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일본 정부에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결의안 ‘HR121호 안건’이 미국 하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채택됐다. 미 하원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지 6개월 만이다. 하원 의원 435명 가운데 168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할 만큼 넓은 지지도를 확보한 결의안은 상정된지 35분만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상정 후 35분간 이어진 토론에서 의원들로부터 반대 주장없이 찬성 발언만 이어지자 임시 의장은 의원들에게 구두로 결의안에 대해 찬반을 물은 뒤, 반대 목소리가 없자 그대로 통과를 선언했다. 당초 랜토스 위원장 측은 이번 결의안이 갖는 의미를 감안해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반대의견이 전혀 없자 구두표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서 역사적 논란거리로 남아 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중대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이번 결의안 통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이 출범 10개월만에 7월29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결의안 처리 무산에 총력전을 펼쳐온 아베 정권에게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줄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 처리 시도는 이미 있었지만, 일본의 거센 로비와 압박으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유엔 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여성차별철폐위원회·국제법률가협회·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등이 위안부는 강제 동원이었고 성 노예였으며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지적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결의안 처리는 역사적 필연이었다는 평이다. 최초의 위안부 결의안 처리 시도는 지난해 9월12일 미 하원의 레인 에번스·헨리 하이드 전 국제관계위원장 주도로 이뤄졌다. 당시 결의안은 국제관계위(외교위 전신)를 통과했지만 일본측의 강력한 로비로 결국 12월8일 하원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마이클 혼다 의원은 올 1월31일 위안부 결의안을 다시 제출했다. 당시 처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3월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으며, 결의안이 채택돼도 일본 정부가 사죄할 의향이 없다”는 발언을 해 미 의회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한편, 이번 결의안 통과에는 2차대전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84)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과 일본군이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령 괌에서도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동원하는데 개입됐음이 미 해군 문서에서 확인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왜곡된 “일제 과거사 역사교과서 바로잡는 계기될 것” 이번 결의안으로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있는 일 정부의 부당성을 지적한 미국의 공식 문서가 남게 됐다. 특히, 결의안은 과거 되풀이해 온 일본 정부의 사과에 대한 진실성 의혹이 해소되도록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발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 의회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 차원에서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반성을 요구한 만큼 국제사회에서 결의안의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3년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일본 위안부 제도에 군의 강제성이 개입됐다”는 이른바 ‘고노 담화’를 발표했지만 이후 일본 정치인들은 이를 후퇴시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의안 통과가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인 인권 유린과 일본정부의 후안무치한 역사왜곡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결의안은 일본 총리의 공식적인 과거사 시인 및 사과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미래 세대에 다시 있어서는 안될 교훈으로 삼을 것을 지적하고 교과서 왜곡 시정도 요구하고 있어 배상문제와 맞물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결의안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이 21세기 들어 최우방으로 부상한 일본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면서까지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의외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 의회의 이번 결의안 처리는 일본내 우익세력의 역사적 사실 부인과 왜곡에 대한 실망과 분노, 아베 정권의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태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함과 동시에 일본에 대해 대테러전쟁에 공헌했음을 평가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시작일 뿐”…한인사회 결집력·정치력 신장에도 한 몫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 뒤 결의안 통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미주 한인단체 ‘결의안 121 연대’와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갖고 결의안 통과의 의미를 다졌다. 이 할머니는 회견에서 “역사적인 한을 풀어줘서 고맙다”며 “오늘 이렇게 기쁠 줄 몰랐다”며 감사와 기쁨을 동시에 표했다. 또 이 할머니는 “일본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법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결의안 통과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며 “이 할머니 등 한인들이 하원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통과를 지켜본 것이 의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만장일치로 통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이번 결의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국제사회에 인권유린에 관한 문제 해결에 도미노현상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결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결의안이 채택되기까지 미국 내 한인들이 보여준 행동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대대적인 로비 공세에 맞서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을 해온 한인들이 미국에서 풀뿌리 참여 운동을 경험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 점은 크게 호평받고 있다. 실제 이번 결의안 통과에는 미국내 교포사회의 숨은 노력이 크게 힘을 발휘했다. 한인사회가 일본의 몰염치한 처사를 지속적으로 문제삼으면서 미국 여론에 호소하고, 의회를 설득해 온 것이 결의안 통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특히 영향력있는 의원들에게 편지보내기 운동과 서명운동, 위안부 할머니 의회 증언, 연방 하원 로비데이 행사,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갔던 김군자·이용수·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들이 연방 의회 사상 첫 청문회 증인 출석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동포사회에서는 이번 경험이 앞으로 미국 내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확대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저지 위한 로비·협박이 되레 ‘역풍’ 불러 한편, 일본 정부는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왔다. 일본 측은 미 하원 지도자들에게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으며, 대형 로비 회사를 동원해 의원들을 개별 공략하는 등 다양한 로비활동을 벌인 것. 그러나 이러한 협박과 로비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평이다.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 대사는 지난 6월22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자 다섯 명에게 “결의안을 가결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워싱턴 포스트가 공개한 가토의 편지는 “결의안을 가결하면 미·일 양국의 우호관계와 신뢰, 광범위한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의 이라크전에 협조해 온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는 위협을 담고 있다. 일본과 한국통인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일 정부는 미 행정부를 상대로 ‘결의안이 파기되도록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해 달라’고 한 로비가 실패하자 하원 지도자들에게 직접 공격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편지를 보낸 나흘 뒤인 지난달 26일 하원 외교위가 압도적인 표차(찬성 39, 반대 2)로 결의안을 가결했고, 그 직후 펠로시 의장은 결의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 정부는 결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호건 앤드 하트슨’ 등 2개 로비회사와 1개 홍보회사까지 동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해 아베 총리가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걸 입증할 기록이 없다’고 말하자 수많은 미국 의원이 분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日 “위안부 관련 입조심” 함구령 속 언론 반응 제각각 미국 하원의 일본군위안부 결의에 대해 일본 정부·여당은 극도의 입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결의안 채택 저지 로비 과정에서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일본의 이라크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1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여당은 위안부 결의에 대해 “총리와 관방장관 외는 논평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불필요한 비판이 또 다시 갈등을 일으켜 미·일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민당 내 보수·우익 성향의 의원들도 의외로 잠잠한 분위기다. 일본군위안부의 실체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1993년)’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자민당 내 보수·우익 성향의 그룹인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의 회장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전 문부과학성 장관도 “유감스런 결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당분간 미국 측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대해 일본 언론은 대부분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언론은 일본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일본 언론은 향후 미일 관계에 악영향이 예상되며 특히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도 한층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NHK는 “하원 외교위원회의 톰 랜토스 위원장(민주)이 ‘군의 직접적인 관여를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는 일본측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결의안 찬성 의견이 속출하면서 결국 하원 본회의에서 사상 처음로 결의안이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 의회 내에서는 결의안이 미일관계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이런 의견이 대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호된 (사과) 주문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고 전했다. 교도(共同)통신도 “군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결의안이 미 하원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은 처음”이라며 “결의안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의회에서 일본을 직접 비난하는 결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참의원 선거에서 막 참패한 아베 정권이 결의안 저지를 위해 힘써 온 만큼 결의안 가결은 또 하나의 가혹한 실점 요인이며 일본 보수층들의 반발도 예상된다”며 “다만 미국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일관계에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 31일 외교위원회에서 일본이 대(對)테러 전쟁에 공헌해 왔음을 평가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진보지인 아사히(朝日)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미국에는 일본이 전전의 가치관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며 “고노담화 같은 내용의 아베 총리 담화를 내외에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신문은 일본이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옛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이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아베 총리의 언행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고노 담화가 발표된 뒤 일부 정치가와 언론, 학자들에게서 고노 담화를 부정하거나 공격하는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며 “그 세력의 중심 멤버 중 1명이 총리가 되기 전 아베 씨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문은 아베 총리가 ‘미국과 일본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음을 환기시킨 뒤 “가치관 공유를 위해서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전전의 군국주의와 확실하게 결별을 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침묵은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며 아베 총리가 담화를 통해 고노 담화와 같은 내용을 안팎에 표명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대표지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고노담화 발표과정에서)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명백하게 잘못된 사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결의”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전후 미 점령군은 일본의 위안시설을 그대로 이용했으며 6·25전쟁 당시 한국군도 그런 종류의 위안시설을 갖고 있었다”며 “왜 일본만 비난 결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결의의 배경에는 마이크 혼다 의원을 전면적으로 지원한 중국계 반일단체의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도성향인 마이니치신문은 “(원폭 투하와 이라크전쟁 등) 스스로의 잘못도 겸허하게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고노 담화를 통해 밝힌 사죄와 반성을 거듭 성의 있게 설명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정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결의는 미일관계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회에 호소해 온 만큼 향후 미일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일본, 국제사회 정의의 외침 중시해야” 중국은 31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데 대해 “일본은 마땅히 국제사회의 정의의 외침을 중시하고 역사에 책임을 지는 태도로 역사가 남긴 이 문제를 진실하고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이날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대해 논평을 해달라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 군국주의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피침략국가 인민에게 저지른 엄중한 범죄의 하나”라고 규정하고 “이는 피해자의 인격적 존엄을 짓밟고 심신의 건강을 크게 훼손해 그들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앞서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결의안이 통과되자 워싱턴 발로 신속하게 사실 보도를 하고 랜토스 외교위원장의 제안 설명과 마이클 혼다 의원(민주당)의 결의안 발의 내용을 인용해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는 사상유례가 없는 천인 공노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역사를 왜곡·부인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 7월 초 처음으로 산시(山西)·하이난(海南), 윈난(雲南)성 등을 중점 조사해 발표한 위안부 피해사실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위안부로 일했던 피해여성이 산시성에 16명, 하이난성에 1명 등 모두 17명이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또 지난 5일 상하이(上海)에 처음으로 위안부 자료관을 개관했고, 적십자사 기금회 등 민간단체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계지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계, 결의안 통과 후속대책 마련…기념관 건립도 일본군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채택되자 여성계는 이를 적극 환영하는 한편 기념관 설립과 일본정부 사과를 위한 국제 캠페인 전개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1일 “미국 국민의 신중하고도 인내심 있는 노력의 결실을 환영한다”며 “미래지향적 가치 창출의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도 이번 위안부 결의안 채택이 세계 곳곳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데 큰 용기를 주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일본의 전쟁책임 자료집 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결의안 채택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31일 성명에서 “지금까지 일본의 사죄는 피해 여성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지불 등을 요구했다.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사이버 기념관(www.hermuseum.go.kr)을 운영 중인 여성가족부는 “오프라인 기념관을 설립하기 위해 부지와 설립 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기념관을 국민의 인권의식을 고취하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한편 여성 권익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일본 측에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한층 더 강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가 국제기관의 권고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의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국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위안부 결의안 통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UCLA에서는 오는 10월 세계 11개국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이 참가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남북한을 포함한 일본·중국·대만·네덜란드 등 세계 11개국에서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HR 121 위안부 결의안 통과가 이제는 전세계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