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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보증=패가망신 경제 연좌제 ‘연대보증’ 끝?

은행권, 폐지 나서… 공공기관·병원도 연대보증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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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호 ⁄ 2007.07.30 13:49:07

“남편이 대표로 재직시 기술신용보증보험에 10억이 넘게 연대보증을 섰는데 집을 압류 들어왔습니다. 이집은 입주시 잔금이 모자라 언니에게 잔금을 부담케 하고 가등기{9000만원}를 2000년도에 했고 회사는 2003년도부터 압류는 2005년10월에 들어왔는데 6월말까지 청산하지 못하면 법적인 절차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또 해결못하고 사망시 자손 대대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해결방법은 없는지요?” 이는 어느 한 여인이 호소한 내용이다. 일제때 한국인 족쇄로 사용해온 경제적 연좌제로 불리는 연대보증인제가 금융권에서 퇴출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비롯, 의료기관 등에서도 공공연히 법을 어기면서 연대보증을 강요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법적 정리도 필요하다고 볼수 있다. 연대보증은 금융회사가 보증인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후진적 금융 관행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연대보증인제가 없으며 보증은 전담 금융회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연대보증인을 세우는 것은 대출에 따르는 위험, 다시 말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을 평가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대보증제도는 이처럼 대출에 따른 이익은 챙기고 그 위험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이 제도의 시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해당 사회의 문화적 규범이 그것을 용납해왔다. 물론 힘을 가진 사람이나 회사가 보증인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힘이 없었던 소작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제한적이건 아니건 그러한 제도를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도덕적인 규범이 그것을 받아드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일찍이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어려울 때는 가까운 사람이 도와야 한다는 규범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을 연대보증제도에서 충분히 이용하였던 것이다. 연대보증제도가 정착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았다. 채무자들이 끝까지 져야하는 책임을 적당히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평소에 좋았던 이들이라도 사이가 멀어지게 마련이다 ■일제때 한국인 족쇄로 사용 국내에서는 아직도 보증대출의 비중이 크다. 특히 제2금융권의 경우 개인 대출의 80%가 보증대출이고 그 금액도 180조원이 넘는다. 금융기관의 이런 후진적 관행이 빚 보증을 섰다가 집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는 개인 파산자의 6%가 순전히 보증을 잘못 선 탓에 파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걸 알면서도 인정과 의리 때문에 가족·친지·동료들의 보증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정부도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기관이 보증인에게 채무자 신용 정보를 사전에 알려줘야 하고, 보증인이 책임져야 할 금액도 미리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대보증에 대해 법원에서도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대부업자의 강박에 못이겨 준소비대차계약과 연대보증 등을 체결했다면 대여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22일 전주지법은 대부업자 A씨(여·44)가 B씨(여·40)와 연대보증인 남편 C씨(47)를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B씨가 직·간접 차용원금 1억5,000만원을 원고에게 변제키로 하는 준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대해 원고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준소비대차계약은 기존의 채무를 소멸시키면서 기존 채무와 동일성을 갖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형태의 계약이다.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들의 항변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자신의 승용차 안과 피고인의 집에서 잇따라 주먹으로 B씨를 구타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다”며 “또 C씨는 부인을 승용차에 감금하고 찾아온 A씨가 향후에도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어쩔 수 없이 차용증을 작성, 교부해준 사실이 있는 데다 이를 취소한다는 피고들의 이 사건 답변서가 원고에게 송달됐음이 기록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입원하려니 “연대보증금 먼저” 재판부는 “따라서 준소비대차계약과 연대보증은 원고의 강박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연대보증제도는 금융권에 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각종 계약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지난 1월 맹장수술을 위해 서울 노원구 ㅇ병원에서 입원 서류를 작성하던 최모씨(32·여)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병원측에서 입원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최 씨는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낼 능력이 있는데 보증인이 왜 필요하냐”고 병원측에 항의했지만 “병원비를 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보증인 자격요건도 △개인소유의 집이 있거나 △재산세를 납부하거나 △일정한 직장이 있을 것 등 은행대출 보증요건과 다를 바 없이 까다로웠다. 결국 부모님을 보증인으로 세우고서야 입원을 할 수 있었다. 최 씨는 “돈도 없고 돈 있는 주변 사람도 없으면 결국 수술도 받지 말라는 얘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모 씨(76·여)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이 씨는 지난 해 10월 서울 서초구 ㅅ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해 회사원인 아들을 보증인으로 세워야 했다. 보증금을 요구하는 병원도 있다. 지난 2004년 한 백혈병 환자가 입원보증금 2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빌린 피해사례가 시민단체에 접수되기도 했다. 병원이 입원 환자에게 연대 보증인을 요구하거나 입원 보증금을 받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이정례 환자권리팀장은 “대부분의 병원들이 보증인을 요구하는 한편 고액 중증 환자들에게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입원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돈이 없거나 보증인을 세울 수 없는 환자는 실질적으로 진료 거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진료비를 떼일 우려 때문에 입원 때부터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 보증인을 세우거나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감기·맹장 수술 등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에게 입원·수술 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22조는 ‘입원보증금 등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병원이 의료보호 대상자에 한해 보증금을 요구할 경우 ‘1년의 범위 내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병원이 연대보증인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현행법상 금지 규정은 없다. 지난 7월에 한국전력이 전기사용자의 전기요금에 대해 건물 소유주가 연대보증을 서도록 요구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다만 한전이 신청서 양식에서 보증각서란을 자진삭제하고, 연대보증을 지양하도록 각 영업소에 업무처리 기준을 시달한 점 등을 감안해 경고조치했다. 시민단체들은 장기적으론 연대보증제도를 없애고 보증기관에 의한 보증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히면서 금융기관들도 연대보증이란 ‘금융 연좌제’의 폐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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