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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모집인 K씨가 퇴근 뒤 밤 12시까지 ‘과외선생님’하는 사연

들쑥날쑥한 임금과 고용불안,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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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호 ⁄ 2007.08.21 09:29:13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경제학과를 2005년도에 졸업한 김 아무개(29)씨. 그는 살인적인 취업난을 졸업 3개월 만에 뚫고, 2년 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큰 보험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임금은 들쑥날쑥했고 경기가 안 좋아 실적이라도 떨어지면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보험 계약을 많이 해서 어떤 달에는 수백만 원이 넘는 돈을 한 달 일한 대가로 받기도 했지만, 어떤 달엔 10만 원이 겨우 넘는 돈을 임금으로 받았다. 그는 다른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는 시간에 ‘출장’을 나와 회사원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 보니 술자리가 잦아 최근엔 “몸도 예전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 씨처럼 보험모집인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불리며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 대우를 받고 있다. 보험회사에 다니지만 직장인이 아닌 자영업자라는 것. 그는 “보험모집인처럼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이 생기면 그런 들쑥날쑥한 임금과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왜 고등학교 때 대학입시 위주로 가는 교육에 대해 누구나 ‘우리나라 교육은 문제가 심각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문제를 고민할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읽어서 좋은 대학가면 되지 않느냐’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이야기에 무기력했잖아요” 특수고용노동자인 자신이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법 개정을 통한 노동법의 보장을 받도록 하는 변화에 대해 다른 한편으론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이젠 우리가 노동자이건 아니건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보험 계약을 하나라도 더 해서 회사 나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벌자고 생각하는 거죠. 죽어라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 했던 고등학교 때와 지금이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씨는 대학시절 했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를 아직도 하고 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퇴근 뒤에 1주일에 두 세번은 밤 12시가 되도록 과외를 하고 녹초가 된 채로 집으로 향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문제는 2000년에 들어서야 사회적인 문제로 관심을 받았다. 최근엔 서비스산업의 발달과 함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종이나 노동자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에서 최근엔 퀵서비스, 대리운전사 등 현재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10명 가운데 1명은 이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것이다. 노동계에서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에 대해 사용자는 노동법으로 보장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노동자에게 사업자로 등록하게 하고 도급이나 위탁 등 형식으로 노동력을 제공받고 있다. 당연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부 특고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를 만들기도 했지만, 사용자들은 노조가 있더라도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가 하면 단체협약마저 부정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상당수 특고노동자들은 원래 정규직이었다가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특고노동자로 변한 노동자”라고 말했다. ‘2006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보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월 평균임금 132만원으로 정규직 평균임금의 58.4%를 받고 있으며,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을 적용받는 이들도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 7년을 끌어온 논의, 그러나 결과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특수고용노동자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인식된 것이다. 정부는 2000년 당시 특수고용노동자를 ‘비정형 근로자대책’으로 분류해 노조법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인 적용과 단계적 적용을 놓고 고민했고 2년 뒤 노사정위원회에 이 문제를 넘겼다. 하지만 2002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된 특고노동자 보호대책은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고 사회보험 적용은 뒤로 미루는 등 노동계로부터 “2000년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6월 ‘노사협력 유공자 초청 오찬회’에 참석해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경제법과 노동법의 필요한 부분을 적용해 조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올해 6월 정기국회에 입법발의한 정부안은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중이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지난 7년간 지리멸렬하게 진행되었던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은 이제 노사정 논의가 아닌 실질적인 입법화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첨예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영계의 일방적인 자세도 눈총을 받고 있다. 경총은 지난 6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8월 17일 노동계와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연 입법 청문회에는 ‘기존 입장과 변한 것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불참했다. 정형우 노동부 비정규대책팀장은 “지난 해 11월부터 노동법적인 보호를 위해 법안의 기초를 학계에 부탁했고 올해 4월 27일 초안을 노동부에 보냈다”며 “올해 3월부터 초안이 마련되는 단계였기 때문에 노사정 협의를 하려했지만 경영계는 논의 자체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특고노동자 보호하려다 자리가 준다고 위협하는 경영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들이 특고노동자의 노동법적 보호를 반대하면서 내세우는 주장은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면 결국 특고노동자들의 임금도 줄고 일자리수도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동웅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는 지난 6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다수 기업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전부를 근로자로 수용할 여력이 없음은 물론 수용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므로, 결국은 이들에 대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경우 회사의 관리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 소득 저하 등으로 인한 자발적 퇴직의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계약법의 영역에 노동법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국가는 물론 개인의 경제활동에 있어서도 효율성이 나빠진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박지순 성균관대 교수는 18일 입법 청문회 자리에서 “입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자치를 통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있지만 노사 간 신뢰가 박약한 우리나라 토양에서는 입법으로 최소한의 보호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7년을 끌어온 특고노동자 보호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발목이 묶여있다. 조성래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특별법 형식으로 법안을 만들 것으로 제안했고, 단병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기존 노동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의 ‘근로자 정의’ 규정에서 독립사업자 형태의 노동자를 추가하고,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등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그런 점에서 노동자성과 노동3권이 사실상 박탈된 상태라면 개별 근로조건의 보호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전면 적용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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