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잡이 원양어선 ‘마부노호’에 탄 한국인 선원 4명 등 24명이 지난 5월 15일 소말리아 인근 공해상에서 무장 해적들에게 납치된 지 150여 일이 지났다. 소말리아 피랍선원들은 117일 만에 해결된 동원호 피랍사건의 기간을 이미 넘어 한국인 해외피랍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 ‘차라리 죽여달라’는 피랍선원< /b> 피랍자는 선원 한석호 씨(40)등 한국인 4명을 포함해 중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4명, 베트남과 인도인 각각 3명 등 모두 24명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한 언론사와 전화통화에서, “하루 24시간 감시를 받고 연료와 식량이 떨어져 해적들이 준 돌과 모래가 섞인 쌀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랍선원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짐승같은 생활’이라면서 ‘차라리 죽여달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외교통상부는 “테러단체와는 협상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참여정부는 모든 인질 납치범과 테러분자와의 어떠한 형태의 협상도 없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피랍됐다 42일만에 돌아온 피랍자들과 소말리아 해적들에 납치된 선원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누리꾼 김태환 씨는 “해외선교를 벌이다 탈레반에 납치된 23명의 개신교 피랍자에 대해서는 국정원장까지 현지로 보내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들여 42일만에 구출했으면서 소말리아 피랍선원들의 대해서는 10분의 1도 안 되는 몸값 때문에 손을 놓느냐”고 주장했다. 정부가 원칙론을 고수하는 사이 시민단체와 해상노조는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을 벌이며 피랍선원들의 귀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피랍선원 가족, “정부 너무 무관심하다”< /b> 지난 20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전국해상산업노조연맹과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7개 시민단체 회원 70여 명이 ’소말리아 피랍선원 구명을 위한 서명 및 모금운동’을 가졌다. 피랍자 한석호(40)선장의 아내 김정심(48)씨는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소극적인 협상태도에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지속적으로 외교통상부와 해양수산부에 민원을 제출하며 정부가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왔다”며 “그러나 정부는 협상노력을 기울이기는 커녕 협상을 위한 지원조차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씨는 “소말리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유기함은 물론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정부가 피랍자에게 등을 돌린 이상 피랍선원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희망은 국민뿐”이라고 말했다. 149개 국가 693개 선원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국제운수노련(ITF)도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국제운수노련은 지난 25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선원들이 5개월 넘게 억류돼 있으면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그들을 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ITF는 이어 “더 이상의 지체는 선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지도 모른다”면서 “한국 정부, 특히 해양부가 이 문제에 신속히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 : http://www.gobada.co.kr/ 소말리아 피랍 선원 돕기 모금 계좌 : 부산은행 098-13-001495-3 (해상노련)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