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도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도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담화를 통해 ‘파병연장’과 관련해 이같이 밝히자, 한 언론사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익명의 논평가는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있어 북핵문제 해결과정은 3대 대테러전쟁 전선에 파병해준 대가가 아니라 미국의 잇따른 외교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2004년 대규모 파병이 이루어졌지만 부시 정부는 대북 봉쇄 정책을 강화했다”면서 “이것으로 인해 2006년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스페인·이탈리아가 철군하고, 영국·호주 등 미국과 최고 수준의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도 철군을 서두르고 있지만, 철군으로 동맹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며 노 대통령의 말이 거짓된 주장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파병 연장을 결정해 놓고 정해진 것 없다”거나 “예정대로 철군한다고 할 수 없다”며 여론 떠보기 멘트를 흘리는 등, 거짓을 포함한 파병 연장 계책은 최소한의 절차적·도덕적 요소도 갖추지 않는 모습, 이는 할 수 없는 것, 하면 안되는 것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궁여지책”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또 “애초부터 파병 사안이 대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대부분 생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파병 연장 결정에 이명박 후보가 찬성하고, 정동영 후보가 반대하는 기묘한 형국의 입장이 발표되면서 ‘경제’를 내건 보수-토건세력의 결집과 ‘평화’를 내건 개혁세력의 결집이라는 대선 구도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남북정상선언의 성과를 개혁-평화세력에게 물려줄 것으로 보였던 대선 국면의 평화프로세스도 우여곡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를 놓고 청와대가 여권 후보들과의 관계 정립을 위해 밟는 수순이라거나, 남북정상회담 성과로 얻은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식의 해석은 사후적·일면적 해석일 뿐, 본질을 짚는 분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혁과 평화는 참여정부의 키워드”라며 “개혁이 선진노사관계로드맵과 한미FTA 관철 과정에서 자본 요구 위주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으로 점철되었다면, 평화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경협을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실체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7 남북정상선언은 경제를 통한 평화의 선순환을 국민적으로 확인하고 호의적인 여론을 획득하는데 이르렀다”면서 “그러나 시점을 피하지 못하고 운명처럼 만난 파병 연장에서, 참여정부의 ‘평화’가 갖는 불안정성과 모순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고 설명하고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이라고 짚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그는 “수용소 발언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개혁의 정치적 속성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후 참여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유연성 합의, 한미FTA 논쟁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근간으로 한 행보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파병할 때마다 강조한 현지 ‘평화’와 재건이나 북핵 해결 과정에서 강조한 ‘평화’가 모두 미국과의 공조, 즉 한미동맹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후 북핵 해결 과정에서 대북 봉쇄정책에 변화를 보인다 하더라도 적대적 관계의 완전한 청산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라며 “북미 수교와 동북아 군사전략의 수정 과정을 지켜본 후에나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북은 미국의 봉쇄정책 중단과 남을 향한 3대 근본문제 해결 요구에 긴장의 고삐를 늦춘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공조 위에 경제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걸하는 처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가장 반 평화적인 국가와의 동맹 위에서 가장 평화적인 세력인 것처럼 처신해왔고, 파병 연장은 그 왜곡된 평화의 정체를 숨길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자본에 의한 ‘개혁’과 한미동맹에 의한 ‘평화’. 이윽고 참여정부의 개혁과 평화는 파병으로 시작해 파병으로 해가 저문다”고 덧붙였다. <염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