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상무이사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정 결의 이전에 전환사채 인수자금을 미리 준비했으며 삼성그룹 구조본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 또는 승인 및 그룹차원의 기획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민변·민주법연·참여연대 4단체 공동의견서 및 변호사·교수 등 전문가 153인은 지난 달 28일 ‘이건희 회장 기소촉구 4단체 전문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찰에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의 총체적 진실 규명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즉각 소환조사·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삼성그룹이 결코 총수일가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검찰이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기소를 통해 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내 1위의 경제권력 삼성이라 할지라도 결코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민주국가의 평범한 진리에 따라 이 땅에 공명정대한 법치주의가 형형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및 추가기소와 함께 공범관계에 있는 당시 에버랜드 법인주주들의 이사들에 대해서도 추가기소하고 이재용 씨의 삼성계열사 주식거래와 관련해 고발 및 재고발이 이루어진 e-삼성 및 삼성 SDS BW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자를 소환조사하고 책임자를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 이건희 회장 부자 소환만 해결 4단체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 또는 승인 및 그룹차원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씨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헐값으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실권 후 이재용 씨에게 배정·인수하게 하였다는 것은 이미 1, 2심 판결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건희 회장 자신은 13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실권하면서 전환사채 청약 당일 딸들에게 48억원을 증여하여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한 점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와 에버랜드 간에 아주 근접한 시기에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사실상 지배권 교환거래가 있었던 점을 이들 단체는 제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들 단체는 대량실권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일하게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제일제당(현 CJ)에게 추가 인수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점에 다가 전환사채의 발행이 회사자금조달계획과 무관하게 급하게 기획된 점을 들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전환사채 등을 통한 변칙증여에 대한 과세제도가 마련되던 시기였으며 계열사 지분 인수와 매각 등을 통한 이재용 씨 후계구도 완성과정의 일부였던 점 등을 통해 추단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당시 법인주주들이 현저한 저가로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한 것에 대해 당시 에버랜드가 매출액과 영업 이익면에서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여왔고 당기순이익도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흑자였으며, 높은 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을 제시했다. 또 중앙일보·제일모직·삼성물산 등 법인주주들은 당시 상당한 액수의 흑자를 시현하고 있었고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각 회사의 당시 재무상황에 비추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반면, 현저하게 저가에 발행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전환사채의 실제가치에서 인수대금의 차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인수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공모에 가담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발행절차와 발행가격 면에서 모두 불법이었다는 점이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의해 재차 확인되었다. 이는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승계하기 위한 과정이 불법이었다는 점을 뜻한다. 지난 5월2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에게 헐값으로 발행한 사건의 항소심 형사재판에서 에버랜드 임원들이 정상적인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부당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해 이재용 씨에게 그만큼의 이득을 주었다고 판결했다. ■ 시민단체,‘삼성관련, 법원 미온적 태도 비난’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전환사채 발행의 주된 목적이 자금조달이라기보다는 지배권 획득 등 이재용 씨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최초에 결의한 이사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도 인정하였고 전환사채 발행가격도 정상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판결하였다. 즉 전환사채 발행의 절차와 내용 모든 면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계획적인 불법행위였다는 것이다. 물론 1심 재판부는 물론이거니와 항소심 재판부도 에버랜드 임원들의 배임죄 여부만 판단했을 뿐, 이건희 회장 등 삼성그룹 차원의 공모 여부는 판단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점을 보면, 이재용 씨에게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넘기기 위한 행위가 에버랜드라는 계열사 임원들의 독자적인 판단과 계획에 따른 것이라 믿을 사람은 없다고 시민단체들은 밝혔다. 검찰은 지금껏 항소심 재판 후에 이건희 회장을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이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경고했다. 1심 판결에 이은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씨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분명해졌다.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적 비판이나 사법기관의 법적 책임 추궁을 더 이상 회피해서도 안되며 총수의 지배하에 있던 계열사 임직원에게 책임을 떠 넘겨서도 안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불법적인 방식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대물림하려던 지금까지의 시도를 중단하고, 불법적인 대물림 시도로 개별 회사 등에 끼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비록 유죄를 인정하였다고는 하지만, 과연 범죄의 성격과 규모에 걸맞게 형량이 선고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1심 재판부와 달리 훨씬 형량이 무거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의 배임죄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고된 형량은 원심과 동일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에 불과하고 벌금 30억원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배임액수가 50억원이상 인만큼 법정형이 징역5년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양형사유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집행유예가 가능한 최대 형기인 3년으로 감형해주고 집행유예를 허용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는 기업인들의 배임·횡령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처벌해온 과거의 관행에서 이번 재판부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이같은 법원과 법관들의 미온적 태도가 기업인들의 배임·횡령·회계분식과 같은 주요 경제범죄를 조장한다는 점에 비추어보았을 때 유감스럽다고 시민단체는 밝혔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