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현금 인출과 이체 등 은행 거래에서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이 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이 1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순이익을 대부분 고객들의 주머니에서 뺏어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차명진 의원(한나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명진 의원에게 제출한 시중은행 수수료 수입 현황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이 작년 한해 동안 거둬들인 수수료가 4조67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의 4조2329억 원에 비해 무려 10.4%나 증가한 것이다. 금융권은 지방은행의 수수료 수입까지 포함할 경우 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는 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 수입 항목에는 송금 및 현금자동입출금기 수수료 뿐 아니라 외국환·자기앞수표 발행·여신제증명·신용조사 등 각종 수수료가 모두 포함됐다. 소비자가 은행거래를 이용할 때 징수하는 수수료는 수백 원에서 수천 원의 푼돈에 불과하지만 은행은 티끌모아 태산이란 속담처럼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 수수료 수입은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1조341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송금수수료가 2719억 원, 현금입출금기 수수료도 1865억 원이나 됐다. 차명진 의원은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국가로부터 은행업 면허를 받아 내국인을 상대로 이익을 영위하는 전통내수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차 의원은 “상반기에만 10조 원 가까운 순이익을 벌어들일 만큼 수익성이 좋은 은행들이 또다시 높은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 은 폭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자체는 투입 원가에 미치지 못해 여타 부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손실을 메우는 게 현실”이라며 “은행이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미리 쌓아둬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현재 수수료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고 부정했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