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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조고(趙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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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호 ⁄ 2007.08.13 11:07:49

조고(趙高)가 누구인가? B.C 209년 진나라 시황제가 순행 중에 사구(沙丘)라는 데서 죽자 가짜 유조(遺詔)를 만들어 태자 부소(扶蘇)를 자결하게 하고 장군 몽염을 옥사하게 한 다음 호해(胡亥)를 황제로 옹립한 권신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 하여 「자기의 권세를 뽐내기 위하여 황제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 하였는데. 호해 황제가 “경이 잘못 말한 것이 아니요” 하자 조고는 주위에 시립한 대신들에게 “이것이 말이요, 사슴이요”하고 묻자 조고의 위세에 눌린 신하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여 「사슴」을「말」이라 하게 한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위인이다. 천도의 순환은 오늘날 한국에도 적중하여 도처에서 지록위마가 발호하고 있다. 윗사람을 기만하여 사익(私益)을 채우고 사정(私情)을 나누고 사감(私感)을 푸는 행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학생들의 표창과 기업의 인사에서부터 크게는 국가경영에까지 다양한 형태로 윗사람의 총명을 가리고 결정을 지연시키며 선택을 그릇되게 유도하고 있다. 지록위마는 1.아랫사람이 2.윗사람을 우습게보고 3.기만하는 행위이다. 윗사람이 호해처럼 아랫사람의 등에 업혀 권좌에 앉는다든가 실무를 잘 모른다거나 약점이 잡혀있어서 아랫사람의 꼭두각시가 될 때 발생한다. 월권·참칭·농간·궤변은 그 특징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천도를 의심하게 한다. 권위와 힘은 분별 있는 독립성에서 오고 책임이 따르는 자율성에서 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고 같은 간신들은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하며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 듯 후광을 업기도 하는 등으로 뜻있는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많은 사람들을 구차스럽게 만든다. 이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가볍게 보고 우습게 알아 윗사람을 상대로 펼치는 온갖 기만행위이기 때문에 권력을 자기 호주머니의 공깃돌정도로 생각하고 계통이나 체제·절차는 헌신짝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러니 다른 나라의 역사에서나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나 언제나 공(公)은 사(私)에게 패배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고 끝내는 공과 사 모두 멸망하는 것이다. 지록위마가 나쁜 것은 a.「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간악한 사람들이 득세하고 기회주의자들을 양산하여 파벌을 만들고 당파를 형성하는데 있다. b.이것은 반듯한 사람이나 의인이 핍박을 받고 차별을 받아 의인의 기도를 즐겨듣는 하늘의 진노를 초래하는데 있다. c.이것은 똑같은 판박이고 동류일색이라 창의성과 다양성이 억제되며 정실과 통정으로 야합하니 객관성과 경쟁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이러고도 사태의 호전을 바라고 행운을 빌며 일말의 기대를 갖는다면 얼마나 어리석고 무망한 것인가? 지록위마는 특정신문이 특정 후보를 암암리에 지지를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고 특정인의 글만 올려주는 것도 해당된다. 특정지역의 사람들이 특정하게 발탁되는 것도 지록위마이고, 아랫사람이 자기 취향이나 성향·입맛에 따라 정보를 가공하고 유리한 것은 집어넣고 불리한 것은 빼는 것도 포함한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보면 행정부의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간언을 피하는 것에서부터 충언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망라하며 대통령 이하 각 행정의 부서가 국민들을 상대로 할 때에도 적용된다. 그것은 한 때 정치의 최고봉에 섰던 사람들이 현역 정치인들의 어깨너머로 지도하는 노욕이기도 하며. 지난 날 뇌물수수죄나 각종 비리로 형을 살았던 사람들의 줄서기로 인한 끈질긴 정치에의 복귀도 그렇다고 볼 것이다. 그것은 또 좁은 지평과 구닥다리 사고를 가지고 네거티브한 전법을 쓰며 시대의 아젠다와 국민의 컨센서스를 외면하고 흙탕물 싸움을 벌임으로써 국민들의 정치적 불신을 키우는 한나라당 유력주자들도 현대판 지록위마이고 정당정치와 책임정치를 망각하고 다시 지역당을 만들며 미사여구를 제창하는 사람들도 지록위마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성장한 당을 뛰쳐나와 매도하고 새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과 지난 대선 때 상대당 후보를 음해하고도 뻔뻔스럽게도 최측근에 발탁되는 것도 또한 지록위마인 것이다. 지식인(교수·기자)이 배운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지록위마라면, 범부가 대인의 흉내를 내는 것도 지록위마이고, 소인이 군자를 중상하는 것도 지록위마이다. <글·千里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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