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에 나오는 말이다. 유명한 작가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인간 심리의 심층을 깊이 파헤친 작가는 드물다. 「죄와 벌」에서도 그렇고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도 그렇다. 우리들이 어릴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가장 염려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간혹 잘못을 저질러 부모의 매 앞에 쩔쩔 매다가도 사실대로 잘못을 아뢸 때 부모의 매는 거두어지고 곧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감싸준다. 그러나 거짓말로써 매의 아픔을 회피하려 할 때 부모의 분노는 매질에 옮겨져 사정없는 체벌을 당하고 만다. 이렇듯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어려운 일이다. 인생에는 갖가지 어려운 일이 산재해 있다. 이 어려운 일과 부딪치고, 그 일을 헤쳐 나가려 할 때에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거짓말로써 난관을 모면하려 든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인간 양심(良心)의 요구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한 시인 윤동주(尹東柱)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는 고백이 우리의 순수한 심정이다. 거짓말을 하면 괴롭다. 첫째는 상대방에 대해서 괴롭고 다음으로 자기 자신이 괴롭다. 그러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나의 의지력(意志力)이 약해서 거짓말을 하는 때도 있고, 주위의 사정 때문에,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없이 거짓말을 하고, 자기의 입신양명을 위해 생떼 같은 거짓말을 한다. 동국대 신정아 전 교수의 예일대학 가짜 박사학위 사건이 불거지더니 유명 TV인테리어 전문가, 영어 강사, 문화계의 명인으로 우대 받던 「가짜」들이 줄을 서다시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가짜 학력 · 학위란 거짓말 학력 · 학위로 학위증이란 지면(紙面)에 그 내용이 명시되어 날인까지 있으니 증거인멸과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국외로 몸을 숨기거나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런데 중 · 고 · 대학 모두 가짜 학력인 것으로 드러나 일본으로 몸을 감춘 김옥랑(62)씨가 2004년 성균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김옥랑 씨가 설립한 동숭아트센터와 옥랑문화재단의 고문 및 이사로 재직중인 인사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사실이 밝혀져 후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현 성균관대학 명예교수인 L씨이다. 김옥랑 씨의 논문심사에 참여했던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는 『논문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김 씨의 박사논문은 석사논문에 자료를 조금 추가한 것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동숭아트센터에 관한 내용이라 객관성이 떨어졌다. 한글 맞춤법도 맞지 않는 등 오류도 적지 않아 학문적 가치를 논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예비심사위원(3명)이 당연직으로 본심심사위원(5명)으로 위촉되는 게 일반적인 관례인데 나는 본심심사에서 배제되었고, 김 씨의 박사논문은 결국 통과되었다』고 덧붙였다. P 교수는 여기에 대한 궁색한 대답을 내 놓았다. 『논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정 교수는 본심심사위원에서 배제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진리의 전당인 대학에서, 그것도 학위문제를 놓고 거짓말하는 사람의 거짓말을 방조하는 조작극이라니, 참 큰 탈이다. 형사소송법에도 방조죄가 있거늘, 응분의 조치를 취해 더 이상 상아탑의 오염을 기필코 막아야 한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말라」는 부모의 뜻을 세월과 세파에 망각하고 살아 왔지만 이제 상아탑에서, 더욱이 중진 노 교수가 저지르는 꼴을 보면 『무엇보다 어려운 것이 거짓말을 않는 일』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 명언이 아닐 수가 없다. <박충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