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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종 하청업체 재갈 물리기

동원시스템, 물품구매 계약 불이행 방송 인터뷰에 보복성 고소
POSCO, 경찰 ‘무혐의’의견 낼 정도로 무리한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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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호 ⁄ 2007.08.06 14:17:32

재갈을 물려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협력관계에 있는 하청납품업체들이 언론사의 납품 비리고발 취재에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보복의 칼을 대고 있다. 납품계약 조건을 어겨 중소기업의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도 모자라 언론사의 취재에 응해 회사 이미지를 악화시켰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따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기업에 불공정한 납품계약 조건을 강요해 회사의 이익만 챙기고 하청기업이 파탄나면 대기업의 비리를 숨기고자 하청기업의 입까지 틀어막는 신종 중소기업 죽이기의 수법이 대기업 사이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원양어업과 식품사업을 기반으로 우유·카메라유통사업에 이어 최근 건설업까지 진출하며 사세를 급격히 키우고 있는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건설의 냉열기기사업부문은 중소우량납품업체인 인천에 공장을 두고 있는 난방기 제조업체인 ‘에어룩스코리아’ 신영균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4월 KBS 시사고발 프로인 ‘쌈’이 동원시스템즈/건설의 납품계약 위반 횡포를 고발한 내용을 신 사장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켰다는 것. 신 사장이 KBS 보도내용을 네이버·다음·야후·MSN 등의 개인블로그에 올리자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킨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간주한 것. 그러나 고소의 실제 이유는 개인블로그에 올린 것보다는 신 사장이 당시 KBS 취재에 대해 취재원으로서 인터뷰에 응해 동원시스템즈의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밝혀 회사의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품계약 위반이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로 드러나 회사의 이미지만 생각하고 중소기업은 죽든 살든 내가 알바 없다는 대기업의 몰염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납품계약 위반 물의로 파문이 확산되자 동원시스템즈는 내부적으로는 자체 감사를 벌여 손 모 냉열기기 사업부 팀장의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를 한 뒤 몇개월 동안 책임자가 공석상태로 있다가 최근에야 후임자를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문제를 일으킨 사업책임자를 인사조치하고도 외부적으로는 오히려 중소기업이 음해하고 있는 것처럼 해 강제적으로 입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책임자 자르고 게약 파기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9월 27일 에어룩스코리아 측을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겨울철 난방용 히터 1만5천대를 제작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회사매출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게되자 계절상품인 난방히터를 구입해 아스코와 홈쇼핑 판매를 통해 매출증대를 위해 주문했던 것.

냉열기기사업부가 작성한 내부기안서에 따르면 동원시스템즈는 세계적 가전회사인 필립스사의 헬렌히터를 3차에 걸쳐 1만5000대, 22억2750만원어치를 매입키로 결정하고 에어룩스코리아를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에따라 에어룩스코리아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추석연휴까지 작업을 하며 7000대를 제작 완료하고 8000대 분량의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납품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동원시스템즈는 이후 날씨가 따뜻하고 마진률이 별로 좋지 않다며 시간을 질질 끌며 계약금 조차 지급하지 않고 납품받기를 거절했다. 대기업의 부정확한 수요판단과 마진예측으로 발생한 문제를 중소기업으로 전가해 현재까지 계약이행을 하지 않고 있어 현재 창고에 모든 제품과 원자재가 그대로 적체되도록 한 것이다. 동원시스템즈는 KBS가 취재를 시작하자 에어룩스코리아측을 찾아와 3천대만 우선 받아주겠다며 대신 납품 단가를 터무니없이 깎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동원시스템즈 정밀부문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곤란한 기색을 보이며 다른 부서로 떠넘기기 바빴다. 김준식 동원시스템즈 냉열기사업부 팀장은 “후임자리에 임명된 지두달밖에 안된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POSCO, “상생은 뒤전”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 철강회사인 포스코도 지난 2월 초 20년 가까이 거래해온 페이퍼 슬리브 제조회사인 ‘오성’정성훈 사장이 시사저널에 포스코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보했다는 이유로 광양제철소 사업장 소재지인 전남 광양경찰서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포스코는 정 사장이 여기저기 제보하고 다니며 포스코의 회사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판단, 정 사장의 활동을 제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의 불공정행위는 결정적인 부분은 빠지긴 했지만 KBS와 MBC 등 몇몇 매체에 보도되고 이밖에도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사안이 중요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했던 전남 곡성경찰서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광주지검도 혐의내용을 판단하기 어려워 한차례 보강 수사지시를 내릴 만큼 혐의점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곡성경찰서는 지난 5월 보강수사 당시, 포스코 관련기사를 보도했던 시사저널과 KBS기자도 취재경위에 대해 이메일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자들은 “오성 정승훈 사장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라 국회를 통해서 정보를 파악, 취재에 나섰다”고 대답했다. 그만큼 포스코가 고소에 무리가 있음을 알면서도 회사이미지 저하를 막기위해 피해를 입은 하청업체를 입단속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고소 그 자체보다는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추가적인 언론 취재를 막기 위해, 언론사에는 기사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기사가 나가더라도 기사를 제외한 채 중소기업들에게는 고소 등 공격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최근들어 대기업들 사이에 공감대처럼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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