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로 우뚝 솟아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관련 3~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 협의키로 합의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4일 오후 1시 평양 백화원 숙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 발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각 당의 국회의원 대부분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무언가 빠진듯한 ‘밍밍한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다고 입을 모우며 한편으로는 각양각색의 시각으로 결과를 평하고 있다. 심지어 겉으로는 화려하고 내용면에서 충실해 보이지만 ‘속빈 강정’에 비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원칙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표하고는 있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남한은 추상적 선언만, 북한에 퍼 주기한 것 아냐< /b>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는 “남북정상선언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경협의 문제에 있어서는 한나라당도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단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이 얻은 것은 추상적인 선언 말고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냐”고 적나라하게 꼬집어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우리의 실익보다 북한에게 엄청나게 ‘퍼주기’를 한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 안 원내대표는 “과연 선언 내용이 헌법 정신에 맞는 것인지 여부를 따져보고 차기정부가 부담해야할 엄청난 경협비용의 문제들에 관하여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 것인지는 우리 모두가 조사해보고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라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북핵폐기 등 핵심 사안, 선언에 그친 것 같아 아쉽다< /b>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최고위원도 “남북정상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일정부분에 합의한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대표최고위원은 “대다수 국민이 염원했던 북핵폐기, 분단고통해소, 군사적 신뢰구축 등 이런 핵심적 사안은 선언적인 내용에 그치거나 지엽적으로 다뤄져서 심히 유감”이라며 “특히, 전 세계의 관심사인 북한 핵폐기 문제에 있어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확실한 폐기 의지가 선언문에 나타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 남북경제협력은 북핵 폐기 전제되야…< /b> 강 대표최고위원은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 인도적 문제에 있어서도 대규모 생사확인을 한다거나 대규모 서신교환을 하는 문제에 있어서 신속하고 구체적인 통 큰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없었던 6·15공동선언을 그대로 고수하고 승계하겠다는 것, 또 국가보안법 폐지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법률제도정비 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이번 정상 회담시 상당수의 구체적인 경협 프로그램들이 언급이 됐지만 이는 이미 이명박 대선 후보가 선언한 바가 있는 과제들이라고 말하며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 대표최고위원은 “남북경제협력 확대는 어디까지나 북한 핵의 폐기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 북 측 지원 국민 부담 상당할 듯< /b> 강 대표최고위원은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한나라당이 계속 요구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NLL 재획정을 논의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그러나 ‘서해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지정’은 우회해서 NLL을 무력화하려는 편법이 아닌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강 대표최고위원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자주적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보이지만, 자칫 6자회담 등 국제 공조원칙과 충돌할 여지도 남겨두었다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이다. 강 대표최고위원은 “전체적으로 북한 핵폐기, 납북자 송환, 군사적 신뢰구축 등의 측면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사실상 미미하다”며 “이름만 경협이지 일방적으로 우리가 북 측에 지원만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여기에 수반할 엄청난 비용의 국민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또 “우리의 도움으로 북한 개혁개방이 촉진된다는 것이 보장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런 보장도 없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최고위원은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합의되는 사항 하나하나에 대해서 국민이 공감하고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범위내에서 추진해나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3가3불 방침’ 지키며 원칙있게…< /b> 강 대표최고위원은 첫째는 한나라당의 방침인 ‘3가 3불’의 방침을 지키면서 공동선언을 남북이 원칙있게 실천해나가는 것이라며 “6·15공동선언의 준수가 남북연방제 통일방안이어서는 안되고, 또 법률의 정비가 우리만의 국보법 폐지로 변질되어서도 안되고, 공동어로수역설정 등이 NLL을 무력화하는 단초로 작용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북한 핵폐기,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의 문구가 합의문에 없다고 해서 각종 후속회담 의제에서 배제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선언문 중에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이미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 거론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용되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치범 수용문제, 탈북자의 강제소환 문제제기를 우리가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의 이름으로써 우리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국제사회와 공조해야한다는 것 기억해야< /b> 강 대표최고위원은 두 번째로 국민 부담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사전보고 및 동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거론했다. 셋째로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한 국제공조의 틀을 빈틈없이 유지하면서 평화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4국 정상회담, 또는 6자회담의 진척과 북·미, 북·일 관계의 개선 등 이 모든 것이 국제공조의 틀 속에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회담 결과 대체로 만족하나 인권문제에 진전없는 건 유감< /b> 또 넷째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우리 국민모두가 이제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가 분열과 갈등의 소지가 없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국정파탄세력은 이런 정상회담의 선언에 대해서 선언계승의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얘기하며 대선에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잠꼬대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당장 거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 간 신뢰회복과 평화체제 정착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며 “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지만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등 국민이 바라는 인권문제에 진전이 없는 점은 유감이다”라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합의가 이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라며 “말 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 궁극적으로 북한핵이 완전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또 “남북경협의 확대와 철도 및 도로 이용, 백두산 관광, 인도주의적 사업, 문화교류 등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여러 부문의 교류협력이 공동선언에 포함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6·15선언에 명시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 군사적 충돌 방지와 공동번영 ‘대 환영’< /b>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문’에 담긴 평화선언의 내용을 온 국민과 더불어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합의문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담고 있고 6·15선언 이후 조성된 화해와 협력의 길을 더욱 넓힌 것으로 평가했다. 권 후보는 또 “무엇보다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관계 해소와 공동번영을 위한 논의와 합의가 있었던 것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 남북관계의 지속적 번영과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극찬했다. 또한, “이번 합의에서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남북평화를 위한 제안들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남북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반증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특히, “장관급 회담이 총리급회담으로 격상되고 차관급 경제협력추진위가 부총리급의 경제협력위원회로 격상된 것은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장관급회담을 총리급 회담으로 높이고 경제 정치 사회문화 분야별 장관급 회담을 개최를 주장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피력했다. ■ 실질적 통일 논의 없어 아쉽다< /b> 그러면서 권 후보는 “이는 민주노동당이 평화실천 정치세력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일로 적극 환영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후보는 “이번에 합의된 내용에 대해 정치적 ‘딴지걸기’와 합의 이행을 방해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정치권과 모든 사회구성원이 한마음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권 후보도 이번 회담을 통해 6·15선언에 바탕한 진전되고 실질적인 통일논의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선언보다 구체적 실행이 더 중요’< /b> 국민중심당 역시 논평을 통해 ‘선언보다 구체적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 경제협력, 인도주의 협력사업 등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종전선언 한반도 당사국회의 개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 개성공단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3통문제의 제도적 보완, 경의선(문산~봉동) 화물 철도 개통, 이산가족 상봉 확대, 남북정상의 수시 만남, 그리고 이번 선언 이행을 위한 11월 중 남북총리회담 개최 등 과거 추상적 선언들에 비해 보다 구체화 됐다는 점들이 돋보인다고 언급했다. 국민중심당 류근찬 대변인은 “하지만 기대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확인이 빠지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공동노력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한다”며 또한, NLL 수호에 대한 우리의 의지표명이 제외된 부분도 함께 우려했다. 더불어 “국민적 관심사인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에 대한 논의가 빠진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류 대변인은 이어 “문제는 오늘의 선언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해 실현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라면서 “그간 남북간에는 7·4공동성명을 비롯한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6·15남북공동선언 등 남북간 평화·공존·협력을 다짐하는 알찬 약속들이 많았지만 실천과정에서 서로의 입장과 인식차이로 대부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또 “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은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촉발해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면서 오늘날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 대변인은 “무엇보다도 북핵 폐기에 근거한 군사적 신뢰구축이 담보되지 않는 한 그 어떤 희망적 선언도 말 그대로 선언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또한, “정부도 남은 임기를 의식해 단기적 실적주의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면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축으로 모든 합의사항이 균형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실천 로드맵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염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