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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국회의원이 ‘일해공원’에 띄우는 편지

‘일해공원’이 ‘화려한 휴가’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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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호 ⁄ 2007.08.27 15:31:35

5·18 광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경남 합천군 합천읍 ‘일해공원’에서 23일 오후 8시 상영됐다. 합천군이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상영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합천군은 영화 상영을 저지하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철회, 물리적 충돌은 피했다. 다음은 ‘새천년생명의숲지키기합천군민운동본부’와 ‘전두환(일해)공원반대경남대책위’가 영화를 상영하기 앞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4명으로부터 받은 편지. ■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하는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17대 대선 경선후보 그 날 빛고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화려한 휴가’를 보며 흘리는 눈물은 용서 받지 못할 지난 역사 때문이다. 많은 관람객들은 사람이 사람에 대해 저지른 사람답지 못한 폭력에 눈물을 흘린다. 용서는 화해를 위한 것이다. 화해는 진실을 위한 것이다. 역사는 늘 반성하지 않는 이들에게, 같은 시련으로 깨달음을 주곤 한다. 규명되지 않은 진실, 단죄되지 않은 학살. 그나마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이다. 반성할 줄 모르는 그들을 사람으로 대할 수 없다. 버젓이 학살자의 이름을 걸어둔 공원을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5월 그 날, 빛고을 광주에서 당신들 앞에 스러져간 이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과 딸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감춘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국민 모두가 원하는 것은 진실 그리고 화해, 용서다. 부디 어떠한 불상사도 없이 행사가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광주 사람들을 죽이라고 시킨 사람은 지금 죽었나요? 살아있나요?” / 이영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놀랍습니다. “화려한 휴가”를 찾는 관객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뜨겁습니다. 분노의 눈물, 감동의 눈물이 마를 새가 없고, 이들의 칭찬 또한 침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울산에 사는 한 학생이 “화려한 휴가”를 보고나서 어머니에게 물었답니다. “엄마, 광주 사람들을 죽이라고 시킨 사람은 지금 죽었나요? 살아있나요?” 그 어머니께서 전두환이 현재 너무나도 떳떳하게 살아있음을 말해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분노했답니다. “화려한 휴가”로 전 국민이 분노의 눈물을 지을 때 한 지역에서는 역사를 거스르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합천은 영화 "화려한 휴가"의 배경인 ‘광주 학살’의 주범 전두환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역에 전두환의 호를 딴 “일해 공원”으로 짓겠다고 합니다. 이미 공원간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두환은 쿠데타로 국민의 권력을 빼앗고, 이에 저항하는 수많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입니다. 전두환은 이미 지난 96년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천지역에 전두환 호를 따서 공원명칭을 정하겠다는 것은 반역사적이고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지만, 인류를 커다란 고통에 빠뜨렸던 일대 사건은 시차를 두고 유사하게 반복되어, 또 다시 인류에게 고통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를 찾아 ‘용서는 하겠지만 잊지는 않겠노라’고 다짐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대들에게 ‘광주 학살’같은 참극이 되풀이 되고, 또다시 ‘화려한 휴가’같은 영화를 보며 눈물 짓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온고이지신’해야 합니다. 이점이 본 의원이 합천군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충언입니다. 본 의원은 한국 영화의 중흥을 위해서나, 목숨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무명의 열사들을 위해서나 “화려한 휴가”가 롱런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일해공원을 그대로 둔다면 이는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 / 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안녕하십니까? 합천군민 여러분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입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합천군민과 경남도민이 마음을 보태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한 자리에 함께 하여야겠으나 국회 일정상 참여하지 못하게 됨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일해공원반대는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80년 5월 광주학살의 당사자이자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여 이 땅을 동토의 땅으로 만들었던 전두환의 호를 따, 합천군민의 공원을 일해공원으로 이름 짓는다는 것이 21세기 민주와 통일의 시대에 어떻게 용납될 수 있겠습니까? 일해공원을 그대로 둔다면 이는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될 것이며, 민족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될 것입니다. 특히 온 국민이 감동 속에 관람하고 있는 영화 ‘화려한 휴가’의 상영조차 막겠다고 하니 이 같은 일이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 지금 일어난다는 것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무더위에 지치고 힘이 들더라도 역사를 거꾸로 돌려세우려는 자들의 준동을 막고 민주와 통일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이어나간다는 자부심으로 반드시 화려한 휴가 영화상영이 성황리에 진행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 영화 상영을 계기로 더욱 대중적으로 합천군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반드시 일해공원이 철회되기를 기원합니다. 저 또한 미력한 힘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합천군수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몰상식한 역사의식도 정상으로 돌아오길”/ 천영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8월 23일 오늘 합천 ‘전두환(일해) 공원’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가 상영됩니다. ‘화려한 휴가’는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짓밟힌 80년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매우 상징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전두환(일해) 공원’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천의 ‘전두환(일해) 공원’을 보면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들어선 전두환 쿠데타 정권에 대해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 비애감마저 듭니다. 오늘의 ‘화려한 휴가’ 상영은 범죄자 기념공원이라는 시대착오적 공간에서 그의 범죄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 잡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역사왜곡을 반대해 싸워왔습니다. ‘화려한 휴가’의 개봉에 맞춰 지난 7월 26일부터 전국적으로 일인시위 및 기자회견을 진행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때까지, 범죄자를 단죄할 때까지 싸움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이번 영화 상영을 계기로 80년 광주민중항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완의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이 다시 힘차게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합천군수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몰상식한 역사의식도 정상적으로 교정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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