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홍보 담당자가 범하기 쉬운 오류는 오로지 ‘광고 찌라시’ 차원의 막무가내 식 접근이다. 원인은 ‘알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하나도 빼놓지 않으려는 욕심이다. 우격다짐으로 또는 나열식, 백과사전식으로 접근했다가 정작 소비자인 유권자는 지친다. 이번 대선에 화두는 UCC라고 예견하는 전문가(?)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남들 다하는 레드오션의 피 터지는 시장에서 경쟁자를 월등히 뛰어넘는 성과를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UCC를 동영상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오해하지 말자. 디지털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UCC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이 HD 동영상으로 나온다. 공유 사이트에선 혼을 쏙 빼놓는 미드가 넘친다. 이미 유행지난 유치찬란한 패러디에 열광할 것이라는 기대, 혹 캠프에서 쏟아내는 저질 해상도의 동영상을 눈 빠지게 볼 것이란 기대는 당신들만의 착각이다. ■ 홍보와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가 무엇인가? 긴 설명보다는 벌써 예전에 유행한 디시인사이드의 ‘솔로부대’ 패러디 물을 연상하자. 대부분이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선전선동 포스터를 차용한 것이다. 기원을 따지면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신앙의 보급, 포교에서 비롯됐다. 프로파간다의 방식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 전달이고, 이를 통해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프로파간다는 기원부터 소비자는 안중에 없다. 원래 의미가 포교이듯 믿음, 믿느냐 안 믿느냐. 이게 전부다. 이에 비해 홍보는 좀 세련된 면이 있다. 홍보는 의미 자체가 민주적이다. 쉽게 말하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활동이 홍보 활동이다. 강제적 권력의 전제국가와 대비해 아쉬울 게 많은 기업이나 단체는 일단 저자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홍보는 소비자의 눈치를 살피는데서 시작한다. 소비자의 불만이나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수집하는 것이 먼저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선거자금 모금에 눈이 벌겋도록 뛰었다. 뭉칫돈이 들어가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미디어 광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출처가 어딘지 냄새가 풀풀 풍기는 되도 않는 UCC 만들려고 발버둥 치기보단 지금부터 실력 있는 광고쟁이를 섭외할 것을 권한다. ■ 유권자 접근을 막는 홈페이지 - 그 참을 수 없는 식상함 먼저 총론 격으로 유력 대선 주자들의 홈페이지를 촌평하자면 한 마디로 ‘교조적’이다. ‘자발적 지지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소위 팬클럽을 자칭하는 온라인 사이트들은 공식 홈페이지 자료 퍼오기 수준을 넘지 못한다. 다음으로 중간만 하자는 생각인지 식상하다. 천편일률, 동종교배, 체세포 분열…. 다 똑같다. 그놈이 그놈이다. 폰트 바꾸고, 메뉴 배치 바꾸고, 디자인 좀 다를 뿐. 오로지 그뿐이다. 물론 웹사이트 개발자들에게는 땡큐다. 솔루션 개발해서 그대로 넘기면 되니까. 물론 그나마 새로운 시도가 가상한 주자도 있었다. 온오프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지켜지는 원칙이 있다. 원칙에 충실하고 가상공간의 의미(상상하는 그대로 창조할 수 있는)에 집중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꿈이 아니다. 전직 프로레슬러 제시 벤츄라(Jesse Ventura)는 1998년 개혁당 후보로 미네소타 주지사로 당선됐다. 벤츄라는 최초의 ‘사이버 주지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인지도·자금동원력에서 앞섰던 민주당·공화당의 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인터넷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당연하지만 당시로선 흔치않은 기반이 있었다. 미니애폴리스(Minnapolis)의 잘 갖춰진 통신망, 똑똑한 유권자, 인터넷에 익숙한 대규모의 전문가 계층 등 인터넷 선거운동에 딱이었다. 헌신적 자원봉사자 덕분에 후보와 유권자를 직접 접촉할 수 있었다. 득표의 3%가 인터넷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참고로 우리나라 16대 대통령 선거의 표차는 2.6%였다. ■ 상호과정 - 너는 그게 재미있냐? 이른바 홍보의 4대 원칙이 있다. △진실성 △상호과정 △공공이익 합치 △인간적 접촉이다. 일단 진실성과 공공이익 합치는 캠프 양심에 맡긴다. 여기서는 상호과정과 인간적 접촉 두 가지에 집중한다. 알리고 싶은 것과 알고 싶은 것에는 괴리가 있다. 대선주자의 온라인 홍보 담당자들이여,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포교 활동은 그만하자. 홍보는 상호과정이라는 측면에 주목하자. 홍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칙으로 한다. 일방적인 정보의 발신만으로는 생명력을 지닌 홍보가 될 수 없다.
이명박 선수 진영을 예를 들자.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 알리고 싶어 한다. 여기서 반문한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그보다 왜 상대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반발하는지, 같은 당의 후보가 왜 기를 쓰고 딴지를 거는지 알고 싶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반도 대운하’ 메뉴 옆에 딴지들을 조목조목 배치하면 어떤가? 제목은 ‘박근혜가 한반도 대운하에 딴지 거는 이유’ 이 정도가 좋겠다. 한 마디 더 보태면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앞서가는 자의 여유’라면 할 말이 없지만, 알리고 싶은 것만 나열할 것인가? 의문을 풀어줄 것인가? 상대방의 비판에 수세적 방어는 입지를 협소하게 만든다. 평가가 좋던 나쁘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면 성공이다. 공세적 대응이 오히려 정책 홍보에 효과적이다. ‘문화일보 이미숙 기자’ 사건이나, ‘조선일보 20촌 놀이’가 누리꾼 사이에 유행했다. 이 소식은 오프라인 신문에까지 게재되었다. 여기서 블로거들의 역할에 주목하자. 진원지는 블로그였다. 문제를 지적하고, 확대 재생산했다. 생산에 유통 총책까지 맡은 셈이다. 인터넷 상의 정보 소비자는 단순 소비자로 머물지 않는다. 동대문 두타빌딩의 옷가게 보다 온라인 세계의 유행은 훨씬 넓고 파괴적이다. 디자인실과 공장을 거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논스톱이다. 얻은 정보는 주인이 직접 가공하고 블로그, 게시판, 커뮤니티에 넘친다. 이것이 UCC다. ■ 네티즌의 참여를 허(許)하라 진정한 블로거들의 특징은 ‘펌질’을 혐오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이유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외면하는 이유다. 출처도 없이 마구 마구 떠다니는 저작물을 보는 블로거는 가슴 아프다. 어디선가 가져온 사진에라도 자신만의 편집과 코멘트로 그것은 새롭게 탄생한다. 밀리터리 게시판에 네티즌이 붐빈다. 네이버 블로그 최다 스크랩을 요리 레시피시가 차지한다. 밀리터리 게시판의 단골 글쟁이는 준군사전문가가로 대접받는다. 퍼오는데 그치지 않고 용기를 얻어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을 맛깔나게 올린다. 누리꾼은 찬사와 펌질로 존경을 표시한다.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라는 똑똑한 소비자다. 손학규 홈페이지는 용감하다. 일방향 커뮤니티에 검색조차 불가다. 이정도면 손쓸 수도 없다. 한 마디로 손학규의 온라인 전략은 실패다. 출범 후 일어나는 각종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실제사용자인 논객, 팬클럽 짱 등 프로슈머 급 지지자의 참여가 절실하다. 제작이전 온라인 전략을 세울 때부터 프로슈머의 참여와 활동영역을 보장한다. 반대로 헌신적 활동을 약속 받는다. 소위 ‘폐인’ 그룹이 온라인의 흥망을 좌우하는 리더그룹이었다. 이는 디씨인사이드, 짱공유닷컴,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등 다수의 성공한 온라인 사례에서 확인했다. 물론 잘 계획된 홈페이지도 고려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프로슈머 그룹이 평가그룹까지 견인한다면 금상첨화다. 끼어들 여지가 없는 대선주자 홈페이지에 홍보는 없다. 오로지 프로파간다만 존재할 뿐이다. 상호과정은 없고, 일방적 통보만 있다. 그럼 돌아오는 반응은 “내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라는 차가운 외면이다. 여지를 줘야 한다. 네티즌의 참여를 허(許)하라. ■ 인간적 감성적 접촉 - 박근혜의 미니홈피의 시사점 지난 2006년 11월 한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미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한다(18.9%)는 대답이 늘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박근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드럽다’, ‘호감이 간다’, ‘성실하다’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순위 상위에 랭크됐다. 박정희의 독재정치가 20~30대에게 큰 거부감이 없다는 해석도 있지만, 박근혜의 감성적 접근이 먹힌 이유도 크다. 박근혜 미니홈피 방문자가 2007년 6월을 기준으로 600만 명을 넘었지만 대중적 이미지가 높다는 정동영 미니홈피는 하루 10명의 방명록도 채우기 힘겹다. 네티즌은 인터넷에서도 사람냄새를 맡고 싶다. 박근혜 미니홈피에서는 ‘인간적 접촉’ 즉, 다른 대선주자에서는 찾을 수 없는 휴머니티와 감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돗개 분양 같은 소식이 회자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 힌트를 준다면 홈페이지에서 후보의 사진은 솔직히 신물 나게 지겹다. 이젠 증명사진보다는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준 후보에게 한 표 기꺼이 찍겠다. ■ 공식홈피와 팬클럽의 역할 분담 애당초 공식홈피에서 이런 휴머니티를 전달하려는 노력 자체가 헛된 노릇이다. 자칫 가식이나 거부감을 일으켜 부작용을 낳거나, 애써 준비한 컨텐츠도 그날그날의 알리고 싶은 소식에 묻힌다. 홈페이지가 인내심이나 호기심으로 충만한 네티즌 전용이 아니라면, 감성을 전달하는 역할은 미니홈피와 팬클럽에 맡기라. 공식 홈페이지, 공인 팬클럽, 카페 형식의 팬클럽, 웹진은 각자 해야 할 역할이 다르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온라인 팬클럽마다 지역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나 어느 하나 잘되는 곳이 없다. 홈페이지 하나 구축하는데 비용을 짐작해봤다. 끔찍하게 아까운 돈이다. 팬클럽이나 미니홈피로 한 표를 얻겠다는 기대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정교한 계획 하에 회원 방문자와 감성적 교감 자체를 목표로 하라. 방문자가 적어도 공약을 거부감 없이 읽어줄 정도의 여유를 찾거나, 의외로 성공적이라면 고맙게도 포털뉴스 악플러에 대응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