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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잘알면 마케팅은 즐겁다

LG경제연구원, ‘소비자만 이해하면 전략 수립 반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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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호 ⁄ 2007.07.23 13:55:46

“마케터의 최대 고민은 무엇일까?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것인가? 출시한 상품에 대한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발굴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가? 이 중 어느 하나도 마케터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케터의 최종 목적지인 ‘고객 이해하기’일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전 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들의 어려움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말은 없을 것이다. 마케터는 소비자를 알고 싶어한다. 소비자를 잘알면 마케팅이 즐거울 것 같다. 그러나 맘 먹은대로 소비자를 알기는 쉽지 않다. 속내를 잘 들어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속내를 들어낸다 하더라도 그게 진실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도 모르는 잠재적인 동기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는 흥미로운 존재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비논리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해야 한다. 소비자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략 수립의 반 이상은 끝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를 사회심리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최근까지도 여러 이론을 통해 많은 학자들이 소비자의 행동을 설명해 왔고 이론을 수정, 정립하고 있다. 기업의 관심이 점차소비자를 아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해 감에 따라 마케팅 실무자에게도 이는 더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 희소한 것은 더 가치가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그것이 사라질 수도 있음을 깨달으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에게 그것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그래서 더 소유하고 싶은 것으로 느끼게끔 한다. 희소성의 법칙은 희귀한 정도에 따라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를 달라지게 한다. 심리학자 린(Lynn)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는 인식이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어떤 대상의 가치는 그것의 이용 가능성(Availability) 이라는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점점 희귀해져 간다는 것은 점점 이용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고 이는 그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자유가 제한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고 이 특권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도록 한다.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바로 심리학자 브렘(Brehm)에 의해 제기된 ‘심리적 저항 이론(the 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 이다. 브렘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대상에 대해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당하게 되면,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가 유발되어 우리는 그 자유를 이전보다 더욱 더 강렬하게 원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만일 어떤 대상이 점차 희귀해져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면 우리는 그 대상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소유하려는 심리적 저항을 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LG전자에서 나온 아트캔유는 이런 희소성의 법칙을 잘 활용한 사례이다. 유명 화가, 만화가 등이 직접 디자인한 ‘휴대폰 작품’ 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이라는 메시지는 인터넷을 통한 세 차례 예약 판매에서 400대가 1시간도 안 돼 모두 판매되는 기록을 창조하였다. 다른 제품에서도 희소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 코리아)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던힐 시그너처 컬렉션(Dunhill SignatureCollection)을 한정 판매하였고,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 GTI Fahrenheit(파렌하이트)’ 를 전 세계적으로 1,200대, 국내에선 50대만을 한정 판매하여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 사회적 증거가 확실한 것을 선택하려 한다 이처럼 희소성의 법칙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방법은 수량을 한정하거나 구입시기를 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값어치를 올리거나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정말 구하기 힘든 희귀상품일 필요는 없다. 단지 소비자들이 그렇다고 믿게만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소비자들에게 그가 사려고 하는 물건이 구하기 어렵다거나 혹은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살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나 정보를 흘리는 것만으로도 그 물건의 가치는 높일 수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결정한 선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선택에 기대어 큰 고민 없이 의사 결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인간이 사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특별히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 행동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면, 즉 사회적 증거에 따라 행동하면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다수의 행동은 올바르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매년 일정 시기에 고객 만족 조사관련 전문 기관에서는 제품별 고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또한 신문 등에서도 ‘소비자가 뽑은 10대 상품’ 등의 타이틀로 제품을 선정하여 언론에 알린다. 이런 결과에서 1등을 차지한 기업은 제품을 광고할 때 이런 문구를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제품임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광고에서 흔히 보는 ‘가장 많이 팔린’ ‘대부분의 사람이 선택한’등의 문구도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활용한 예이다.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때 정보가 충분치 않으면 이런 증거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모두 비슷하게 생각할 때는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것, 즉 사회적 증거가 확실한 것만큼 선택의 위험이 적은 것은 없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기억을 크게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구분한다. 감각기억은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모든 것으로 1~2초 정도만 저장된다. 단기기억은 감각기억을 거치면서 잊혀지지 않는 정보로 20초 정도 저장하고 사라진다. 장기기억은 단기기억에서 처리된 내용이 암기나 정교화의 단계를 거쳐 저장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저장된다. ■ 중요한 것만 장기 기억으로 보관하려 한다 쉰들러와 아이만(Schindler & wiman, 1989)의‘미결정효과(under-determination effect)’는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관심이 가고 중요한 내용은 무의식적으로 자주 반복함으로써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려 한다. 정보를 불러올 때 장기 기억에서 나오는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단수 가격(Odd Pricing)은 이를 마케팅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수 가격(Odd Pricing)은 9로 끝나는 가격으로 마케팅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격 정책이다. 실험결과에 의하면 200만원이라고 붙어 있는 TV와 199만원이라고 붙어 있는 TV중 199만원일 때 구매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단지 1만원 차이가 구매 유인력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격의 끝자리는 의사 결정에 있어 첫 자리에 비해 중요도가 덜하다. 중요도가 덜하기 때문에 관심이 덜 가게 되고 기억하기 위한 노력도 덜하게 된다. 따라서 장기 기억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러니까 가격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릴 경우소비자는 첫 자리는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나 끝자리는 짐작으로 맞추게 된다. 만일 소비자가 끝자리까지 정확히 기억해 낸다면 올바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200과199를 기억할 때 이를 200만원대, 100만원대로 기억한다. 따라서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에 대한 기억은 실제 가격을 과소 평가하게 하고 덜 비싼 것으로 판단해 구매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 개입을 했으면 일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의사 결정을 했으면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 결정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이 더들거나 더 낫지 않은 경우에라도 말이다. 사회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지금까지 행동해 온 것과 일관되게 혹은 일관되게 보이도록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를 ‘개입(Commitment)’과 ‘현안 해결의 지름길’ 이라는 2가지로 설명한다‘, ’개입’은 소비자의 행동을 결정짓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단 개입하면 일관된 방향성을 포기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입장을 취하게 되면, 그러한 선택이나 입장과 일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러한 부담감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이전에 취한 선택이나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있다(Fazio,Blascovich, & Driscoll, 1992). 따라서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결정된 입장에 따라 일관적으로 행동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두 번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현안 해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매우 복잡하다. 특히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면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의사 결정 사항도 많아지고 부딪혀야 할 사안도 늘어난다.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 이미 결정한일에 대해 다시 번복하는 일은 피곤하다.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를 다시 찾아 비교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처야 한다. 일관성을 고수하는 것은 복잡다단한 일상생활을 비교적 편리하고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손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현안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매력은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 미끼 상품(loss leader)은 일관성의 법칙이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침에 신문사이에 끼워오는 전단지에는 늘 ‘오늘만 이 가격’, ‘특보’등의 수식어를 단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이 전면을 장식한다. 이 정보를 접한 소비자는 이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들른다. 미끼 상품은 한정적일 경우가 많기에 매장에 들렸을 때 해당상품은 이미 모두 팔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그 상품이 없다 하더라도 같은 종류의 다른 상품을 구매한다. 비록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말이다. 원래 사려고 했던 상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 때문이다. 즉, 일단 상품을 구매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대상물은 달라졌어도 여러 가지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이유를 찾으면서 구매 행동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 무엇을 받으면 되돌려 줘야 한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이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고 한다. 상호성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법칙은 남에게 받은 호의가 결코 공짜가 아니라 분명 미래에 내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심리학자 리건(Regan, 1971)의 연구에 의하면 작은 것이라도 호의를 받으면 아무런 것도 받지 않았을때 보다 호의를 베푼 사람의 요구를 더 잘 들어준다고 한다. 작은 호의라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방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베풀었던 상대의 호감도와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빚진 기분을 느꼈으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혹은 그 이상의 호의를 베푼다고 한다. 이는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설명한다. 최근에 보험설계사들은 ‘파이낸셜 컨설턴트(Financial Cunsultant)’ 라는 이름으로 보험 판매 이외에 재테크 상담, 금융 상품 소개 등 전반적인 재정관리도 같이 해준다. 단순히 보험 가입만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간격으로 제공하는 이런 정보들을 일방적으로 받다 보면 나중에 보험가입을 권유받았을 때 거절하지 못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일방적으로 받아온 호의가 갚아야 할 빚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간 내면의 몇 가지 심리 기제를 설명하였고 이를 통해 소비자 행동을 이해해 보았다. 소비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단순히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마케팅은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마케팅 전략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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