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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 환호 속에 묻힌 5월 광주

[현장 스케치] 한나라당 정책비전 토론회가 열린 5·18 기념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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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호 ⁄ 2007.07.02 14:04:19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의 막이 5월 29일 본격적으로 올랐다. 이날 한나라당은 ‘민주의 성지’ 광주광역시의 5·18 기념문화관에서 이명박·박근혜·홍준표·원희룡·고진화 등 5인의 대선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1차 정책비전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간의 예상대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캐치프레이즈인 ‘대처리즘’을 두고 후보들 간의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광주 5·18 기념문화관 민주홀에는 각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과 당원,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미리 들어와 있었다. 또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각 방송사의 카메라가 단상 아래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문화관 바깥에서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각 후보의 지지자들. 이들은 주최 측의 연이은 자제 당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의 이름을 외치며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다른 주자들과는 달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층의 기자단 쪽으로 먼저 발걸음을 돌렸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자신감에 넘친 표정이었고, 수행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토론회 내내 다른 후보들의 거센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명박·박근혜·고진화·원희룡·홍준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후보가 박관용 선관위원장,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등과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경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한다’는 내용의 서약을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이른바 ‘빅2’ 후보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격론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서로 상대방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맛보기’조로 언급해, 이후의 토론회에서의 본격적인 공방을 예고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핵심 경제공약인 이른바 ‘747론’을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경제전문가들이 아무리 계산을 해도 매년 7% 성장을 해도 경제규모 7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그러면 앞으로 매년 7% 성장을 하고 이탈리아가 매년 0% 성장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어떻게 계산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7% 성장은 박 전 대표와 같다니까 다행”이라면서 “10년 후 4만 불 소득은, 제 임기는 5년이지만, 내가 어떻게 하면 다음 5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한나라당이 연속해서 집권할 것이라는 것을 감안 한 것”이라고 비껴갔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세금 줄이고 규제 풀자는 것은 저도 기업에 있을 때나 정치할 때도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역대 대선에서도 누구나 다 주장했지만 막상 집권하면 감세를 못한다”며 “세출을 줄이는 것에 대한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공공부분에 지난 3년 간 52조 낭비하는 것을 작년에 발표했고, 감사원 지적도 26조”라며 “제가 항상 ‘줄·푸·세’ 운동으로 주장하듯이, 방만한 정부 규모를 줄이면 26조에 달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제가 서울시장 하면서 경험 했지만, 세출을 줄이는 것은 정부 시스템 상 어렵다”고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직전, 참가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다소 굳어있는 듯한 강재섭 대표, 비장한 분위기의 박근혜 전 대표, 어딘가를 힐끗 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마치 성악가처럼 노래하는 원희룡 의원, 노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 홍준표 의원, 활짝 웃고 있는 고진화 의원의 표정이 이채롭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서로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이 ‘아름다운 경선’이 될지, 아니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KTX’가 될지는 전적으로 이 두 명의 후보와 그 주변 인물들에게 달려 있다. 엄길청 경기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후보자 상호 토론회. 토론회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격에 나선 고진화 의원은, “이 전 시장은 운하를 주장하는데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호남 운하 건설 하는가. 북한 운하 건설하는가. 한반도 운하 맞는가. 경부운하만 하는 것 아닌가. 막 같다 붙이는 것이 정말 계획이고 주장인가”라고 이 전 시장을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운하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며 “운하의 여러 목적 중 물류 목적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얼마 전 영산강을 조사했는데 대한민국 5대 강 중에 가장 썩었다”며 “정부는 물을 맑게 만들 책임이 있고 물을 맑게 하면 어차피 운하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준표 의원이 이 전 시장에게 “천성산에서 2조 가량 손실이 있었고, 새만금에서는 수천억을 투입했다. 사태산 터널도 낭비했다. 청계천은 참 잘한 것이지만, 대운하는 환경 파괴”라고 공박하자, 이 전 시장은, “경부운하가 경인운하가 환경을 파괴한다면 누가 하겠느냐”며 “유럽의 운하도 환경을 복원한다는 전제 하에 한다. 환경을 파괴한다면 저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 “신혼부부에게 국가가 아파트 한 채씩 줘야 한다고 했는데 이 전 시장은 예전에 정주영 씨가 반값 아파트 공약 했을 때 반대했었다”며 “그렇다면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 아니냐”고 따졌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대지를 포함한 반값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은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제공하는 것인데 투기라든가 이런 목적은 정부가 관여할 게 아니라, 세금만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만큼 공격을 받은 이는 박근혜 전 대표다. 홍준표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대처리즘을 말하는데 이는 20년 전 것”이라며 “노조와 싸우는 정책 때문에 영국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홍 의원은 “열차페리도 의미가 없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인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의 질문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박은 홍 의원이 질문 시간의 대부분을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해 이뤄지지 못했다. 원희룡 의원 역시 박 전 대표의 ‘대처리즘’을 문제 삼았다. 원 의원은 “대처 시절의 영국 실업률은 대처총리의 임기 초기 4%에서 임기 내내 11%로 두 배로 올랐다”며 “결국 영국의 복지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줄·푸·세가 결국 복지는 줄고, 재벌이나 난개발이나 투기를 막는 규제를 풀어서, 여기서 생기는 저항을 공권력으로 군기를 세우겠다는 것 아니냐”고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험악하게 하느냐”면서 “가장 훌륭한 복지는 성장에 있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경제가 7% 성장하면 5년 동안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이게(7% 성장-300만 개 일자리 창출)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는 것이냐”고 되묻고 “세수가 확실히 있어야 그것을 가지고, 국가가 돌봐야 되는 국민에 대해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대처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영국이 서구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나라”라고 지적하고 “그것은 대처가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국가를 구하겠다는 투철한 신념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5명의 후보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동안, 행사장 바깥에서는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각기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난장’을 벌였다. 그러나 ‘민주의 성지’ 광주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도 연출됐다. 한나라당 당기와 소규모 피켓들이 주인을 잃고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5월 광주. 5·18 국립묘지로 가는 길목에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문구가 적혀 있는 노란색 리본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시인 곽재구는 자신의 시, ‘내 마음의 오월’에서 “내 마음의 오월 그 하룻날은/꽃대궁이에 검정리본을 매단 꽃들만이 미친듯이 온 산천을 불태우고 있음을”이라고 노래했다. 학살의 후예이고, 틈만 나면 호남을 찾는 한나라당, 그리고 아직껏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는 한나라당이 광주 5·18 기념문화관에서 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삽을 떴다는 것을 5월 영령들은 알고 있을까. 한나라당의 정책비전 토론회 제 1차 토론이 벌어진 광주 5·18 기념문화관 전시실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촛불. 현지에서 만난 한 광주 시민은 “한나라당이 무엇을 하던 관심이 없다”면서도, “광주 학살의 직접 후예들인 한나라당이 광주 그것도 5·18 기념문화관에서 경선을 하는데 항의 한 마디 없다는 것은 그만큼 광주의 정신이 성숙했다는 의미”라며, “또 한 편으로는 5월 광주가 광주에서조차 잊혀져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진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거쳐 올곧은 후보를 선출하기 바란다”며, “지금처럼 대세론에 빠져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세한다면 올 연말 또 한 번의 뼈저린 패배와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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