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최근 우리 국민들은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부동산은 천정부지이고 휘발유 등 물가도 오르고 있다. 거기에 저금리와 환율하락 등 암울한 소식 속에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많다. 이같은 국민 정서가 반영됐기 때문일까? 최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회복시키고 민심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최근의 한국경제 상황이 단순한 실물경제 위축 혹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 정도가 아니라 지난 한국전쟁 이후 쌓아왔던 우리 경제의 구조와 잠재력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진단이 회자되고 있다. 본 지에서는 이같은 주장들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대안들을 살펴본다. [본문]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은 정권 및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 혹은 못살겠다는 푸념이 될 수는 있어도 우리 국민들에게 국가 쇠퇴 등에 대한 위기감으로 다가오기는 힘들다. 이는 1900년대 초 일제의 수탈, 1950년대 한국전쟁과 그로 인한 최악의 가난을 민족의 저력으로 이기고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적 관점에서 지난 1960~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한국경제의 성장은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으며 베트남·남아공 등의 국립대학에서 연구되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개방조치와 북한의 제한적 자본주의 도입 등도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을 근간 삼아 창의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일. 또한 지난 1998년 벌어진 끔찍한 IMF 체제도 국민들의 금모으기, 정부차원의 빅딜 등의 조치에 힘입어 유례없는 조기졸업을 했었다. 그런데 이같은 노력으로 쌓아올린 한국경제의 찬란한 구조가 밑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는 적신호가 여러군데서 울려오고 있는 상황. ■ 국가부채, GDP의 1/3 재정 불건전 먼저 이같은 위기론 중 하나가 바로 국가재정의 건전성 악화다.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이창용 교수에 의해 제기된 이같은 주장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볼 때 만약 증시폭락,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에 오더라도 예전처럼 공적자금 등 국가의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위기 탈출을 더 이상 시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일 서울 명동의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학술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37%에 달한다”며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재정정책의 역할과 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외환위기 이전에는 GDP 대비 6%를 넘지 않았지만 지난 2006년 말에는 무려 33%P 증가한 37%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예금보험공사채권, 부실채권, 정기기금채권 등 국가보증 채무까지 모두 합한 것. 이와관련 이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수치는 아니더라도 GNP 1만 6,000달려 수준인 우리나라 경제수준과 비교하면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새마을운동과 1990년대 외환위기의 극복 모두 국가의 재정정책과 민간의 참여 형태로 일사분란하게 이뤄졌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국가경제의 발전과 위기탈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 ■ 국내 기업 3대 7 양극화 심화 이와함께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몇 몇 기업들이 시장 대부분을 가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업체들은 생존에도 허덕이는 지경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2007년 1·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각 산업별로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 되고 있다”는 진단을 발표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이 20% 이상인 고수익업체의 비중이 전년대비 1.2%p상승한 8.3%를 기록했다. 또 부채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의 비중도 전년대비 0.5%p 상승한 62.2%에 이르렀다. 이같은 수치로 미뤄볼 때 우리 경제가 이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익이 줄고 부채가 늘어난 정 반대의 경우도 함께 증가했다는 데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매출액세전순이익이 적자 상태의 기업은 전년대비 4.1%p 증가한 29.5%,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업은 전년 대비 1.6%p 높은 14.2% 증가했다. 이와관련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애초에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은 내수시장 회복에 힘입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수출위주의 중소기업 등의 경우 환율역마진 등으로 인해 경영압박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될 것이라는 것. ■ 일본계 자금에 귀속중인 자본시장 세 번째 위기론은 자본시장의 주도권과 관련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흐름이 외국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려면 외국인을 바짝 쫓아가면 된다”고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명동 사채시장을 중심으로 이에 대해 더 구체적인 소문이 돌고 있다. 현재 개인사채·대부·카드 등 여신금융시장을 비롯해 기업채·주식 등 자본시장에 이르기까지 일본계자금, 특히 야쿠자쪽의 돈들이 속속 상륙하고 있다는 것.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몰고 온 주식시장 폭락 당시는 미국 등에 적을 두고 있는 유태계 국제투기자본들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일본계 자금들이 한국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 잠재력 훼손 뒤 실물경제 회복 글쎄 하지만 정부는 현재 경제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달 “거시경제 지표 등이 분명 국내경기 회복을 나타내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도 “삼성연의 태도지수, 통계청의 평가지수, 한국은행의 심리지수 등이 소비자 체감지표가 2006년 4분기를 저점으로 계속 상승추세에 있는데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작년 3분기 이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의견에 동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들은 경기침체 등과 관계없이 꾸준한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도 지난 노조 파업 이후 지지부진했던 해외시장 매출이 이달 초부터 점차 회복추세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정부의 경제 낙관론에도 논란은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물 밑에 가라 앉아 있는 빙산을 없애면 수면 윗 부분도 가라앉기 마련”이라며 한국경제 잠재력 훼손을 크게 걱정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