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일단 밀어붙이고 비판여론엔 감정적 대응’

앞뒤 바뀐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  

cnbnews 제20호 ⁄ 2007.07.02 14:08:53

‘대통령의 짜증 한 마디에서 출발한 취재지원정책은 일의 순서에서도 엉망이 되어버렸고, 민주적 의견수렴과정 등 사회적 합의라는 민주적 방식마저도 짓뭉개버렸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정책실장은 5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에 대한 언론계와 언론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은 “기자실 통폐합 이렇게 이야기하니 과거 5공화국 시대의 언론통폐합 연상이 되는데, 정부는 합동브리핑센터로의 확대개편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기존에 부처별로 운영해온 브리핑룸을 권역별 합동브리핑룸으로 하는 것이지 마구잡이로 통폐합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들로 참석한 언론인협회 관계자·언론단체 관계자·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의겸수렴 과정이 생략된 점을 지적하면서, 참여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원리원칙대로 기자실을 모두 없애겠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감정적 대응이 지나치다’라는 반응이었다. ■ ‘협박도 명분을 갖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양문석 언론연대 정책실장은 “이번 문제가 언론개혁의 본질을 떠나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계한다”고 전제하면서 “대통령이 말하는 원리원칙이 뭔지 알 수 없다. 대통령 생각은 원리원칙이고 시민사회단체나 언론의 주장은 비원리 비원칙이라고 평가하는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학에서는 기사송고실 운영 여부를 두고 합의된 원리원칙은 없다”며 “협박도 웬만하면 명분을 갖고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방안대로 시행될 경우 “인터넷언론사 소속 상당수가 정부부처 접근성이 악화될 것이고 학연·지연·혈연에 기댄 구태의연한 정보원 취재원 접근방식이 활개칠 것”이라며 “촌지나 향응접대 빈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정일용 기자협회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상당히 마음이 불편하고 안타깝고, 불쾌하기도 하고 매우 안 좋다”며 “기자와 언론이 비양심적 집단이란 말까지 하면서 이렇게 매도당하는가”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통령과 정부가) 도대체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인지, 냉철하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대화로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무단침입’은 범죄자에게나 쓰는 말 정부는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무단출입’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기자들의 사전약속 없는 취재 활동으로 인해 공무원의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업무 방해 사례나 실태조사 결과 없이 나온 주장에 언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정보 공개를 심각하게 꺼리는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도 고려하지 않은 대목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은 “무단출입은 도둑질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쓰는 것”이라며 “청와대 브리핑에서 공무원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몰래 가져가는 사례를 들었는데, 이런 행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넘는 범법행위인가”라고 말했다. 무단침입이라는 용어로 인해 기자들이 마치 오만불손하고 예의없는 존재라는 듯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적이다.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은 “부처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사전 약속이나 양해 없이 찾아와도 매몰차게 내치기 어렵다”며 “그런 부분이 업무의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아니다”고 말했다. 안 차장은 “(기자들이 취재원인 공무원과)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며 “최대한 업무에 지장이 되지 않는 방향에서 공무원과 기자들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왜 모든 언론을 비양심 세력으로 이야기하나 이번 정부 방안을 놓고 대부분 언론사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은 물론 언론계 내부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인터넷언론은 정부가 주장하는 기자실 운영으로 인한 폐해를 이른바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일부 유력언론으로 인한 폐해로 봐야지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언론에 적용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기사내용의 담합이 모든 언론의 문제인지 몇몇 언론사의 문제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윤선 오마이뉴스 기자는 “노무현 정부가 개방형브리핑룸 설치를 성과로 주장하지만 브리핑룸은 사실상 ‘2등기자석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기자실은 기자실대로 운영을 하고 브리핑룸에는 상주 기자단에 끼지 못한 ‘2등기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왜 모든 언론을 비양심적 세력으로 모는지 의문이다”면서 “왜 자신들의 잘못은 이야기 안하고 언론사에 떠 넘기는지, 또 조중동 유력매체라고 정확히 이야기했다면 모든 언론과 언론단체의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의도를 의심하지 말라고? 한편, 노 대통령이 임기 6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언론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무리하게 이번 정부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환균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의도에 대해 의심받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한미FTA나 방송통신융합법 처리 과정에서 참여정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정보를 공개해 왔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차대한 문제를 정부는 공청회도 하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뚝딱 입법예고하고 밀어붙이고 나중에 격한 말로 공격한다”며 참여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오재현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