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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 PF` ‘연쇄폭발’

저축은행·지방은행·우리은행 등 은행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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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호 ⁄ 2007.09.17 13:29:59

“신일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 양수도(讓受渡) 계약을 해지한다.” 동양그룹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공시를 냈다. 6월 부도가 난 중견 건설업체 신일의 인수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채권단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신일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은행권에서 약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 전국 20여 개 지역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벌인 시공사. 2000억 원 가까운 채권을 보유한 한 은행 관계자는 “동양이 인수하면 아파트 건설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당혹스럽다”며 대규모 손실을 걱정했다. PF대출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건설업계 부도가 확산되면 지난해부터 PF대출을 공격적으로 실시한 저축은행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위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11조26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00.2%나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12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대출액에서 부동산관련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말 40.3%에서 지난해 말엔 50.2%로 뛰어올랐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현재 10.3%로 6개월 새 두 배로 높아졌다. 지난해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서둘러 부동산 PF를 줄인 은행과 대조적으로 저축은행들은 뒤늦게 PF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대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올 들어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PF대출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동산 PF대출은 건설사업 자체를 담보로 금융사가 시행사에 사업비를 대주고 분양 수익으로 대출액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시행사의 신용이 취약하기 때문에 통상 금융사는 신용이 있는 시공사의 보증을 확보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사나 시공사가 무너지면 돈을 대준 금융사 입장에서 채권 회수가 막막해진다. 특히 분양 단계까지 진척되지 못한 사업의 경우엔 주택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저축은행 PF대출이 6개월~1년 만기로 이뤄지는 특성에 비춰볼 때 시행사의 부도가 아니더라도 공사 지연 자체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 저축은행 공동으로 부실 사업 구하기 지난달 발생한 중견 건설업체 신일의 부도는 자율적인 PF워크아웃 제도의 필요성을 저축은행업계에 부각시켰다. 신일의 부도로 건설업계 전반에 ‘PF 대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저축은행 공동으로 ‘부실 사업장 구하기’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자율 워크아웃으로 사업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개발 사업장에 대해 이자 감면과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한 조기 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실 여신을 줄여 저축은행의 충당금 부담을 줄이고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한다는 포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모가 큰 PF대출의 경우 여러 저축은행들이 복수로 대출을 집행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가 얽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며 “자율 워크아웃으로 부실대출의 공동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사업 정상화와 부실대출 해소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자율 워크아웃은 시공사들의 흑자부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처음으로 자율적인 워크아웃의 물꼬를 텄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사업장에 대한 워크아웃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방은행 부동산 PF에 취약한 구조 지방은행 중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업종 대출 비중(25.9%)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액만 1조3118억 원에 이른다.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원지 개발사업을 위해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680억 원도 PF 자금이었다.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행사들에 프로젝트 위험도(리스크)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며 연 6∼7%대의 기업대출금리보다 높은 연 10∼12%대의 금리를 받아낸다. 부동산 PF가 미래 수익성을 높여 주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저비용의 새로운 시장)’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은행권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프로젝트)이 차질을 빚으면 돈을 빌려 준 은행이 피해를 보게 되고, 대출채권을 바탕으로 발행된 ABS나 ABCP도 부실화돼 여기에 투자한 금융기관 등 투자자도 위험에 빠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카드 발급을 남발한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 모든원인은 거래실종·미분양대란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시장 위축 탓 현재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 바로 미래 가치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은 아예 거래가 되지 않고 있으며 신규분양시장은 급랭, 미분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의 원조격인 토지시장은 매수세 위축으로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상가는 극심한 동토의 시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주택시장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부산에서 출발한 기존 주택의 거래 중단과 가격 파괴 현상은 서울권까지 확대되면서 아우성이다. 대출을 받아 재건축 투기를 한 사람은 아예 예외로 치자. 매달 수백만 원씩 대출금 이자를 갚느라고 진땀을 흘리는 것은 투기의 죄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가 준공되어 잔금을 치르고 입주를 해야 하는데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꿎은 실수요층은 어쩌란 말인가. 좀더 큰 집으로 옮겨가려 했던 실수요층이야말로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망권으로 인식되면서 청약과열사태까지 빚은 용인이나 화성권 입주아파트단지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초기입주율이 2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령 도시로 변하면서 건설업체나 시행사의 자금 압박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건설사와 자재업체의 부도 몸살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고하는 것으로 서민과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게 분명하다. 기존 주택시장은 신규 분양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게 기본 생리다. 기존 주택시장의 부침이 후행적으로 신규분양시장에 영향을 강하게 미친다는 얘기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주택시장의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가격 낙폭이 커진 여파가 이제 본격적으로 수도권 분양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번 3순위 청약에서 2800여 가구가 무더기로 미분양된 것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남양주 분양시장은 수도권 시장 가운데 그리 썩 좋은 시장이 아님을 감안하면 이 같은 미분양 파고는 점차 서울권까지 깊숙이 파고들 공산이 크다. 이미 분양 안정권으로 인식되던 용인과 안양권에서조차 극심한 미분양이 발생하는 추세다. 또 미분양이 10만여 가구에 달하자 프로젝트자금(PF)을 대준 금융권의 회수바람이 이미 시작됐으며 하도급 업체나 자재업체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원가 압박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시장의 패닉 상태를 제어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시장주의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의 경제적 비중이나 투자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채 이중 삼중의 족쇄만 채우는데 급급했다. 더구나 청와대 중심의 하달식으로 정책이 수립되다보니 정치색만 있고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무원들의 속성과 정권이 말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감안하면 작금의 부동산시장을 추스를 사령탑이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의 흐름이나 정부의 현실을 감안하면 ‘집값 하락과 시장패닉’에 박수만 보내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의 피폐함이 더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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