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고금리로 인해 개인 파산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단속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뒷짐만 지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대부업체를 금융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 사채업자를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부위원장은 지난 9일 “대부업체가 1만 개가 넘고 금융업으로 보기 어려운데다가 금융 당국의 감독 재원이나 인력에 한계가 있어 직접 감독하기는 힘들다”며 “카드회사나 다른 여신전문업체가 자금 공급을 늘려 서민이 대부업체를 찾지 않도록 하는 게 금융 당국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짐은 지난 9월21일 대부업의 최고 이자율을 연 4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대폭 후퇴시킨 것에서부터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법정 이자상한선을 연 66%에서 연 49%로 인하하고, 그 적용범위를 시행령 개정 이후 체결되는 신규계약, 갱신계약, 기존 계약에서 새로 지급될 이자분으로 정했다. 통과된 시행령 개정안은 시행 이후 체결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적용범위를 한정했기 때문에, 이미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시행령이 개정된 뒤에도 연 66%의 고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연49%의 금리도 시중 이자의 몇 배를 상회하는 폭리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행령 적용범위를 한정해, 현재 연66%의 고금리를 받는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에게 폭리수취기간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다. 연 49% 이자율 적용이 위헌이라는 시비도 있지만, 사실상 새롭게 지급될 이자분에 대해 적용되는 ‘부진정 소급효’로 위헌이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는 무엇보다 고금리로 신음하고 있는 대다수 채무자의 절박함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많은 채무자들이 ‘사채 돌려막기’로 제도권 금융기관의 채무를 변제하고, 높은 은행문턱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고리대출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색내기 물타기를 중단하고 고금리 근절을 위해 △등록업체에 연40%(시행령상 연 25%), 여신금융기관에 연25%로 금리 제한 △금감위 중심의 대부업체 실태조사 및 정책수립 등을 포함한 대부업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을 촉구했다. <박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