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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슈에 건교부 국장이 해도 되는 게 나온다

[인터뷰]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대선 출마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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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호 ⁄ 2007.07.02 13:24:31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요즘 할 말이 많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성공’과 ‘실패’라는 양 극단의 평가들이 쏟아지고, 열린우리당은 공중분해되기 일보 직전이며,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은 선언적 차원에서 한 발짝도 나가고 있지 못 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심경과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참여정부에 관한 책을 한 권 집필했다. 오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도 열 계획이다. 김 위원장을 현충일인 지난 6월 6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의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정치웹진 무브온21의 함태식 편집장과 박득진 기자가 함께 했다. ■ “대선 이슈에 건교부 국장이 해도 되는 게 나온다” “대선 출마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의 정국 현안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정부가 얻어맞는 것은 괜찮지만, 문제는 이 정부가 추구하던 가치가 폄하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역사의 방향을 놓칠 수 있고 그래서 책을 썼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중적 책을 지금까지 두 권 썼다. <지방자치 살리기>는 화가 나서 쓴 것이다. 당시에 분권과 자율을 뒤엎으려는 시도에 화가 나서 쓴 것이다. 원래 제목은 <지방자치, 소설쓰기>였다”며, “논문과 비교한다면 책 쓰기는 중간에 가다가 제가 흥분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열정이 있다. 어떨 때는 문장이 너무 과격해지기도 한다. 자판에 들어가는 힘이 다르다. 엔돌핀이 나온다”며 집필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대해, “참여정부가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지만 변화가 심한 시대 아닌가. 예를 들어, 가족기능이 해체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정말 밤에 잠이 안오는 거 아닌가. 인수위 때부터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더 웃기는 건, 대선 이슈에 건설부 국장이 해도 되는 게 나온다”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을 직접 비판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직접 비판한 것의 속편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무슨 운하를 파네, 안파네 하는데 이건 건교부 국장이 할 말이다. 애들 대학에 보내는데 전공은 뭘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애 구두를 까만색으로 하느냐 마느냐로 하루 종일 싸우는 격”이라며 “그래서 울화통이 치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에 대해서도 “그런 것을 이해를 못하니까 이 정부가 가는 방향을 마음대로 매도한다”며 “머리를 맞대고 말하면 이 정부를 그렇게까지 폄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작심한 듯’ 범여권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 답답한 것은 여권 내에서도 이 정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생각은 안하고, 사회 일부의 매도에 매몰돼서 같이 폄하하면서 소위 차별화를 하겠다고 한다”며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범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의 이른바 ‘차별화’를 비판했다. “차별화를 해도 좋고 부정해도 좋은데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들이 이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차별화가 무슨 차별화인가. 근거가 무엇인가. 뭘 차별화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범여권을 격렬히 비판했다. 각 대선주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민생’의 개념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민생이라고 말하는데, 민생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민생을 중시하지 않는 정부가 있었는가. 정책적 수단을 가지고 와서 말하라는 것이다. 그걸 놓고서 차별화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책을 쓴 만큼의 행동도 할 것”이라고 못 박고, “그게 어떤 것일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대선 출마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대선 속에서 제대로 된 논쟁이 한 번 붙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 논쟁이 제대로 붙는데 공헌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예정”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대통령이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책을 가진 새로운 정치집단이 필요” 최근 출범한 참여정부평가포럼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매우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자신의 새 책, <높이 나는 鳶 - 성공하는 국민, 성공하는 국가>에 대한 설명으로 참여정부평가포럼에 대한 의견을 대신했다. 김 위원장은 “책 표지의 ‘연’자는 정조 연간에 쓰던 활자다. 왜 정조를 담고 싶었는가 하면, 정조 시대는 유통혁명이 일어나고 상인 계층이 성장하는 등 변화가 심했던 시기다. 그 과정에서 정조는 새로운 신진정치세력을 만들려고 했다. 그들이 요즘 개념으로 테크노크라트다. 그것이 노론벽파와의 싸움에서 정조가 여러 차례 목숨을 건 이유다. 그는 그 에너지를 백성들로부터 얻었다. 그 방법이 화성 행궁을 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조는 그 민원을 받아서 제도개혁으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난 다음 그의 개혁 아이디어는 물거품이 됐고, 다 사라졌다. 너무나 아쉽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적 방향과 지향점도 없는 논쟁들이 우리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때가 생각이 나서 ‘연’자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책을 가진 새로운 정치집단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전제하고는 “참평포럼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대통령이 일부 정치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했지만, 그보다는 그 이전 4시간 동안 정책을 이야기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정책적 담론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정책을 가진 새로운 정치집단의 형성이 필요하고,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성공에서 배울 점도 있지만, 실패에서 배울 점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저도 답은 잘 모르지만 요점은, 저는 우리의 무분별한 비하와 차별화가 우리에게 결코 도움이 못되는데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답답해서 책을 썼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정부이기도 하고 낡은 패러다임의 마지막 정부일 수도 있다”며 “그렇다 보니까 참 불편하지만 과거 박정희 시대의 수준에서 이 정부를 폄하하는 말들은 앞으로 5년만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또 “과거의 패러다임 안에 자신을 가두고 이 시대를 바라보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도 했다. “아직도, 정치소비자가 변하고 있고 힘의 베이스가 변하고 있는데, 오늘날 기업도 기업시민정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한 김 위원장은 “정부는 이제는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가 아니다”며 “이제는 정부에 로비할 생각과 자원이 있으면 국민에게 로비하라고 기업인들에게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합리적 소비자에서 윤리적 소비자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그 정도로 인식과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정치소비자 역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정치는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렇다면 명분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데 우리 정치권을 보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현실적으로 이뤄지는 이합집산은 일반 정치소비자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이 일반 정치소비자의 협조를 받은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노 대통령은 조직과 돈으로 된 것이 아니라, 정치 소비자의 참여와 지지로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리눅스와 오마이뉴스와 노 대통령의 성공은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소비자에서 가치의 생산자로 전환을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정치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며 “그런 점에서 새로운 정치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에서 벗어나야 하고 사회에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정치 바로 잡겠다고 나서 줘야 하며 그리고 뛰어들고 그래야 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정치 개입을 주장했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거기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저항적·대안적인 것이었다면, 앞으로 참여의 패러다임이 확대되면, 여러 가지의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자칫 시민 없는 시민단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국민은 까다로우며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최근 체결된 한미FTA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을 듣기 위해, 한미FTA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해 “굉장히 훌륭한 분이고 학자로서도 대단한 분이다. 존경하는 분인데, FTA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 같다”며, “걱정의 수준은 저와 비슷할 것이다. 왜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와 자유무역을 트는데 걱정이 없겠는가. 다만, 이것은 넘을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넘을 수 없다는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지티브 한 게 결국은 우리 국민의 역량”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FTA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로 먼저 “우리 국민이 가진 까다로움”을 들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참지를 못한다. 사실은 그게 혁신의 동력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한국에 들어와서 맥을 못춘다. 우리 국민은 소비자로서 매우 까다로운데, 이게 극대화되면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김 위원장은 분석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멍석을 깔면 제대로 놀 줄 안다”며 “개방의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바람을 타고 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런 지도자 아래서 우리가 힘을 모으면 되는 것”이라고 오는 연말의 대선에서의 승리를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정우 전 위원장은 (참여정부 반대로) 돌아섰다기보다는 애정 어린 충고”라면서 “정태인 전 비서관은 모르겠지만, 이정우 전 위원장은 이 정부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제가 뭘 할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정치라고 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고 정치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욕을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방향키를 놓쳐버리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을 움츠리거나 자기 편한 것만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고 결심했고 가능성이 있는 데까지 다 할 것”이라며 “제대로 전달만 된다면, 그런 부분들을 국민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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