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 전부터 당내 가장 큰 관심과 걱정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과연 경선이 끝난 후에 ‘화합’을 할 수 있는가였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이제 박 후보가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선 초반부터 시작된 후보 간 싸움은 경선일이 가까울수록 극에 달해 당내에선 과열 경선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두 후보 측은 ‘아름다운 경선’을 주장하면서도, 서로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감정 대립과 ‘막말’ 싸움이 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 후보는 경선을 코앞에 두고서는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이유로 ‘후보 사퇴론’까지 주장하면서, 양 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또 박 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연일 “매일 의혹이 터지고 변명하는 후보를 뽑았다가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한다”라며 “깨끗한 후보, 믿을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명박 필패론’ ‘이명박 본선 불가론’을 펴던 박 후보 측의 공세는 경선 이후에도 두고두고 분란의 불씨로 남아있으리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양 측은 또 ‘공천살생부’ 논란으로 당내 징계조치까지 받았다. 이 후보 측의 정두언 의원이 ‘공천살생부’ 발언으로 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데 이어, 박 후보 측의 김무성 의원도 이 후보측 ‘4인방’ 배제 언급으로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정 의원은 박 후보 측의 이혜훈 의원, 곽성문 의원을 지목해 “다음 선거에서 출마 불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비방이 너무 심하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으며, 김 의원은 이 후보 측의 이재오·정두언·전여옥·진수희 네 사람에 대해 “경선승리 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따라서 경선 뒤 박 후보가 이 후보를 도와주려면 기존의 발언과 태도를 완전히 뒤엎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처럼 박 후보가 ‘탈당’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2002년 2월 한나라당의 개혁을 이유로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탈당’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지난 2002년 민주당 후보경선 이후 탈당했던 이인제 의원처럼 정치인생의 종지부를 꺼내드는 것과 같다. 명분없는 탈당에 동참할 의원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박 후보에게 ‘텃밭’과도 같은 한나라당을 나가는 것은 곧 ‘지지층 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박 후보 ‘협력’ 안할 경우 ‘사실상 분당’ 우려 탈당 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양 후보 측이 끝내 봉합하지 못하고 사실상 ‘분당’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도권의 30~40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이 후보와 영남권의 50~60대의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박 후보가 경선 이후에도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후 4개월 만에 18대 총선(2008년 4월)이 치러지기 때문에 경선에 패배한 측도 공천에 대비해 일정한 세력을 형성해야 하고, 이런 현실이 분열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내 오래 형성됐던 ‘계파 정치’를 다시 형성시킬 수도 있다. 대선이 끝나면 바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박 후보 측 의원들이 오히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을 바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대선에서도 정권교체 세력으로 급부상한 제1야당인 통일민주당에서 선거 두달을 남겨놓고 김대중(DJ)씨가 탈당해 평민당을 만들면서 민정당·통일민주당·평민당·공화당 등 다당체제가 구축됐다.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 세력이 88년 4월 총선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대선 패널에 대해 2차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경선 후 ‘분열’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 후보가 이길 경우 박 후보 지지자 중 절반인 48.9%가 본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우려하던 ‘분열’과 그로 인한 ‘지지층 이탈’이라는 ‘경선후 폭풍’을 더 우려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코리아리서치의 11일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대의원의 17.1%, 당원 25.3%가 ‘패배한 후보가 경선 결과에 순순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59%가 한나라당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YTN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70.1%로 나타난 반면 분당 가능성도 59%로 나타난 바 있다. 애초부터 두 후보간 내홍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지지층의 62.4%가 박근혜 지지층의 55.9%가 분당가능성을 예상했다. ■ 이명박 지지율 하락시, 박근혜 ‘후보 교체로’ 가능성도 한편, 경선 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10월이나 11월경 박 후보 지지파가 후보 교체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후보는 경선 전 ‘이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전국위원회나 상임전국위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나경원 대변인은 “지도부로서는 전국위 등의 소집절차에 맞춰 요구를 하면 회의를 소집할 수 있겠지만 과연 후보 사퇴 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박 후보가 이 후보를 적극 돕지는 않더라도 탈당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대선에 도입된 ‘경선 불복 금지 조항’ 때문이다. 경선에 탈락한 사람의 본선 출마를 막는 이 조항으로 결국 급속히 이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일어나며 당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양 캠프가 이전투구식 대결을 벌였고 그로 인해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어진 상태에서 양 측의 냉각기는 얼마간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결국 정권교체 논리 앞에서 박 후보측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경선 후 분열하지 않고 화합하려면 진 후보가 경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고, 승리 세력이 2008년 총선에 절대로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중립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중심모임’도 “당의 실력자로부터 공천을 독립시키고 줄서기 폐단을 근절할 수 있도록 ‘공직후보심사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나라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카드는 현재 박 후보 손에 쥐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후보와의 사실상의 결별을 뜻하는 비협조로 일관할 것인지, 적극 이 후보를 도우며 차기를 기약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17대 대선에서 ‘빅2’가 경선 전부터 ‘입으로는 협력과 화합’을 주장한 것처럼 실제 양 후보 측의 ‘경선 후 아름다운 화합’을 이끄는데 총력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에서도 공공연히 “상대측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경선 후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박 후보 측의 ‘전심(悛心)’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