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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회장은 불도저 회장 인가

『앞차의 전복은 뒤차의 교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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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호 ⁄ 2007.08.06 14:40:43

한(漢)나라 문제(文帝)는 황제위에 오르자 전대(前代) 여후(呂后)의 임조칭제(臨朝稱制)에 의한 폭정으로 문란해진 국정을 바로 잡고자 인정(仁政)을 베풀었다. 전조(田租)를 반감하거나 전액면제 혜택을 베풀고, 감형조치로 죄인 가족의 연좌제를 철폐하고, 참혹한 체형을 폐지하고, 남을 비방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외에는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겸손한 태도로 신하의 간언에 귀를 기울였다. 이러한 정사를 베풀기까지에는 경향각처에서 모여든 충절현자들의 기여함이 컸었다. 이러한 명신들 가운데 가의(賈誼)라는 재사가 있었는데 그는 18세에 시문에 통달하여 문제의 부름을 받아 박사(博士)가 되고 20세에 태중대부(太中大夫 : 궁중 고문관)에 올랐다. 그는 종종 혁신적인 의견을 상소했으나 보수 구신들의 반대에 부딪쳐 한때는 장사왕(長沙王) 태부(太傅 : 지키는 일)로 좌천당하기도 했다. 1년 뒤에 다시 문제의 부름을 받아 양(梁)나라 회왕(懷王 : 문제의 막내아들)의 태부가 되었는데 회왕이 불의의 사고로 낙마하여 죽자 책임을 느낀 나머지 비탄에 빠져 울며 세월을 보내다가 33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가의는 양나라 회왕 태부였을 때 정사에 관한 여러 차례 소신을 상소했는데 그 상소문에 적혀있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전해져 있다. 『속담에 사관인 자는 잘 배워서 통달해 있지 않으면 전례를 조사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차(前車)가 뒤집히는 것은 뒤차(後車)의 교훈이라고도 합니다. 하·은·주 3대가 어떻게 하여 오래 지속되었는가, 그것은 전례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전례를 따르지 못한 자는 성인의 지혜를 본받지 않은 자입니다. 진(秦)이 쉽게 무너진 원인은 그 바퀴자국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차의 잘못을 피하지 않으면 뒤차는 뒤집히게 마련입니다. 원래 존망(存亡)의 변천이나 치란(治亂)의 단서는 그 요점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문제가 23년이나 장기 집권을 유지하고 그 후의 번영의 기초를 닦은 것은 가의 등 명신의 진언을 잘 받아들인 결과로 마땅하다. 지금 우리가 고속도로나 일반 국도를 자동차로 주행할 때에 『사고 잦은 곳』이라는 안내 푯말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앞차가 뒤집히는 것은 뒤차의 교훈』(前車覆 後車戒)임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농업협동조합은 농민을 위한 금융기관을 표방하는 기구인데, 1988년 조합장을 선출직으로 바꾼 뒤 역대 회장 3명이 모두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다. 엊그제 정근대 농협중앙회장이 사옥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 자동차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법정구속 되었다. 앞차야 전복되었든 말든 돈이 보이니 주워 먹고 보자는 심산이 뒤차를 전복시키고 만 격이다. 바로 전대(前代) 조합장이, 또 그 전대 조합장이 모두 이러한 비리로, 똑같은 길로 사라졌는데 그 전철(前轍)을 그대로 밟아야 한단 말인가. 진실로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또 농협 강원도 평창군지부 평창군청 출장소에 세금 수납 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 나순선(26·가명)씨는 3년 동안 12억 5000만원을 횡령하여 고가 명품을 사거나 유흥비로 유용한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놓고 있다. 이번에는 농협의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앞을 다투다시피 마음대로 해먹는 꼴이 되었다. 탈레반 사태로 국내외가 어수선한 판에 대통령이 정하는 기업체(정부 관리업체)에서 회장이, 말단직원이, 그것도 회장은 대대로 이런 일을 저지르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앞차의 전복도 개의치 않는 불도저 회장이란 말인가. 특단의 조치가 불가분 있어야 한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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