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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불평등 못 따라간 ‘최저생계비’

상대적 빈곤기준 없이 기계적으로 책정한 최저생계비…‘빈곤현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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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호 ⁄ 2007.08.27 15:32:59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 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최저생계비의 뜻이다. 22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적용할 최저생계비를 4인 가구 기준 5% 인상한 월 126만5848원으로 정했다. 보건복지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최저생계비를 결정한 예년과 달리 올해는 국민의 실제 생활수준을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최저생활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계측하는 방식으로 최저생계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가족외식비나 아동 교양도서 등도 최저생계비 계측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빈곤인구는 대략 700만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공공부조 대상자는 5명 가운데 1명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책정은 빈곤층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비중은 근로자 가구 평균소득과 비교해 계속 떨어졌다. 1999년 38.2%에서 2007년 31.1%로 하락했고 2008년 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추정치와 비교하면 이번에 책정된 최저생계비가 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8%이다. 최저생계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셈이다.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는 “매년 적용되는 물가인상률을 빼고 나면 계측년도 최저생계비 인상폭은 2%인 셈이며 최저생계비 실질화와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예년에 비해 절대적인 인상률이 높아진 것이지만 현 최저생계비 수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며 평균소득에 대비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하향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휴대폰을 최저생계비 필수품목에 넣고 안 넣을지 갖고 싸우기 전에… 현재 최저생계비 책정은 필수품목 몇 가지를 정해 이를 모두 더하는 전물량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품목 산정에서부터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도 상대적 빈곤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에서도 기존의 방법을 고수했다. 윤홍식 전북대 교수는 “전 국민의 휴대폰 보유율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휴대폰’을 2004년에 이어 올해도 필수품목에서 제외하면서 생기는 소모적인 논쟁은 본질을 왜곡하는 지엽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고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위해, “예를 들어 2007년 전물량 방식에 의해 측정된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120만원이라면 이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몇 %인지 정하고 그 비율로 최저생계비를 고정하는 수준균형방식으로 최저생계비 계측을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상대적 개념에 근거한 수준균형방식으로 이러한 개별국민의 다양한 선호를 생활에서 반영해 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회진보연대도 “상대적 빈곤기준, 즉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 대비 일정한 수준을 최저생계비로 정해 국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이 상승 또는 하락하는 정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저생계비의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배경엔 ‘예산부족’이라는 이유가 있다. 부정수급자와 필요 이상의 지원으로 인한 복지병을 으레 걱정한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이미 각종 복지서비스에 줄줄이 혜택을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선진복지국가에서도 공공부조의 대상은 상대적 빈곤 개념에 의거해 인구의 10%를 유지하고 있고 국내총생산의 1.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마당에 우리나라처럼 제대로 된 사회보장 체제도 아직 없는 나라에서 공공부조를 통해 지원해주는 인구는 전체의 3%, 글을 위해 쓰는 재원이 국내총생산의 0.6%라는 점은 사회정의를 들먹일 것도 없이 인류 보편적 정서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주거비 한달 77000원에 한 끼 1900원…대학생이 쪽방체험으로 겪은 빈곤층 현실 김연수(광운대 행정학과)씨는 참여연대가 주최한 지난 7월 한달 ‘거침없이 희망 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복지학교에 참가했다. 이른바 ‘쪽방’을 체험한 김씨는 최저생계비가 결정되기 사흘 전인 2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인 문형표 KDI 재정복지팀장에게 자신이 체험한 빈곤층의 현실을 담아 보냈다. “흔히들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하면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갖지만 반면에 기피하고 심지어는 혐오하기도 합니다. 게으르고 능력 없는, 인생의 패배자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일을 하려는 의지 없이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돈을 받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복지학교에서의 쪽방체험을 통해 제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게으르거나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유복한 생활을 하다가 한 순간 부도가 나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는 겁니다. 막노동을 해왔지만 이제는 몸이 망가져서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쉽지만 다시 올라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 중의 한 사람이 불치병이라도 걸려도 사정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재산을 다 써서 빈곤층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겨우 안전망 역할을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으니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중략> 최저생계비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금액의 기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주거비로 77,000원 정도가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어디에서 그 돈으로 주거할 수 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들은 비장으로 내려가면 빈 집이 많으니 거기에 가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는 그들의 처지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들은 농민이 아닙니다.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을 하는 그들은 인력시장 근처인 대도시의 쪽방에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쪽방 주거비가 제일 싸다고 하는데도 최저생계비가 책정하고 있는 주거비의 세 배를 내야 합니다. 식비나 다른 부분으로 책정된 금액을 주거비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 끼 식비는 계산해보면 1900원 정도로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계속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겨우 끼니를 해결할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비를 주거비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수급자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한 끼는 굶고 한 끼는 무료배식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려면 한두 달에 몇 번은 외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밖에서 사먹으면 최소 3천원 보통 5천원은 듭니다. 그리고 피복신발비는 18000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는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아무리 싼 것을 사도 티 한 장 사고 슬리퍼 하나 사고 나면 끝날 금액입니다. 겨울을 나려면 파카나 코트도 필요한데 저 금액으로 과연 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정보통신사회니 지식기반사회니 하면서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켓바스켓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는데 휴대폰이 필수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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