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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를 살린 민간단체의 저력

웃물은 흐려도 아랫물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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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호 ⁄ 2007.07.23 11:30:56

서경(書經)의 제1편 요전(堯典)에 요 임금이 즉위한지 60년쯤 되었을 때 중국 땅에 홍수가 일어난 일이 씌어 있다. 사마천(司馬遷)은 이 서경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요 임금 시절 홍수가 하늘을 치닫고 넘쳐흘러 산을 싸고 뭍을 덮쳐 백성이 그것을 근심하다』(夏本紀)라고 썼다. 『대지는 끝 간 데를 모르게 물에 잠기고 언덕들은 물에 묻히고 산봉우리들은 바다의 작은 섬처럼 둥둥 떠 있었다』― 이 얼마나 장대한 묘사인가. 그러나 맹자(孟子)에는 이때의 정경이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요의 시대 천하는 결코 평온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강물이 제방에서 넘쳐나서 온 천하는 가는 곳마다 물에 잠기고 뱀이나 용(龍)들이 횡행해서 사람이 발붙이기가 어려워 낮은 곳의 사람들은 나무위에서 살고 높은 곳의 사람들은 굴속에서 살았다』― 이 대홍수를 다스리도록 명령받은 사람이 황제의 증손 곤(鯤)이었다. 곤은 9년 동안이나 치수(治水)에 노력을 다 했지만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해 당시 섭정으로 요를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리던 순(舜)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요 임금은 다시 곤의 아들 우(禹)에게 부친의 유업을 계승하여 홍수를 다스리도록 명령했다. 우는 홍수 때문에 죽음을 당한 부친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13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크고 작은 하천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정리하고 국토를 기름지게 만들었다. 우는 이 공적으로 순으로부터 국정대권을 위임받고 순이 죽자 백성들에게 추대되어 제위에 올라 국호를 하(夏)라고 불렀다. 하는 곧 대(大)를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고 있는 리위안치오(李源潮) 장쑤성(江蘇省) 당 서기가 환경보호를 위해 철퇴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경제개발을 이유로 환경을 파괴하거나, 보호에 실패한 관리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현직에서 쫓아내어 「집단 교육」에 보내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리 서기가 이처럼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타이후(太湖) 때문이다. 아름답고 청아한 풍경으로 유명한 타이후가 오염으로 썩은 웅덩이로 변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런데도 관할 우시(無錫)시 관리들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지난달 말부터 우시 대부분 지역에 식수가 끊겼다. 수원지인 타이후의 오염이 워낙 심해서 정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우시엔 당장 물난리가 났다. 우물을 판다, 트럭을 빌려 외지로 물구하기에 나서는 판이 벌어졌다. 리 서기는 대로했다. 지난 7일 우시 시 전 간부를 불러놓고 『어떻게 마실 물 하나 제대로 공급 못하는 정부가 됐단 말이냐. 환경보호 실패하면 자리를 내 놓으라』고 호통을 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패한 국책사업의 하나로 꼽히던 시화호 종합계획이 제 궤도를 찾는 낭보가 보도되고 있다. 악취로 접근조차 어려웠던 공단주변 하천이 맑은 하천으로 탈바꿈 된 것이다. 「2007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시화호 연대회의」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시화호 연대회의는 화성· 안산· 시흥 등 시화호 주변지역의 11개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이들이 정부에 손을 뻗쳐 시화호 살리기 운동에 나선 모체인 것이다. 그때만 해도 정부는 먼 산만 쳐다볼 뿐 옴쭉 않고 있었던 것이다. 국토가 넓은 중국이 대국인가, 국토는 비록 좁지만 현명한 국민이 있어 치국치수로 국토를 지키는 우리나라가 대국이지. 주변 열국의 침략을 끝끝내 물리치고 조국을 지켜온 우리민족의 지혜와 저력은 종당에 가서는 세계 뭇 민족을 향도(嚮導)하는 기수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자. 남는 문제는 현명한 지도자가 나서는 일이다. 다음 대선에는 심기일전, 든든한 대통령을 뽑아야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 보면 언제나 웃물은 흐렸지만 아랫물은 깨끗했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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