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념적 형평 추구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정책실패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특징은 주로 가격급등 문제가 심각할 때마다 발표되었다는 점이며, ‘가격급등→대책발표→단기안정 후 재급등→새로운 대책발표’라는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이 과정에서 정책의 범위, 정책의 강도가 확대되고 강화되는 등 확전일로의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되고 있다.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 www.cfe.org)은 <부동산 정책: 선한 의도, 그러나 치명적 정책 실패>라는 보고서를 통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의도 차원에서는 좋았던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근본적으로 경제문제인 부동산 문제를 경제외적인 이념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 그리고 의욕만이 앞서 미숙함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실패를 자초했다고 밝혔다. ■정부도 인정한 실패한 부동산 정책 이보고서를 작성한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출범이후 현재까지 여러 가지 정책을 수행해 왔다면서 이러한 정책들에 대해서 정부 스스로는 대개 ‘성공적’이라든가 또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 교수는 하지만 다른 정책들과는 달리 한 가지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 스스로도 실패를 인정한 분야가 있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부동산 정책이라고 밝혔다. 사실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많은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분야. 국정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이라며 수시로 관련 정책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발표된 부동산 관련 정책은 작은 것 까지 모두 포함하는 경우 30여개 이상, 큰 것만을 간추려 보아도 대략 8개가 넘는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로 가격급등의 문제가 심각할 때마다 발표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김 교수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가격급등의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거의 전 시기에 걸쳐 발생했기 때문에 어떠한 정책이 언제 발표되었고 또 언제 변경되었는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부동산 대책들이 하도 자주 발표되다보니, 식별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10·29 대책에 포함되었던 주요 정책들로는 종합부동산세의 도입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정책, 주택담보 대출축소, 개발부담금 제도의 부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10·29 대책은 추가대책까지도 미리 공개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즉 ‘이것으로 안된다면 그 다음은…’이라는 식의 엄포까지 사용했던 매우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서슬퍼런 정책대응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은 2004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은 2005년 다시 수도권/중대형 평형 주택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가격변화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정부는 2005년 8월 31일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 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8·31 대책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외에도 분양가 상한제 확대실시 등이 포함되어있는데, 정부가 쓸 수 있는 웬만한 정책들은 대부분 채택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가격급등→대책발표→단기안정 후 재급등→새로운 대책발표’ 라는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책대응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특징을 갖는다. 초기에는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정규제 위주에 머무르지만, 이후 조세 및 금융정책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책이 나올수록, 정책대상이 보다 많은 사람들, 넓은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정책의 강도 또한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변화해왔다. 더욱 강력한 정책이 사용된 것이다. 결국 가격억제를 위해 정책빈도, 범위, 강도가 모두 증가해온 것이다. 요컨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정책이 확전일로(擴戰一路)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10·29대책은 ‘엄포 부동산 대책’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 잘한 것들은 먼저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대폭적으로 제고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전의 부동산 거래는 이중계약제를 당연히 받아들일 만큼 그 투명도가 낮았다. 거래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류상의 기입가격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추어 신고하는, 소위 다운계약서 작성행위들이 그것이다. 이는 거래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당시의 세제 탓도 있을 것이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관행’으로 용인되었던 잘못된 행태 때문이기도 했다.
거래당사자들의 입장에서야 각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니 이중계약서 작성에 동의했겠지만, 정부 역시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용인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 및 실거래가 등기부 등재 등을 의무화함으로써 실제거래가가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임과 동시에 과세기반을 대폭적으로 확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므로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양면적 평가가 공존한다. 즉 서민주거복지의 향상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공급정책이 서민계층만을 위주로 추진되어 중산층 이상의 사회적 수요를 외면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긍정적인 면만 보자면 잘했다고 할 수 있는 정책이다. 한편 부동산 세제 개편도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이전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 부담은 높고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또는 부동산 문제를 경제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였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이며, 이의 해결방안도 경제적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이념적 시각을 고집함으로써, 시장친화적 정책보다는 규제위주의 과도한 개입정책을 남발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가격급등의 원인을 시장메커니즘에서 찾기보다는 보다 지엽적이고 부수적인 곳에서 찾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가격급등의 원인도 자연스레 ‘누구’ 또는 ‘어떤 집단의 의도’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또 다른 원인은 정책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미숙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화를 천명, 다양한 개발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행정복합도시나 기업도시의 건설, 공기업과 국책기관들의 지방이전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본질상 개발사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이는 수익률이 높은 곳을 따라 자금이 따라가는 일종의 시장법칙이라 할 것이므로,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이를 ‘투기’라는 명분으로 마냥 비난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발정책은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하였다. 더구나 이 과정에 정부가 시장에 지불한 수용금의 일부가 가격급등지역에 유입되어 가격급등을 부채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 경제외적 시각서 해결 실패 이러한 현상들을 요약하자면 결국 한쪽으로는 부동산 가격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가격을 부추기는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정책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는 상이한 정책목적이 결과적으로 충돌한 것일 뿐 정부가 당초부터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해서 실패한 정책결과까지 모두 용인 되는 것은 아니다. 미숙한 정책추진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대함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는 흡사 미숙한 의사와도 같았다. 마치 미숙한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질병의 원인보다는 증상에만 집착하여 처방을 내린 것과 유사했던 것이다. 열이 나면 그 원인을 파악해서 이를 치료했어야 하는데, 그저 열이 내리는 처방만을 고집했다. 원인은 간과한 채 열에 대한 치료만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고열은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약효가 다하게 되면 열은 또 오르게 마련이다. 가격억제라는 고열을 치료하고자 노무현 정부가 내렸던 다양한 처방들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게 된 것은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에 높은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은 그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의도’ 차원에서는 좋았던 것이 대부분이라고 믿는다. 부동산 정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악의적인 투기세력을 규제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지 못했다. 이러한 원인은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지만, 경제문제를 경제외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 그리고 의욕만이 앞서 정책추진상의 미숙함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현상은 그 자체로만 볼 때는 자연스러운 사회법칙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함을 알려주는 시장의 신호이다. 가격인상이 문제가 된다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즉 공급을 충분히 확대하여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주려는 정책을 우선시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 보다는 이념적 시각에 지나치게 얽매여 지엽적 정책대안만을 남발함으로써 겪지 않아도 될 부작용을 양산하였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공급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공급확대정책은 가격이 많이 오르고 난후인, 후반기에 들어서야 본격화 되었다. 보다 큰 그림에서, 적어도 국가의 부동산 정책이라면 ‘전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 정도에는 눈높이를 맞추었어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가격안정화와 주거형평에만 지나치게 얽매여 여러 가지 미숙한 정책실수를 범했다. 서민주거복지의 확충은 옳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산, 부유층의 주거수준을 억제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즉 형평의 추구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정책의 평가를 결과만 놓고 보는 것도 그리 공정한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본디 정책의 평가란 정책이 추구하는 의도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모두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적어도 의도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전반적으로 나쁜 평가를 면치 못하는 것은 정책실패로 인한 결과가 선의의 의도까지도 모두 상쇄시킬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 추진된 정책의 피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홍기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