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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고객이 인정하는 혁신의 달인이 필요

LG경제연구원, 혁신의 달인 기업,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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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호 ⁄ 2007.08.13 15:28:19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출시된 지 이틀 만에 27만대가 판매되는 등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때 연이은 수익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애플이 이제는 아이팟·아이폰 등 연이은 히트작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며, 각종 기관에서 발표되는 혁신 기업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하면 항상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발표된 이 회사의 실적은 과거의 매출과 순익 기록을 또다시 뛰어넘었다. 이쯤이면 애플은 혁신에 통달하여 그 성과를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혁신의 달인(Master of Innovation)’이라 불릴 만하다. 애플이 많은 기업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나름의 혁신 활동을 부단히 추진해오고 있다. 이중에는 혁신 활동 면에서 최고임을 자부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자사의 혁신 결과물에 대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아 고객들로부터도 혁신 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글에서는 애플·구글·P&G 등 혁신의 달인이라 불릴만한 글로벌 기업 사례를 통해서 고객에게 인정받는 혁신의 길을 살펴보자. 이를 통해 혁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기업 중심이 아니라, 고객이 되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업 간 경쟁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기업들은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혁신을 외쳐대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혁신 활동을 통해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적도 잊은 채, ‘혁신을 위한 혁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기존 개념에 도전하라 혁신의 달인들이 가지는 차별점은 반드시 최초나 기술적으로 최고를 추구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기존에 고객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BMW의 혁신적인 광고 사례를 보자. 세계 유수의 영화 감독들이 제작한 「The Hire」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약 8분 분량의 미니드라마 형식이며, 유료 TV광고가 아닌 온라인으로 소개되었다. 30초 분량의 TV광고 방영이라는 기존 광고의 개념에 도전한 것이다. 이 과감한 실험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표준 광고도 방송 매체 섭외도 없었지만, 전 세계 신문과 TV로부터 공짜 보도를 타는 동안 마케팅 활동은 극대화되었으며, 결국 2년 연속 기록적인 판매고로 보상을 받았다. 혁신적인 광고로 따지자면, 원조는 애플이다.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출시했을 때, 한 여자 선수가 큰 해머를 들고 돌진하며 대형 화면을 깨부수는 광고를 슈퍼볼 중계방송 도중 내보냈다. 이를 통해 기존의 PC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상품이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비단 광고만이 아니었다. 기존의 뮤직 플레이어의 개념을 바꾼 아이팟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온라인 뮤직 스토어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또한 애플은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등을 위한 과거의 PC개념으로는 수요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먼저 간파했다.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들의 가치를 한층 더 올려줄 수 있는 ‘디지털 허브’로 PC의 개념을 바꾼 ‘맥미니’를 출시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후에도 아이폰, 애플TV 등의 혁신 제품으로 기존의 개념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 고객들도 모르는 숨은 니즈를 찾아라 고객들은 기업들의 혁신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을 통해 그 동안 충족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들마저도 미처 깨닫지 못한 숨은 니즈를 충족 받았을 때, 고객들은 감동하게 된다. 그렇다고 숨은 니즈가 반드시 거창하거나 충족시키기 어려울 필요는 없다. 고객의 짧은 기다림의 시간까지도 관리하는 BOA(Bank of America)의 사례를 보자. 기업들은 제품이건, 서비스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이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까지 아무런 정보도 받지 않은 채 얼마간 기다림을 감내해야 한다. BOA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냥 방치해두곤 하는 이런 짧은 기다림의 시간마저도 고객을 위한 혁신의 기회로 삼았다. 새로운 고객 서비스 컨셉 탐색을 위한 실험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3분을 넘기면 고객은 실제 기다린 시간보다 더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 재미있는 비디오를 틀어주는 등의 노력으로 고객의 불편함이 완화될 수 있으며, 고객 만족도 지수 중 한가지 사항만 개선해도 고객 1인당 1.4달러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음도 알아냈다. 이를 토대로 혁신팀을 가동하는 등 고객만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결과, 고객들의 로열티와 추천의향이 늘어나 파이낸셜 타임스가 뽑는 ‘올해의 미국 은행’으로 2년 연속 선정되었다. 애플을 회생시킨 결정적인 요인 중에 하나는 ‘단순함’이라는 소비자들의 숨은 니즈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오늘날과 같이 기능과 정보가 넘쳐나는 복잡한 시대에 애플 제품의 단순한 디자인은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물론 다른 기업들도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애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혁신의 본질은 바로 ‘사용자의 편의성’에 목적을 둔 단순함에 있다. 아이팟의 경우, 터치스크린의 조작만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 외부의 파트너와 함께 하라 혁신은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사내 연구개발만으로는 혁신 성과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외부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 등을 활용하여 그것들을 조정·통합해서 그 이상을 창조해낼 수 있는 네트워크 이노베이션의 오케스트라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팟은 애플의 아이디어와 외부의 기술을 잘 섞어 고품격의 소프트웨어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아이팟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내놓은 쪽은 애플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고용한 한 컨설턴트였다. 아이팟의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 아이튠즈 역시 처음에는 외부에서 사들여와서 성능을 개선한 것이다. 물론 음반업계 메이저 회사들과도 윈-윈 계약을 맺은 덕분에 디지털 음반 시장을 합법적으로 상업화하게 되었으며 뮤직스토어도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P&G는 ‘C&D(Connect & Develop)’라는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회사가 출시한 신제품 중 약 35%는 외부의 아이디어나 기술이 반영된 것이며, 혁신의 성공률이 두 배 증가하는 등 R&D 생산성이 60%가량 증가했다. 북미 시장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던 ‘프링글스 프린트’는 C&D 네트워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존 감자칩에 간단한 유머와 상식을 새긴 이 제품은 사내 브레인스토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감자칩에 그림을 새기는 작업이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의 한 작은 빵집에서 개발한 식용 잉크 분무기를 찾아내어 해결할 수 있었다. ■ 실패에서 배워라 한번 혁신에 성공했다고 성공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며, 혁신이 한번에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마침내는 성공을 이끌어 내야 한다. 오늘날 애플의 성공작들은 과거의 실패작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매킨토시는 리사(LISA)의 실패를 딛고 탄생한 것이고, 아이폰 역시 모토로라와 함께 내놓았다 실패한 뮤직폰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두 차례 모두 애플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시 시도했던 것이다. 애플의 최신작 컴퓨터들도 과거 스티브 잡스가 세웠다가 실패하여 애플에 인수된 넥스트(NeXT)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 것들이다. 혁신적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잘못이나 실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조그만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와 메커니즘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혁신 기업 3M이 만약 자동차 왁스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직원들을 해고시키거나 곤경에 몰아넣었다면 아마도 스카치 테이프나 포스트잇 등을 발명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 혁신 공간을 조성하라 마지막으로, 물리적인 공간 환경도 중요하다. 혁신의 달인 기업들에서는 회사의 공간마저도 직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주기 위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어떠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쥐어짠다고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더구나 고객을 만족시키고 감동을 줄 만한 혁신적 아이디어는 즐거움에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P&G의 ‘짐(The GYM)’이라는 이노베이션 센터를 예로 들 수 있다. 자유롭고 쾌적한 이 공간에서 사장이건 신입 직원이건 어떤 부서건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 협력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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