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공정위로 부터 불법다단계 영업조직으로 낙인찍힌 나드리 화장품 등 중견 화장품업체를 비롯,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에 이르기 까지 화장품업계에 관행화 되온 다단계방식의 방판(방문판매)조직에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 하게 됐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곳으로는 이들 두 업체 외에도 중견 회사 여러 곳이 있다. 나드리화장품·화미화장품·한국화장품·한불화장품·소망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과 6개 화장품 유통 업소 등 12곳이 해당된다. 모두 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시정 명령을 받은 사업체들로 영업 규모가 크고 수법이 다양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나드리 화장품 방판조직 성업… 리더는 대기업 임원 봉급 웃돌아< /b> 공정위는 18일 최소 4~8단계의 판매원 조직을 운영하면서 다단계 판매활동을 해온 12개 화장품 업체를 적발, 이 중 소비자 피해가 많았던 나드리화장품에 대해 검찰 고발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영업 흐름을 보면 다단계 전문 회사 못지 않게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최소 4~8단계의 판매원 조직을 거느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판매 활동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주면서 철저한 인맥 관리로 장사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나드리화장품 직판 조직인 서울 강남사업장의 경우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부장·처장급의 위탁 관리인 그룹과 그 밑에 5단계의 판매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판매원들은 자신이 거느리는 요원들의 실적에 따라 우선 모집 장려금 5%를 갖는다. 반면 화장품 장사를 한 영업 사원은 최고 33%까지 판매 수당을 받는다.여기에 그룹 수당(18만~35만 원), 사업 활성화 수당(5% 또는 9%), 직급 수당(30만~160만 원)까지 보태어져 실적이 좋을수록 개인과 조직에 떨어지는 돈이 적지 않다. 리더가 되면 웬만한 대기업의 임원 봉급 못지않다. 승급 조건도 다단계 조직의 특징을 접목시키고 있다. 매달 그룹 실적(본인 및 하부 조직원 1명 실적) 5백만 원 이상, 그룹 누계 실적 1250만원 이상이면서 일정 기간(3개월) 활동 조건을 채우면 부장으로 올려주고 이어 실장→국장 순으로 승급시킨다. 돈과 승급을 다단계 장사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5단계 판매원 그룹 두고 수당 나눠먹기 수법< /b> 팀장에게는 이와 별도로 자신이 추천해서 들어온 사람의 판매액에 따라 모집 수당 4%가 돌아간다. 승급 조건은 누계 개인 실적 5백만 원 이상, 승급 직전일 개인 실적 2백만 원 이상, 피모집인 1명당 실적 50만 원 이상이면 팀장으로 올려준다. 팀장이 되면 조직원들의 영업 실적에 따른 후원 수당·모집 수당·직책 수당 등 혜택이 많아져 무리를 해서라도 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조사를 받은 다른 화장품 회사들의 경우에도 거의 비슷하다. 수당 금액과 장려금 비율, 조직 명칭이 약간씩 다를 뿐이다. 문제는 고객에게 파고드는 판매 그룹들이 수당과 승급 유혹에 빠져 적지 않은 폐해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연고 판매·대인 판매로 사행성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의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다단계 판매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함으로써 각종 소비자 보호 의무 사항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계약, 후원 수당 정보 공시, 판매 가능한 제품 가격(130만 원 미만) 제한 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화미화장품도 7단계에 걸친 판매원 조직을 구성해 피추천인 판매 실적에 따라 5%의 증원수당을 지급했으며, 소망화장품은 8단계 조직을 통해 영업하면서 관리수당 등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또 한국화장품·소망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 안산대리점·마임 포항 북부지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함께 100만∼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소망유통·한불화장품·마임상인지사·수서건강생활·상계건강생활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 아모레 퍼시픽은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은 없고 최종 제재조치 추이를 지켜볼 뿐< /b> 대기업이면서 법을 어겨 충격을 주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 △방문 판매업 신고 사항 변경 미신고 △홈페이지를 통한 방문 판매원 등록 여부 확인 의무 위반 △다단계 판매업 미등록 영업 행위가 적발되었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계는 할 말이 많다.공정위가 유제품을 파는 업소 사례를 들며 화장품 업체에 이 방식을 따르라는 것은 업계 속성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는 견해이다. 판매원 모집에 기여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다단계로 본다면 방판을 접으라는 것과 같다는 시각이다. 화장품 업계 방판 종사자(다단계 제외)만 최소 10만 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독립 사업자들인 이들이 일손을 놓으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이들 회사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강력한 추가 제재를 내릴 태세여서 양쪽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추가 조사를 하겠다는 정부와 반발하는 업계의 뜨거운 공방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어서 두고 볼 일이다. ■ 화장품社, 방문판매 채널 막혀 ‘위기’< /b> 한때 이름을 날렸던 중견 화장품 업체들이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화장품 전문점으로 대표되던 ‘시판’ 유통 채널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판로가 막힌데 이어 최근 공정위 시정명령으로 ‘방판’(방문판매) 채널까지 타격을 받아 일대 위기에 빠진 것. 공정위는 화장품 업체들이 ‘무늬만 방판’ 영업을 해왔다며 지난달 화장품 ‘빅2’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시정명령을 내린데 이어 코리아나·나드리·한국화장품·소망화장품·한불화장품·화미화장품(화진화장품) 등 중견 화장품 업체들에 대해서도 제재조치를 내렸다. 특히 이들 중견업체들은 시판 채널은 무너지고 그나마 방판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터라 이번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른 타격은 더하다는 지적이다. ■ 화장품의 3대 유통 채널 < /b> 1997년까지만 해도 화장품 시장은 전문점·방판·백화점이 삼분하는 구도였다. 1990년대부터 급성장했던 화장품 전문점 시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쇠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 초반 미샤·더페이스샵·스킨푸드로 대표되는 저가 브랜드숍의 득세에 더욱 설자리를 잃었다. 대형마트도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부상했고 백화점은 ‘고가 프리미엄 화장품’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방판 채널은 지속적 성장을 거듭하며 전문점·백화점을 압도하는 최대 유통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화장품 시장에서 방판 매출은 1조9830억 원으로 36%를 차지해 전문점(26%)·백화점(21%)을 능가하는 최강 유통 채널로 입지를 굳혔다. 중견 화장품 업체들은 ‘화장품 아줌마’들이 가가호호 방문, 화장품을 직접 파는 ‘방판’에 의존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방판 제재명령에 따른 중견사들의 충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 중견사들, “방판 마저… 어찌하오리까”< /b> 공정위는 방문판매를 가장한 다단계 판매가 성행한다는 지적에 따라 올초부터 전국 232개 시·군·구와 합동으로 방문판매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매출액 규모가 큰 25개 업체 대해 집중조사해 지난달 웅진코웨이·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대교 등 4개 업체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2차로 12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고발 조치를 했다. 코리아나화장품·한국화장품·소망화장품·화미화장품 등 중견 화장품업체가 대부분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방문판매업 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다단계 판매 영업을 한 사실을 적발했다. 3단계 이상의 판매원 조직을 갖게 되면 다단계판매에 속하는데 대부분 화장품 업체들이 4~8단계의 판매원 조직을 운영하면서 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따라 모집수당·증원수당 등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정위의 시정 명령에 따라 의결서를 받은지 한 달 내 다단계로 업종 전환을 하든지 조직을 2단계내로 변경해야한다. 신고만 하면 되는 방문판매업보다 등록을 해야 하는 다단계판매업의 경우 규제가 훨씬 까다로워 선뜻 업종을 전환할 수도 없는 노릇.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할 경우 130만 원 이상의 제품은 판매할 수 없고 판매원 장려금 등 수당도 판매대금의 35%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 영업 차질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다단계판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 명령에 따라 방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워낙 복잡한 문제인데다 중견사들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파장이 더욱 커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초부터 전국 지자체와 합동으로 방판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시·군·구에 신고만 하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방문판매업과 달리 다단계 판매업은 시·도에 등록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영업에 제한이 따른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많은 다단계업체가 제대로 등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의 대기업 4개업체 외에 또 다른 9개 업체에 대한 제재 여부를 조만간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