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17대 대선후보경선 초반 슈퍼 4연전에서 압도적인 조직력 우위를 앞세워 연승을 거두던 정동영 후보는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연승가도에 급제동이 걸렸다. 득표경쟁에서는 단연 선두를 달리며 대세론에 불을 지피려다 대리접수의 후유증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장외경기라 할 수 있는 공정선거, 불법선거 논란의 경쟁에서는 손학규 후보와 이해찬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통합신당 지도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도용이 정 후보 측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경선중단 요구에 지역순회 경선 중단과 원샷 경선을 결정하며 손을 들어줬다. 정 후보는 사건 초기에 신중한 모습을 취하다 파문이 확산되자 당지도부가 “손학규·이해찬 후보의 요구에 굴복했다”며 반발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려는 X맨에까지 비유하며 당 지도부에 강력 반발하며 맞섰지만 당 지도부의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반환점을 돈 경선에서 크게 뒤지자 선거인단 전수조사와 공정선거를 내세워 정 후보의 후보자격 박탈을 요구하며 상황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아래 공세의 고삐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명의도용 사건의 범인인 대학생 3명의 배후가 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현역 구의원인 정인훈(여·45)씨로 밝혀지면서 정 후보의 도덕성에 상처를 낸 것이다. 정 후보 측은 열렬한 지지자의 과잉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캠프와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 구의원도 잠적했다가 경찰에 출석해 경선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에서 한 것이라고 정 후보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 씨는 직책이 정 후보선대위 여성위원회 서울지역 사무총장으로 밝혀진 데다 명의도용 사건의 범인들이 정동영 캠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나 정 후보 측과의 관련성이 더욱 깊게 나타나 정 후보 캠프는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명의도용 선거인단등록은 대리접수 후유증의 한 예일 뿐 이미 통합신당 예비경선에 앞서 경선룰 마련단계에서부터 후보 간 유불리에 따라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우려됐다. 조직력이 약한 손학규 후보는 조직선거·동원선거를 이유로 국민여론 반영비율에, 이해찬 후보는 휴대전화투표에, 정동영 후보는 대리접수 허용에 비중을 뒀다.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선거인단 확보경쟁에서 당 의장을 두번씩이나 한 정 후보에 비해 절대 열세일 수 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에 대리접수 허용은 동원선거나 조직선거로 흐를 수 있어 국민경선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대리접수 허용에 반대했다. 경선위원회가 피말리는 신경전 끝에 결국 본인임을 확인한다는 조건 아래 대리접수를 허용했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리접수가 행해졌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4차례의 경선을 치르는 동안 투표율이 10~20%대에 불과했다는 점과 충북 지역경선에서 특정후보에게 몰표가 나오고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군수 등에게 전화를 하는 등 불공정 선거행위가 빚어졌다. 대리접수와 조직선거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 후보 진영은 경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이해찬 후보 측은 대통합민주신당 공명선거위원장 명의로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상담원을 이용해서 개인인적사항을 확보해 인터넷 또는 콜센터에 휴대전화 선거인단을 등록하는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상담원을 통해 불법적으로 휴대전화 선거인단을 접수하고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후보 측은 또 전국 규모의 정동영 후보지지모임인 평화경제 포럼에서 명의를 도용하다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평화경제포럼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경선위원회의 선거관리능력이 한계를 드러내며 불법 동원선거 흔적이 계속 드러나고 있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불법경선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본인여부 확인이 부실하게 진행되면서 사망자나 다른 당 소속 시의원, 교도소 수감자 등이 무더기로 선거인단에 등록되는 등 대리접수에 의한 불법선거인단이 다수 적발됐다. 실제로 경기지역 경선선거인단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일산 서구 시의원 현 모씨가 포함됐으며 경선을 마친 지역인 전남지역에서도 민주당 소속 전남도의원 K씨에 이어 박 모씨 등 해남군의회 의원 5명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강원도에서는 화천군 선거인단 477명 중에 사망자 2명, 중환자 1명, 장기 입원환자 1명, 교도소 수감자 1명, 행불자 3명, 무단 전출자 10명이 포함되어 있고, 전북 김제에서도 5, 6년 전 사망자 3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옥천·보은·영동에 이어 경기지역에서도 공무원 4명이 선거인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관권선거 징후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 전수조사와 함께 본인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불법선거인단은 폐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간부족으로 전수조사가 불가능할 경우 최소한 적어도 동일 IP에서 일정기준 이상의 수량으로 접수된 분, BOX 떼기, 불법 콜센터에서 접수된 선거인단 명부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선거인단 여부를 확인하거나, 불가능할 경우 전량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이해찬 선대위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국경위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국경위가 부실하고 형식적인 전수조사를 진행하여 가져온 결과”라며 “타당의 시도의원도 모자라 사망자까지 등재되는 어이없는 결과에 대해 국경위는 해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상대후보들은 철저한 전수조사와 전수조사를 통한 불법모집을 통한 불법 선거인단 전체의 폐기를요구했다. 장내경기에서는 완승했던 정 후보는 원샷경선 발표에 거부로 맞서 분당설 관측까지 낳았던 정 후보는 결국 원샷경선 방침을 수용하기로 해 손학규·이해찬 후보와의 장외대결에서 손을 들었다. 정면돌파를 통해 대세론을 확산하겠다는 계산에 경선에 복귀했지만 선거인단의 중대한 결함은 선거중지나 선거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어 통합신당 경선이 정 후보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불법경선 논란 등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