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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禍는 입에서 나온다』

엎질러진 물, 다시 담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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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호 ⁄ 2007.07.16 12:00:12

불가(佛家)의 경전인 야운비구(野雲比丘) 자경문(自警文)에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을 가벼이 말라. … 자주 나는 새는 그물에 걸릴 재앙이 따르고, 가벼이 날뛰는 짐승은 화살에 맞을 재앙이 도사린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설산에서 6년을 앉아서 움직이지 않으셨고 달마스님은 소림굴에서 9년을 말이 없으셨다. 후세에 배우는 사람들이 어찌 이 일을 본받지 않을 것인가』라는 경고문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종교나 도학류의 분야에서 적합한 논리이지 오늘날 정치인이나 부하를 많이 거느려야하는 단체장들에게는 백번 부합되지 않는다. 정치나 부하 통솔의 도구가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디(Sadi)는 『말해야 할 때에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에 말하는 것은 지성의 두 개 수치이다』고 말하며 술회(述懷)와 침묵의 균배를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판이 5일 『세계 각국 정치인 실언록(失言錄)이란 기사에서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을 첫머리에 올렸다. 인민일보는 『화는 입에서 나온다』(禍從口出)를 큰 제목으로 달고 대통령과 총리급, 각료급, 관료와 유명인사 등 세 부류에서 「입 큰 사람」(다쭈이 : 大嘴)을 선정했다. 중국에서 「다쭈이」는 지나치게 말이 많고, 과장되게 말을 하고,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거나 비꼴 때 쓰는 말이다. 인민일보는 다쭈이의 내용을 들어 그 순위를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을 맨 위에 올렸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뒤를 이었다. 인민일보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주자를 비판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은 것을 「실언」으로 규정했다. 『한국의 법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요구하는데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를 혹독히 비판해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정과 경고를 받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비록 인터넷판이긴 하지만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외국 정치인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갓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터넷판에 신경을 곤두세울 일은 아닐지 몰라도 『착한 것과 악한 것이 모두 나에게 스승이 된다』(善惡 皆我師)라는 명언을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인민일보의 지적에 우리의 상념을 머물려 볼만은 하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覆水 不返盆)는 말은 한번 내뱉으면 다시 환언하지 못한다. 그 대신 세치 혀가 천군만마를 물리치고 위태로운 국가운명을 반전시킨 역사를 우리는 많이 읽어왔다.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기 자신을 찍는다』― 불교경전 「수타니파아타」에 나오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한국의 지도자급에 있는 고위 인사들이여 말조심, 또 말조심하여 도끼로 자기 자신을 찍는 불상사가 없도록 진력 초사(焦思)하길 바란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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