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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권하는 사회여 거짓의 탈을 벗어라

대학은 학력위조의 방조자, 실력보다 학벌중시하는 사회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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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호 ⁄ 2007.08.21 09:26:17

신정아 전 동국대 조교수의 학력위조를 계기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학력위조 사례가 드러나면서 한국사회가 학력위조의 충격에 휩싸였다. 학벌숭배 풍조가 낳은 학력위조가 학계 및 문화예술계에 이어 경제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은 경쟁과 자본논리에 매몰되며 상아탑의 정신을 잊은 지 오래다. 한국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는 지도층의 학력위조, 그 끝은 어디일까. 신정아 전 교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 영어강사 이지영,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 만화가 이현세, 영화감독 심형래, 정덕희 교수, 연극인 윤석화, 배우 이경영 씨에 이어 영화인 장미희 씨, 방송인 강석 씨가 모두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급기야 신도수 25만명의 능인선원의 지광스님이 서울대 공대 중퇴라고 학력을 속여왔던 사실을 털어놨다. 문화예술계는 벌집을 쑤신 듯 인터넷 검색포털에서는 유명연예인이라면 이제는 무조건 한 번 쯤 학력위조를 하지 않았나하는 의심을 한 번 쯤은 받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 학력위조 도미노 한국 사회를 멍들게 해 학력위조 파문을 촉발한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는 서울대 미대 입학 후 미국으로 건너가 캔자스대 학부 및 경영대학원, 예일대 미술사 박사로 가장해 국내 정상급인 성곡·금호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성장하며 어린나이에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의 자리까지 노리다가 중도 하차했다. 한국방송 굿모닝팝스 진행자로 인기를 얻었던 이지영(38)씨는 중학3학년때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브라이턴대를 졸업하고 언어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전남 광양에서 고교졸업 후 영국에서 랭귀지 코스와 기술전문학교를 1년씩 다닌 게 고작이었다. 개그맨이자 영화감독인 심형래(49)씨는 고려대 식품공학과와 식품공학대학원을 나온 것으로 자신을 알려왔지만 고려대 식량개발대학원 1년과정과 생명환경최고위과정을 다녔다. MBC 사랑의 집짓기 출연으로 인기스타가 된 이창하(51. 경북김천과학대 전 교수)씨는 서울대 미대 합격 후 수원대 경영대학에 입학, 연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LA뉴브리지대 순수미술학과를 나온 것으로 자신을 알렸지만 서울대엔 입학한 사실조차 없는 것을 비롯해 모두 거짓말이었다. 다만 수원대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닌 게 전부였다.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62.전 단국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과 교수)는 경기여중·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시픽웨스턴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돼있지만 사실은 경기여고와 이화여대엔 입학기록 조차 없다. 또 신의 아그네스와 명성황후로 유명세를 탄 월간 객석 발행인인 윤석화(51)씨는 30년동안 이화여대 생활미술과를 입학했다가 연극에 매료돼 1년만에 자퇴했지만 나는 이화여대를 다녔다고 행세했지만 사실은 이화여대를 다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고백형식을 띠어 동정론도 있지만 묘하게도 한 방송사의 취재가 시작된 직후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장미희(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교수)씨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나 포털상의 프로필에는 장충여고와 동국대 불교학과(네이버에는 철학과), 명지대교육학석사로 기재돼있지만 정작 동국대는 입학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장 씨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 입학은 미 호손대 졸업자격으로 입학하고 동국대 졸업은 기재하지 않아 동국대를 졸업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했다.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정덕희(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씨는 방송통신대와 동국대 교육대학원 졸업, 경인여대 교수 경력은 실제로는 예산여고가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배우 이경영 씨는 충남대 의학과 중퇴로 알려진 것과 달리 충남대 상경대 중퇴였다. 영화인 전도연 씨는 고대 언론대학원 출신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컴퓨터 과학기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학력위조의 유혹낳는 사회구조 이처럼 유명인사들이 학력위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다름아닌 사회구조적 현상과 맞물려 있다. 현장에서의 실력과 예술혼이 아닌 학벌과 학맥이 좌우하는 현실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성공한 유명인사들은 누구나 한번은 학력 콤플렉스를 절감했다고 한다.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부단한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한결같은 얘기다. 실제로 현장경험이 중요한 무대현장에서마저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1~3급)을 따려면 현장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학사학위가 없으면 따기 힘든 현실이다. 7년 이상 근무해야 3급자격증을 받고 2급은 10년 이상, 1급은 15년 이상이어야한다. 각종 자격증은 대학을 졸업해야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는 “우리사회가 기본적으로 학력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어느사회나 학력중시 경향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학력 숭배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력이 없어도 학위만 따고 학벌만 괜찮으면 편안하게 출세하는 사회풍토가 뿌리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국내 유명대학과 해외유학이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렇다 보니 대학들마저 해외에서 학위를 받았다면 그것이 비인가 대학인 지도 확인하지 않고 입학을 허가하고 논문을 통과시켜 석·박사 논문을 주는 어이없는 사례도 있다. 정덕희 씨가 경인여대와 명지대 강의를 부탁받았을 때 자신은 이미 고졸이라고 밝혔고 방송에 출연해 나는 가방끈이 길지않다고 밝힌 바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우리 사회가 성공과 유명세가 얼마나 틀에 맞춰져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들은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사실을 알고도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먼저 나서서 밝히지 않고 쉬쉬한다. 유명인사가 자기대학 출신이라면 홍보효과도 좋고 이미지도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연극배우 윤석화 씨가 이화여대 채플시간에 동문선배 자격으로 특강까지 한 적도 있으며 고려대는 심형래 씨가 고대출신의 신지식인 1호로 포장해 인기방송프로그램인 KBS 열린음악회에 출연토록 해 학교홍보에 활용한 것은 대학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진실까지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들은 외국학위라면 일단 가점을 주는데다 검증도 쉽지 않다는 이유로 철저한 검증을 생략한다. 외국대학의 경우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다보니 개인의 동의가 없으면 학적부 열람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 같은 경우 학위남발로 악명높은 퍼시픽 웨스턴대 같은 미인가 대학에서도 받은 학위조차 국내에선 인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주호영 의원은 “교수와 목사, 정부기관 공무원 들이 퍼시픽 웨스턴대에서 허위 석·박사 논문을 받았다”고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서울시내 국민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김옥랑 교수 사건으로 불거진 비인가 대학 논란을 빚고 있는 퍼시픽웨스턴대학 졸업자가 대학강단에 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고려대와 건국대는 비인가 대학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의 퍼시픽웨스턴대학을 졸업한 국내중견그룹 회장들에 대해 석·박사 학위를 주었다가 허술한 논문심사로 논문의 신뢰성마저 의심을 사고 있다. ■ 대학 특수대학원 고위자과정 이용 돈벌이 학력위조에는 대학의 각종 고위자 과정도 한 몫하고 있다. 대학은 너도나도 정규과정이 아닌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최고경영자 과정’ 또는 ‘최고위 과정’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소정의 시험 등 전형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학의 기준은 등록금만 낼 수 있으면 된다. 거기에 어느정도 사회에서 성공하거나 유명연예인이나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생들일 경우 대학은 대환영이다. 수업 출석률에 상관없이 과정을 수료하면 학위 대신 수료증을 주는 게 고작이지만 대학입장에선 얻는 게 적지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관계자는 “대학입장에서는 저명인사가 입학하면 학교의 레벨상승과 함께 언론의 관심을 끌어 홍보는 물론 나중에 발전기금 쾌척 등의 재정확충 효과도 있다”며 “대기업 임원들이 입학하면 학부졸업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위과정을 끝낸 인사들이 이력서의 앞부분에 과정을 생략한 채 00 대학원을 졸업한 것처럼 표기해 혼선을 빚는다는 점이다. 일부 정치인의 경우 특수대학원 고위자과정을 수료하고 외부에는 대학원을 졸업한 것처럼 기재했다가 선거법(허위학력기재)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학력위조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면서 유명인의 학력이 진실인지를 밝혀내기위해 인터넷에선 유명인의 이름검색이 상위에 오르는 등 불신풍조가 확산되며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연극인이자 전 환경부장관을 지낸 손숙 씨와 SK텔레콤 최연소 임원으로 화제가 된 윤송이 씨 등은 시중에 학력위조 의혹이 나오면서 불쾌한 경험을 한 사례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회지도층으로부터 불어닥친 학력위조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충격과 함께 불신풍조 마저 낳고 있다. -----------------박스처리----------------- 학력을 낮추고 속이던 때도 있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 강요되던 70년대와 80년대. 독재와 미행이 판치던 70, 80년대 군부정권 시절에는 대학 입학에 소외되고 핍박받는 민중들을 위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학력의 외피를 벗어던졌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불길에 휩싸여 쓰러진 전태일 열사가 던진 충격은 대학사회에 낭만과 축제, 틀에박힌 고급 문화를 왜소하게 만들었다.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붐이 될 정도였고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은 대학생들에겐 크나큰 고민거리로 작용했다. 동기와 선배들에게는 미안함을 가져야 했고 항상 자신과의 고민을 하는 것이었다. 구로공단과 성수공단 등 대학생들은 학교를 중퇴하거나 졸업한 뒤에 이력서에 고등학교 졸업으로만 기재해 공장에 취직했다. 수사 정보기관의 미행과 감시속에 학력을 낮췄다가 대학졸업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 위장취업이라는 법에도 없는 처벌을 받기까지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당시 서울대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졸업자로 학력을 속여 구로공단에 공장노동자로 취업했다가 위장취업자로 쫓겨난 사례다. 민중의 곁으로 다가가려했던 70, 80년대 대학생들의 진실어린 몸짓이 학력을 속이며 유명세를 누려온 저명인사들의 삶이 확연히 대비된다. 지난 1997년부터 미국 명문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입학처장을 맡아온 마릴리 존스(56).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나친 학업성취욕과 완벽주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으로 폭넓은 존경을 받던 그였지만 학력위조로 지난 4월 사임했다. ■ 미국의 MIT 입학처장도 학력위조로 사임 존슨 처장은 이력서에 올바니의대와 랜슬러공대, 유니언대 등 3곳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재했으나 필립 클레이 MIT총장은 “단 한곳의 학위도 없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학교 당국은 열흘 전 존스 처장의 학력위조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으며, 수일간 자체 조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존스 처장은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MIT에 처음 제출한 이력서에 학력을 위조했으며 이후 입학처장직에 지원했을 때나 그 이후에도 정정할 용기를 갖지 못했다.”면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준 학교 당국과 학생들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존스 처장의 불명예 사임은 학교와 학생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화학 전공 신입생 마이크 헐리는 “존스 처장의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어 MIT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그녀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보다 우리에게 해준 것들을 기억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학교 당국은 어떻게 30여년간 존스 처장의 학력 위조 사실을 몰랐을까. 우선 존스 처장이 처음 MIT에 응시한 교직원 자리는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은 하위직이어서 구태여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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