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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성희롱’전혀 다른‘처벌’

같은 학교에서 성희롱당한 ‘준코’와 ‘여성노동자’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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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호 ⁄ 2007.07.02 15:36:58

KBS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일본인 유학생 준코 씨가 방송에서 대학 강사로부터 성적을 미끼로 ‘잠자리를 같이하자’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이 일었다. 2004년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한 사가와 준코 씨는 “대학교 1학년 때 수업에 몇 번 빠졌더니 담당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일본인은 한국 여자보다 남자랑 잘 잔다며’라고 말한 교수는 ‘나랑 같이 자면 수업에 아예 안 들어와도 성적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었다. 곧바로 그녀가 다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에 누리꾼들의 항의 글이 빗발쳤고 학교에 항의 전화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학교 측은 다음날인 26일 처장단 회의를 거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한국외대 부설 한국어문화교육원의 계약직 강사 김 아무개씨가 낸 사표를 수리했다. 방송인이자 연예인 ‘준코’씨에 대한 성희롱 사건에 대한 학교 측 대응은 그야말로 ‘초스피드’였고 ‘일사천리’였다. ■ 너무나 달랐던 1년 전 성희롱 사건 정확히 1년 전에도 이 학교에서는 교수가 파업 여성노동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방송인 준코’와 ‘파업 중인 여성노동자’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은 전혀 달랐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조는 지난해 초 학교의 일방적인 단체협상 해지 통보와 조합원들에 대한 파면, 해고, 정직 등의 중징계에 맞서 150여 일 넘게 파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학교 용인캠퍼스 이 아무개 교수는 노조의 한 여성 노동자에게 “가슴 보여, 거기나 가리고 다니지”라는 발언을 해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었다. 가해자 이 교수는 다른 여성 조합원에게도 “예쁜 것하고 얘기하니까 말도 잘 나오네”라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노조는 ‘성희롱’이라며 학교 측에 항의했지만 학교는 묵살했다. 심지어 이 사건을 학내에 대자보로 붙인 학생에게마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무기정학의 중징계를 내렸다. 즉, ‘성희롱을 성희롱’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 학교 측, 인권위 권고마저 소송으로 맞서는 중 결국 학교 측이 일관된 ‘모르쇠’ 입장을 보이자 외대 노조 조합원 신 아무개씨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13일 “파업과정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모 교수가 여성 조합원에게 행했던 부적절한 행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가해자인 이모 교수는 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해당 교수에 대한 경고 조치와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을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가해자인 이 교수는 인권위의 특별인권교육을 받지 않았고,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도 경고조치나 재발방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해당 교수는 “(자신은) 상급자로서 옷매무새에 대한 지도를 하였을 뿐”이라고 말했고 학교도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27일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성희롱 가해자의 편을 철저히 옹호하고 있는 학교 당국이 언론과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처리한 이번 성희롱 사건을 지켜보면서 학교 측의 상반된 모습에 다시 한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국가인권 권고이행과 함께 성희롱 사실을 대자보로 알린 학생에 내린 무기정학 징계 철회를 촉구해, 향후 학교 측이 어떻게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노동자가 당한 비슷한 성희롱을 학교 측이 전혀 다르게 대응하는 것. 학생들에게 이 천박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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