내언론 담당라인이 이달 들어 서서히 물갈이 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발단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직후부터 20년 동안 삼성전자의 대언론관계를 책임지고 있던 김광태 전무가 돌연간 안식년 휴가를 떠나면서부터. 현재 김광태 전무의 빈 자리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으로 삼성에 스카웃 된 이인용 상무가 맡고 있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선후배 사이이며 이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삼성에 스카웃 됐다. 이에 따라 삼성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홍보조직이 이재용 라인으로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김광태 전무가 이건희-이학수 콤비의 대권 장악 이후 대언론 업무를 전담했다면,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체제 아래서는 이인용 상무가 홍보와 광고집행 등 대언론 창구를 맡게 된다는 것. ■ 이학수, 이재용 회장 등극 이후 금융그룹 보상설 삼성그룹의 주변에서는 이재용 회장 체제 이후에 대한 신빙성 있는 소문이 돌고 있다. 즉 현 삼성그룹에서 금융 소그룹이 계열분리 후 이학수 부회장이 가지고 나갈 것이라는 소문이 그것. 현재 삼성그룹의 강남사옥 집결 프로젝트에 생명·화재·증권·카드 등 4개 금융계열사가 빠져 있어 이같은 분석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현재 강남 삼성사옥 A동 34동 삼성생명 사옥에는 삼성생명 강남지점이 입주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생명 본사를 비롯, 종로 1가, 2가, 5가에 위치한 증권·화재·카드 본사는 현 서울 중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현 삼성본관에 집결할 예정. 이에 따라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생명본사와 삼성그룹 본관 등 2개 동에 위치하게 된다. 또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각 금융계열사의 홍보부 및 기자실과는 별도로 그룹 홍보실과 기자실을 테헤란로에도 따로 둘 계획이다. 이에따라 경영기획본부의 이학수 부회장이 관장하는 그룹 홍보실 및 기자실은 강남 삼성사옥과 테헤란로 금융 계열사 사옥 두 군데서 운영되게 된다. 이는 현재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이학수 부회장 계열의 인사들이 장악한 현실과 맞물려 신빙성을 더하고 있는 것.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병철 전 회장과 함께 삼성그룹을 일궈 온 창업공신 및 가신들이 이건희 회장 취임을 전후해 모두 그룹에서 물러났다”며 “이는 현 이 회장의 자율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위한 조치이며 이같은 선례가 이재용 씨 취임에서 하나의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통해 고 이병철 전 회장의 창업정신 계승을 명분삼아 재용 씨의 세자책봉식을 치를 계획이어서 이건희 가신들의 일선 후퇴 압박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또 이같은 전망은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의 금산법 입법과 민주노동당 노회찬·심상정 의원의 삼성 압박론 등 정치권의 분위기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와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감히 정치권을 휘두르거나 과도하게 국민을 현혹할 경우 그룹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사저널 파문, 기존 X파일 및 한나라당 차떼기 행보, 막강한 변호사 군단 및 로비인맥 등에 비춰보면 최선을 다한 대응으로 보기에는 좀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의 관계자들은 “현재 이학수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의 영향력, 삼성 위상을 키운 공로, 오너 일가에 대한 수많은 비밀 공유, 그룹 내 직속부하들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건희 회장의 결정도 좌절·제어시킬 수 있는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을 전제로 재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삼성에 몸바친 공로와 이 회장 사후 재용 씨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대가로 금융 소그룹을 가지고 나가는 내용의 거래가 이건희-이학수 사이에서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는 “삼성은행은 이건희 회장이 아닌 이학수 부회장의 꿈”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이와관련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이 비금융 계열사들과의 지분구조만 털어낸다면 은행소유 여부는 그들의 권리”라는 입장을 밝혀 이학수 부회장의 금융 계열사 분사 이후 삼성 금융그룹의 은행소유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