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 씨 차녀 신유미 씨가 지난 5일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가 10일 삼성석화 지분 33.2%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처럼 재벌가 딸들이 연이어 같은시기에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현상은 최근래 드문일로 내년 3세경영승계를 앞두고 사전 지분정리를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첫째 딸인 이부진(37) 호텔신라 상무가 삼성석유화학의 최대 주주로 등장했다. 삼성 측은 상속과는 관계가 없는 단순 지분 인수라는 주장이지만, 장기적으론 3세 승계를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단순 지분 인수인가, 아니면 삼성가(家) 3세로의 본격적인 지분정리 신호탄인가< /b>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상무는 이날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전량 매각한 삼성석화 지분 47.41% 중 33.2%를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37.23달러, 인수금액은 약 450억 원으로 알려졌다. BP의 잔여지분 14.22%는 삼성물산이 192억 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이 상무는 삼성석화의 1대 주주에 올랐고, 삼성물산은 27.27%로 2대 주주가 됐다. 나머지는 제일모직(21.39%), 삼성전자(12.96%), 신세계(5.2%)가 보유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책임지겠다는 차원에서 지분을 인수한 것”이며 “오너 일가가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오르면 지배구조와 관련한 갖가지 추측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삼성석화의 경우 보유한 계열사 주식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이 상무의 지분 인수에 대해 일단 “상속이나 분가(分家)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영국 BP사가 적자 상태인 삼성석유화학의 보유지분 인수를 요청했지만, 삼성물산 외에 전자나 모직 등은 적자를 이유로 거부했다”며 “삼성석화가 이병철 선대회장이 창업한 기업임을 감안해 이 상무가 오너 가족을 대표해 인수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주가 일군 가업을 승계하기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39) 삼성전자 전무와 둘째 딸인 이서현(34) 제일모직 상무보가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선 “두 사람이 각각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즉, 소속 회사는 삼성석화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데, 그 회사 임원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이 상무는 석유화학의 경영권 등에는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올해는 이 회장 취임 20주년이고, 내년은 그룹 창립 70주년으로 제2의 신경영이나 체질개선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등 후계 문제 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 전무는 삼성전자(0.57%)와 에버랜드(25.1%) 주식만 갖고 있고, 두 딸은 각각 에버랜드 주식 8.36%씩을 보유하고 있는 게 전부다. 한마디로 갈 길이 먼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부진 상무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와 함께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상무는 호텔사업 외에 면세점 사업을 키우며 유통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고, 이 상무보는 디자인 공부 경험을 살려 여성복 사업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론 CJ·신세계 등 이 회장 형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각자 맡고있는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분가할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이럴 경우 삼성은 ‘이병철 선대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전무’로 자연스럽게 대(代)를 잇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3세 승계는 최근 3세와 4세로 경영권 이전 움직임이 활발한 LG나 GS 등 다른 재벌기업에 비해 진척이 느렸다”며 “이부진 상무의 삼성석화 지분 인수는 3세 분가의 서막을 알리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전무와 둘쨋딸인 이서현 상무보가 나서지 않은 것은 이 전무와 이 상무보가 각각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회사는 삼성석화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데 그 회사의 임원은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부진 상무가 인수키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신격호 회장의 두 딸이 나란히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딸인 신유미씨가 지분율 9.31%에 해당하는 35만 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취득단가는 2,467원이며 주식구입을 위해 쓴 돈은 총 8억6천여 만 원에 이른다. 이로써 신 씨는 개인으로는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최대 주주가 됐다. 신유미 씨는 신격호 회장과 과거 미스 롯데출신인 서미경 씨의 딸로 현재 20대 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던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역시 이번에 6.65%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9.31%를 확보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지분정리와 관련,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친인척 문제에 대한 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