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중심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난 3일 이명박 대선후보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공작 의혹과 관련해 이같이 말하자 첨예한 대립으로 각을 세우고 있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그 윤곽을 드러내며 결국 폭발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최근 들어 한나라당이 국정원·국세청의 ‘이명박 후보 죽이기’ 공작정치가 진행되고 있는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한데 대해 이명박 대선후보를 비롯해 이재오 최고위원,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 안상수 원내대표 등을 함께 검찰에 직접 고소한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고소 전날인 지난 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진실을 분명히 밝히고, 아직도 거짓과 술수로 승리하려는 선거풍토와 정치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정부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 후보와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금명간 고소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실장은 허위주장으로 인해 청와대 비서실 전체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고 고소는 청와대 비서실을 대표해 자신의 명의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검찰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것은 명백한 ‘야당탄압’이고 ‘정치테러’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와대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고소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로 많은 이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는 한편, 정치적 파장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靑, 한나라당 지목하며 날 선 칼 빼들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번 이명박 후보와 그를 둘러싼 주요 인사 3명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청와대를 포함해 국가기관을 겨냥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선거용 거짓 주장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정부가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집단으로 국가기관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더니, 급기야 청와대를 그 배후로 지목하며, 직접 조사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문 실장은 또 “거듭 밝히지만, 참여정부에 정치공작은 없다”면서 “국정원·국세청 등 권력기관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리던 한나라당 집권시절에 가능했던 일이지, 참여정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히며 상대로 일격을 가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선에서 정치공작 사실 밝혀졌다
또한 “참여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모든 권력기관을, 정권을 위한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은 온 국민들 뿐 아니라 한나라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어 “국세청이나 국정원이 불법·비리 첩보를 입수해 조사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며, 국가기관 스스로 판단하고 추진하는 정당하고 정상적 업무이다”라면서 “더욱이 청와대가 이들 기관을 이용해 정치공작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또 “야당 후보와 관련해서 이들 기관들에 조사를 지시한 일도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일도 없으며 조사 결과가 유출된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재인 실장은 경부운하보고서 유출사건과 주민등록 초본 유출사건을 예를 들며 “확인 결과, 오히려 정치공작은 한나라당이 해왔다”며 “한나라당은 경선 과정에서 서로 사생결단 대결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정치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李 후보, 도덕성 검증 요구와 불법 의혹에 물타기 정치공작 술수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은 또 “상식과 양심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사실들만으로도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이 이러함에도 한나라당은 적반하장 격으로 벌써 수개월째 국가기관을 흔들어 대고 있을뿐 아니라, 최소한의 단서와 근거도 없이 청와대가 배후에서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고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문 실장은 “청와대는 이명박 후보 측의 이러한 거짓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사과하고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청와대에 대한 모략과 거짓 주장을 그치지 않아 한나라당 의원들을 검찰에 고소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점점 더 흑색선전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며 “심지어는 이명박 후보 본인까지 나서 정권 차원의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스스럼없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문 실장은 또 “이 후보가 아무 단서나 근거도 없이 청와대를 겨냥해 거짓 주장을 계속하는 의도는 분명하고 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도덕성 검증요구와 불법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선거용 술수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문 실장은 “시대가 바뀌어 이런식의 거짓과 술수가 통하는 시대는 끝났는데도 자신들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정치공작설을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비겁한 정치공작”이라며 “그렇게 한다고 자신들에 대한 의혹이 없어지거나 덮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당한 정치공세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 이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거짓 주장을 일삼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비열한 행태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실을 분명히 밝히고, 정부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지켜가기 위해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금명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실장은 “참여정부의 원칙은 확고하다”며 “정부에 대해 근거 없이 왜곡하고 비방하는 선거용 공세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또 “국가기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정부가 지켜온 대원칙이고, 참여정부가 지난 5년 동안 가장 공들여 지켜온 약속”이라면서 “그 성과는 단지 참여정부의 공적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가 국가기관을 이용해 부당한 정치공작을 저질렀다고 거짓 주장하는 것은 참여정부 5년을 흔드는 것뿐만 아니라 어렵게 쌓아 온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를 부정하고 매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 실장은 특히, “선거를 앞두고 거짓 주장과 선거용 모략이 도를 넘어서는 상황은 공명한 선거 풍토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이며, 주권자의 선택이 거짓과 술수에 의해 영향 받고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의 대원칙”이라고 충고했다. 문 실장은 또 “비판도 좋고 공격도 좋지만 그 모든 것들은 사실에 근거해서 정정당당하게 해야 하는 것”이며 “만일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책임있게 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책임론을 운운했다. 뿐만 아니라 문 실장은 “선거 때는 더욱 책임있게 말해야 하고 더불어 대통령 후보라면 더더욱 책임있게 말해야 한다”며 “이 후보가 아무 단서나 근거 없이 청와대를 겨냥해 거짓 주장을 지속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노 대통령) 할 일도 많을텐데…” 이에 대해 당 중앙여성위 주최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이같은 회견 내용을 전해들은 이명박 대선 후보는 “할 일도 많을텐데......”라는 짧지만 여운이 남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의 측근 위원들은 이같은 청와대 발언에 대해 이것은 ‘적반하장’이며, 또한 ‘도둑이 매를 든 격’이라며 격분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정권이 앞서서 정치 공격을 하는 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단 한번도 일어난 적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노무현 정권을 정면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또 “이것은 대통령이 검찰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이고,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정치테러”라고 말하며 현 정권을 상대로 원색적인 성토도 불사했다. 또한 나 대변인은 “이것은 노 대통령이 연일 지속되는 각종 비리의혹이 터지자 정국 전환용으로 보인다”며 〃이런 행위는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측은한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이재오 최고위원 역시 “정권 연장 세력들이 무너져 가는 권력을 끌어안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말해 나 대변인을 거들었다. ■盧, 관심 끌려고 할리우드 액션하나? 강재섭 최고대표위원 또한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야당의 대선후보를 고소하는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이것은 열등생이 관심을 끌려고 사고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할리우드 액션’에 비유하는 등 “정말 ‘깜도 안되는 정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슴없이 노 대통령을 폄하했다.
강 대표위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께서 진짜 고소를 하려고 한다면 제가 볼 때는 국정원장이나 통일부장관을 고소·고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헛소리나 하고 정보기관장으로서 과잉노출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국가기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들 아니겠냐”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강 대표위원은 “이렇게 권한을 남용하고 남의 뒷조사를 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이 질책하고 해임하려면 고소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노 대통령이 해온 행태를 보면 헌법재판소, 언론, 힘없는 국민 등을 대상으로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고소하고 제소하고 이런 일을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대표위원은 ‘멸망에 이르는 세 가지 길’이 있다는 것을 예를 들며 “하나는 분란에 빠진 무리들이 잘 단합된 집단을 공격하면 망하고, 두 번째로는 사악한 무리들이 올바른 사람을 공격하면 망하며, 세 번째는 도리를 거스르는 무리들이 정도를 따르는 사람을 공격하면 망한다”라며 “이 이야길 다시 한번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역설했다. ■대통령 이름으로 고소하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 아니냐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서실장 이름으로 고소를 했는데 과연 비서실장이 대표 자격이 있냐”며 “청와대의 대표자는 대통령인데 고소를 하려면 대통령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고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고소한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안 원내대표는 또 “그렇게 해야 대통령 퇴임 이후에라도 죄도 되지 않는 사안을 고소한 대통령에 대해서 책임 여부를 한번 가려볼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으며 “그래서 꼭 대통령이 직접 고소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대표는 “대통령이 언론을 탄압하는 칼을 휘두르더니 사상 초유로 야당 대선후보에게까지 칼을 휘둘렀다”면서 “이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선개입이고, 야당후보 탄압”이라고 피력했다. 안 대표는 또 “야당탄압을 주도하는 대통령을 한나라당과 국민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말이 안된다”며 “한나라당은 국민들과 함께 대규모 장외집회나 시·도당별로 전국적인 규탄집회를 열어 대통령과 싸워서 공정한 선거, 공정한 대선을 이뤄내야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누굴 감싸며 ‘자화자찬’에 빠져 있던가 이어 정형근 최고위원은 “국가정보원장이 현지에서 직접 테러납치 단체와 협상한다는 것 자체도 국가기밀인데, 국가기밀을 누설한 것이 국가정보원법에 정면으로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오히려 감싸고 자화자찬하고 자랑하는 것은 정보원장으로서 자질 문제를 떠나 범법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김만복 국정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을 싸잡아 몰아세웠다. 정 최고위원은 또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아울러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미관계, 북일관계, 6자회담 등의 문제들에 관해서도 현안보고를 받고 집중적인 질의 및 보고를 받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현 정권이 이성을 잃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강두 중앙위의장은 “노무현 정권은 부정, 무능, 부패정권이라는 타이틀이 부족해서 이제 ‘야당대통령 후보 탄압 공작정치 정부’로 타이틀을 얻으려는 모양”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는 민주정치에 대한 선전포고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 또한 “국정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시비를 걸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집중 공격했다. 박계동 공작정치 분쇄 범국민 투쟁위원장은 “노무현 정권이 이성을 잃었다”면서 “공작정치를 분쇄하려는 당과 국민의 의지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하며 전의를 다졌다. 한편, 안상수 원내대표가 “검찰이 정치 공작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으니, 결국 특검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청와대·국정원·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정치공작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제를 즉각 도입하고 국회 국정조사 추진 및 장외투쟁 등을 통한 강력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국세청이 지난 2001년부터 6년 7개월동안 이 후보와 친·인척 재산을 조사한 것과 관련, 전군표 국세청장과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 및 당시 국세청 조사1과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염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