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가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4년 12월 동남아에서 발생한 ‘쓰나미’, 2005년 8월 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카트리나’ 허리케인, 10월 파키스탄에서의 대형 지진 등등. 자연재해는 피해의 대규모성과 돌발성으로 인해 관련 국가들에게는 군사위협 못지않은 중대한 안보위협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지구온난화 관련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온난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자연재해는 크게 기상이변과 전염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은 미시적으로는 각종 재해로 인한 막대한 피해복구비용을 발생시키고, 거시적으로는 인류의 생존기반을 파괴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도 태풍, 지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매년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다수의 도서지역으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 때문에 앞으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침수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일대에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태풍과 지진은 그 특성상 막대한 복구비용과 농산물 가격 불안정을 동반한다. 2004년 발생한 쓰나미로 인도네시아는 약 16만명의 인명피해와 약 3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태국은 약 8,000명의 인명피해와 약 5억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의 긴급원조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와 각종 NGO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피해복구 지연으로 경제적인 여파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2월 초 대홍수로 자카르타의 75%가 침수되고 25명의 사망자와 34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였다. 홍수의 경우도 쓰나미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동반되며, 인프라 파괴로 인해 산업 전반에 걸쳐 충격이 장기간 지속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은 북한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인적 교류를 단절시키는 전염병 또한 미시적으로는 관광 및 축산물 관련 산업에 피해를 끼칠 뿐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인명피해와 인적 교류 단절로 인한 중·장기적인 경제적 피해를 끼치는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 예로 2003년 상반기 SARS의 발생을 들 수 있다. SARS의 발생은 당시 동남아 관광객의 입국을 급감시켜 관광산업을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시켰다. 또 최근 수년간 AI의 발병으로 가금류 수출이 중단된 바 있다. AI는 SARS보다 발생범위가 넓어 아시아를 시작으로 현재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확산 중이며. 사람 간 전염이 발생할 경우 세계적인 경제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자연재해와 전염병은 인류의 생존기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향후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자연재해는 지구환경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재난대비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며, 전염병은 확산 방지 및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한국국제협력단 재난복구지원사업 및 NGO 지원사업을 통해 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 재난발생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국 및 국제기구별로 중복되는 사업이 많아 보다 효과적인 복구 지원을 위한 지원국 간 협력체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 중 으뜸은 국가를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간안보(human security)다. ‘인간안보’는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인간안보는 크게 2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기아·질병·가혹행위 등 만성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가정·직장·사회공동체 속에서 일상생활양식이 갑작스럽게 파괴되는 것을 보호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1국 차원의 국익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동시에 주권 우위의 기존 국제관계를 탈피하여 인간의 실질적인 행복과 안위를 중시하는 인간중심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관계의 단위가 국가로부터 인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의식과 정책 또한 철저히 인간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경선과 대선이라는 ‘전쟁’을 앞두고, 각 진영이 인간에 대한 관심의 우선순위를 뒤로 밀어내는 발상들을 하는 면이 없잖아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국민)보다 유권자를 중시하는 선거판이라지만, 그래도 인간을 우선시하는 발상을 담은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자연재해나 전염병 창궐과 같은 인간안보 위협이 먼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로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 문제에 관한 대책을 깊이 고민하고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갈망한다. 안전이 보장되어야 피땀 흘려 뭔가를 이룰 이유가 있을 것 아니겠는가? -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