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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망각한 언론탄압 풀릴 때 까지

기자들이여, 두 주먹을 불끈 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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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호 ⁄ 2007.09.10 10:43:39

중국 주(周)나라 영왕(靈王) 때에 진(晉)이 북쪽 땅을 넓혀 강국이 되었는데, 남쪽에서는 초(楚)가, 동남쪽에서는 오(吳)가, 더 동쪽에서는 월(越)나라가 힘을 뻗어 강국으로 등장했다. 그 외에 정·송·노·위·채·허 등은 모두 몰락하고 있었는데 제(齊) 환공(桓公)이 일으켰던 제나라도 그의 후손 장공(莊公)이 잘못 다스려 비실거리고 있었다. 제장공은 주색에 너무 탐닉하더니 나중에는 우경(右卿 : 우의정) 최저(崔杵)의 아내 당강(棠姜)까지 사통하게 되어 백성들의 눈총을 받았다. 최저는 역심(逆心)을 품고 장공을 비수로 찔러 원한을 씻으며 공자 오구를 자의로 추대했는데 이가 경공(景公)이다. 경공은 나이도 어리려니와 약간 정신박약 증세가 있어 왕으로서의 경공은 꼭두각시이며 상대적으로 최저는 권력을 잡더니 스스로 왕 노릇 이상으로 횡포를 부리며 거들먹거렸다. 이때 태사(太史 : 기록을 맡은 관리 : 史官)로 4형제가 함께 한 방에서 봉록하고 있었는데 백(伯) 중(仲) 숙(叔) 계(季)였다. 이 사형제는 한결같이 정사(正史)를 고집하며 곡필(曲筆)을 거부하는, 오늘날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대기자(大記者)로 꼽히는 인물들이었다. 『왕위가 바뀌면 그 경위를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는 형 태사백(太史伯)은 『선왕의 신하 최저의 아내 당강과 벌이던 간통사건이 발각되어 남편 최저가 비수로 선왕을 찔러 임금을 시해하다』라고 사서(史書)에 기록하였는데 최저가 이 말을 전해 듣고 찾아와 노발대발하며 『최저가 비수로 선왕을 찔러 임금을 시해하다』라는 구절을 싹 빼고 『선왕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고쳐라』고 명하자 백은 『안 됩니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에 눌려 인간의 역사를 바꿔 쓴다면 우리들의 후세 세상은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는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우리들의 자식에게 그처럼 거꾸로 된 세상을 물려주어도 좋단 말인가. 그러고도 조상의 대우를 받겠단 말인가라는 말을 남기고 최저의 칼에 목이 잘려 숨을 거두었다. 둘째 아우 중도 형처럼 기록하자 최저는 용서 없이 죽이고, 그다음 숙도 형들을 따라 똑같이 적어 처형당했다. 4형제 중에 위로 셋이 죽고마지막 계(季)가 남았는데 역시 형들과 똑같이 적었다. 칼을 뽑아들고 위협하는 최저에게 『내가 목숨이 두려워 거짓 기록을 한다 해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바로 잡히게 됩니다. 우리 세대가 벌인 일은 「문제」이고 「해답」은 후세 사람들이 내릴 것입니다』라는 막내 계의 말을 듣고 최저는 칼을 거두며 그를 죽이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20주년 기념식에서 언론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조직보다는 정부조직을 보호 하겠다』『지금도 엇박자 기사가 항상 나온다. 그래서 가판과 기자실을 폐지하고 사무실 무단출입을 막았다. 언론은 사회 공론이 표출되게 해야 한다. 노무현 하고 싶은 얘기도 실어줘야 한다. 전혀 안 한다. 완전 사유물이다』며 언론을 한데 묶어 맹비난한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자신의 언론 경험을 과장하고 일반화 하려는 의식이 거의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까지 혹평하고 나왔을까.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는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다. 우리 언론이 그동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해왔는지를 안다면 감히 오늘과 같은 발언을 못 했을 것』이라고 논평하고 있다. 제나라의 무지막지한 재상 최저도 곡필을 요구하며 3형제를 죽였지만 끝내 막내 계(季)를 죽이지 못한 연유가 무엇인가. 형들의 피를 보고도 굴하지 않는 굳센 기자정신에 앞발을 들고 만 것이다. 지금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의 언론탄압조치 전면철회를 위한 긴급회동 뒤에는 공정한 민초(民草)들의 눈이 탄압언론의 부당성을 지켜보고 있다. 기자들이여! 언론사수를 위해 쌍권을 불끈 쥐어라.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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