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가 두 번째로 열린 8일 교육·복지 정책에 대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은 지난 29일 경제정책에 대한 토론회에 못지않은 열기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지난 첫 토론회 당시 ‘거침없는 말발’로 큰 인기를 얻었던 홍준표 후보는 이날도 각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홍 후보의 ‘말발’과 ‘칼날 비판’은 대부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양 후보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최근 ‘장애인 낙태 허용 발언’과 ‘애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은 보육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발언을 꺼내 “진의가 아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이명박 후보는 “정치적으로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답하자, 이를 기다린 듯 홍 후보는 “부모가 장애인이면 낙태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모자보건법 14조 조항 자체가 잘못”이라며 “이 법을 고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오해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낙태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생명은 어떤 생명이든지 매우 귀하고, 우주보다 귀하다는 말이 있다”며 “모자보건법 14조 1항이 개정되어 생명이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이 후보가 처음 ‘모자보호법’이라고 언급하자, 바로 ‘모자보건법’이라고 정정하며, 이 전 시장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 홍준표 “신혼부부에 주택공급 공약은 무대포 공약”, 이명박 “말 아닌 실천으로 가능” 이어 홍 후보는 이 전 시장이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한 채씩을 주겠다고 했는데, 1년에 몇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하는지 파악했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이 전 시장이 2만쌍 정도로 알고 있다고 하자,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의 허술함을 지적하려는 듯 즉각 “연간 25만의 신혼부부가 탄생한다”며 “이들에게 집을 주려면 1년에 25만가구를 지어야 하는데, 이는 1년에 동탄시 신도시를 2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25만 세대가 결혼한다고 해서 (주택을) 다 공급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농촌과 대도시, 소득 등을 나눠서 실질적으로 주택이 필요한 세대는 3만~5만세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금자리가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으면 보육이 어렵기 때문에 가정이 안정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이 해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1년에 우리가 짓고 있는 주택이 46만 세대인데, 거기에서 임대아파트 10만 세대를 빼고 주공에서 지은 것도 뺀다면 32만 세대밖에 안 된다”며 “이 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준다면 다른 영세민과 구혼 사람들은 어디에서 집을 사느냐”고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홍 부호는 “신혼부부가 몇 세대 탄생하고, 몇 세대가 필요한지를 우선 제대로 짜야한다”며 “그런 파악 없이 주택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처럼 ‘무대포 공약’ 같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홍 후보가 제시한 수치에 대해 “대중이 들으면 현혹될 수 있는 근사한 수치”라며 “주택정책은 단순히 말이나 수치로만 해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은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4년 동안 임대주택·서민주택을 지어본 점을 언급하며 “부동산값이 올라가는 것은 지난 10년간 주택공급이나 주택거래를 지나치게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시장은 “실패한 주택정책의 숫자를 들어서 통계를 내면 맞지 않는다”며 “지역별 편차를 두고 골고루 파악해서 실질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공급 정책이 “정책적 답변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오면 잘 사는 사람들은 시장원리에 맡기고, 복지적 차원에서 신혼부부에 대한 공급은 훨씬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청계천도 해내셨으니 무대포공약이라도 해내면 시민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답해 이 전 시장의 주택공약이 ‘무대포공약’으로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 홍준표,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사학법 문제도 건드려 이어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정수장학회를 손털 의향은 없느냐”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정책토론회기 때문에 직접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답을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질문을 어떤 상황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질문의 부적절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왕 질문을 했으니 답을 드리면, 이미 이것은 개인재산이 아니다”라며 “사회환원이 됐기 때문에 국가재산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주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장학사업을 하기 때문에 교육분야와 관련이 있다”고 반박하고, 이어 “현재 사학법이 어디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재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2005년12월 홍준표 후보가 확실히 말씀하셨고, 거기에 동의하고 있다”며 “투명한 사학운영이 문제라면 개방형 이사를 들일 것이 아니라 개방형 감사를 들여서 학교운영이 투명하게 되도록 감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홍준표 후보에 이어 고진화 후보도 공격 대상을 이명박 후보로 점찍었다. 고 후보는 이 후보에게 “이 전 시장이 복지정책을 위해 20조원의 예산을 줄여서 마련하겠다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복지를 아무리 잘하고 싶더라도 재정이 없으면 할 수 없다”며 “유럽 선진국에서도 성장이 있어야 복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며 성장을 통한 분배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현재 3~4%의 경제 성장으로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 한다”며 “분명하게 약속한 7%성장이 이뤄지면 충분히 복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당시 5조의 부채에서 3조를 갚고도 2조를 남긴 점을 언급하며 “할 일을 다 하고도 예산을 감축했다”며 연 20%를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고 후보는 “어떻게 예산을 줄여 감당할지 이해가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20조를 감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 후보는 “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다”며 “서울시장에 취임할 당시 복지비용이 1조 1천억이었는데, 퇴임시 에는 복지예산이 2배로 늘었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가 새만금사업을 6조억에 끝내겠다고 했지만 18조를 들여서도 끝내지 못했다”며 반면, 자신은 청계천 등 모든 사업을 계획된 시일내에 계획된 예산으로 해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고진화 “복지재원 20조원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이명박 “시장 당시 경험으로 충분히 가능” 이 전 시장은 “20조를 줄이겠다는 것은 모든 부분의 예산을 골고루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계획은 아무나 세워도 실천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고 후보가 “이게 어떻게 공약인가. 이런 답은 교수는 가능할지 몰라도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재차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아동보육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정부가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세금을 올려 받아도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살림살이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먼저이고 중요한지를 파악한다면 일정한 재정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고령화시대가 되면 2사람이 1사람을 먹여살려야 하는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출산율 높이는 게 해결방안”이라며 “국가가 할 일은 불필요한 기업도시·혁신도시 등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 앞의 일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도 이명박 후보에게 “고교평준화를 유지하자는 입장인가”라며 3불정책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 후보는 “고교평준화를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주민들이 광역별로, 직접 투표에 의해 고교평준화 여부를 선택하자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며 “(고교평준화) 폐지여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 후보는 “교육자율화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자는 생각은 같다”면서도 “광역별로 다르게 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들어 경기도는 평준화하고 서울은 자율화로 하는 것처럼 광역별로 동일하게 한다는 것은 자율화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광역이 아닌 중소도시에서 주민투표로 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정책비전대회는 오늘 19일 대전에서 통일·외교·안보분야에 대한 토론회를 연 후, 서울에서 28일 당 집권비전 선포식을 끝으로 마치게 된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