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했다는 소식이다. 아직 IAEA검증단의 공식적인 검증과 확인이 없었지만 IAEA사찰단을 받아들이기로 한 상황에서의 공식발표이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수수꼴통인 필자의 관측에서도 영변핵시설 폐쇄는 ‘사실’인 것으로 믿어진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일보이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의 일보이다.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구축을 위한 사실상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리 성급한 기대도 후한 점수도 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 영변핵시설 폐쇄가 분명 진전된 행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북한이 보여 온 행태를 보면 마냥 기뻐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북한이 며칠 전에 약속한 대로 중유가 도착하자 곧바로 영변의 핵시설 폐쇄를 한 것은 진전된, 신뢰의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성경에도 “너희는 그 행위를 보아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의 행위들로 사람이나 집단의 진정성과 앞으로의 행위들을 미루어 짐작하고 판단하고 그에 맞추어 우리의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변핵시설에 대한 폐쇄가 문제 해결의 종착점은 아니다. 앞으로 핵시설의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의 영구적인 불능화가 이어져야 하고, 핵실험으로 부분적으로 인정이 된, 북한이 이미 개발 완료했다고 선언을 한 핵무기에 대한 폐기조치가 있어야 하고, 또한 비중은 낮았지만 꾸준하게 제기되어온 농축우라늄에 대한 의혹의 해소와 기타 군사적 신뢰조치들, 그야말로 험난한 고비들이 너무도 많다. 이런 난제들로 인해 겨우 고개 하나를 넘었다고 해서 희희낙락할 수도 장담할 수만도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정일과?그 정권이 대내외 약속 이행과정에서 이제껏 보여 온 것처럼 그들의 위험성과 예측불가능의 속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해 폐쇄를 한 것은 분명 인정받아야할 긍정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경계의 마음을 늦추지 말아야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핵시설 폐쇄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던 북한이 대외 약속 중의 하나의 이행에 불과하고 그것도 지연(遲延)이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글 고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