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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파업 공격’=‘FTA 반대 여론 죽이기’

근로조건과 관련된 정치파업,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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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호 ⁄ 2007.07.02 15:36:00

논란 속에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이 28일 4시간 29일 6시간 시한부 파업으로 진행됐다. 금속노조의 반FTA 총파업은 이미 지난 해 11월 결정됐지만 민주노총의 ‘주력’이라고 불리는 금속노조가 30일 체결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반대 여론의 깃발을 맨 앞에서 든 셈이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몰이해와 감정적 대응은 노-정 간 갈등을 일으켰다. 또한 결과적으로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높이는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 파업 시작도 전에 노조 지도부 옥죄는 정부의 ‘무관용 원칙’ 21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 김성호 법무부 장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등 3개 장관 공동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조 집행부는 물론 불법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반드시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무관용의 원칙’은 파업 시작도 전에 금속노조 지도부 23명에 대한 소환장 발부로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 25일 금속노조 임원을 비롯한 지도부 전원에게 문자메시지로 출두요구서를 보낸 데 이어 지난 26일엔 2차 소환장을 금속노조 사무실로 퀵서비스로 보냈다. 울산경찰청 수사과는 26일 “현대차 지부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이상욱 현대차 지부장 등 6명의 노조 집행부 간부들에 대해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시한부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시사, 퀵서비스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소환장 발부 등 정부의 탄압이 전두환·노태우 시절보다 더 하다”고 비판했다. ■ 한미FTA, ‘노동자와 상관없나’ 정부는 담화문에서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이 한미 FTA 체결저지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총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없는 정치파업으로 목적과 절차상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현행 노동법이 쟁의행위를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이라고 정한 상황에서 정부와 사용자단체들은 금속노조의 파업이 근로조건과 관련되지 않은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한미FTA 체결로 인한 고용불안이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히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 부족도 이번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맹목적인 공세에 한 몫을 했다. 기업별 노조는 해당 노조가 사용자에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지만 산별노조는 이런 기업별 노조의 요구를 모두 아우른다. 또한, 정부의 정책이 해당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경우 산업별 노조는 당연히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이유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미FTA가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에 대한 현 정부의 일관되고 일방적인 공세가 이번 금속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는 근본적인 이유다. ■ “정치파업을 무조건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법학자들 사이에서 정치파업을 놓고 논란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로조건이라는 범위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 지가 이른바 경제적 정치파업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위원장 강기탁)은 ‘근로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이른바 ‘경제적 정치파업’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변은 “‘정치파업’이라고 하여 무조건 불법이다,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며 ”그렇게 단정적으로 보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과 관련 있는 입법 행정조치의 촉구 또는 반대를 위하여 행하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고, 이른바 ‘정치파업’ 중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 근로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이른바 ‘경제적 정치파업’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민변은 “한미FTA 체결 여부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하락 및 고용 불안과 직결된 것이고, 그 체결에 대한 반대는 결국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 과연 절차는 무시되었는가? 한편, 정부와 사용자단체는 파업 이전에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야하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욱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지난해 11월 한미FTA 체결 반대 파업 찬반투표에서 60%이상이 찬성을 해 찬반투표를 다시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다만 한미FTA체결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더 많지만 언론의 비판성 보도에 주눅이 들어 정치파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에서 금속노조 집행부가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다가 중앙위가 이를 취소해 결과적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빚었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의 파업 결정은 조합원이 위임한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단체 그리고 수구언론의 ‘트라이앵글’은 한국의 노동운동의 진정성을 왜곡하고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높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TV토론 프로그램에서 “노동조합이 다른 정치적 목적을 뒤로 숨길만큼 떳떳하지 못한 조직이 아니다. 진정성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에 대해 거침없는 편견을 쏟아내는 이들에겐 이 말이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을 지…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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