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해고자 복직 문제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GS칼텍스와 해고자 복직투쟁본부(이하 해복투)는 지난 8월 22일 회사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복직문제에 대해 협상을 벌였으나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31일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또 다시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이번 교섭을 앞두고 그동안 평행선을 걸으며 갈등을 빚어오던 GS칼텍스와 해고자 복직투쟁본부는 GS칼텍스 노동조합이 사 측의 대리인으로 나서 지난 8월 22일, 회사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해고 노동자 생계비 지급, 손배 가압류 철회 등의 내용을 담아 주 2회 교섭을 실시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날 작성한 합의서에 의하면 지난 달 26일을 기한으로 해복투와 GS칼텍스 간 해고자 복직 및 문제해결 노력을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6개의 합의사항을 체결했다. 합의조건에 따라 GS칼텍스 노조와 해고 노동자의 복직문제 등을 협의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은 지난 9월21일, 해고된 김영복 의장을 비롯한 6명 가운데 4명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가압류를 해제했다. 또 GS칼텍스 노동조합은 지난 8월 21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조 예산에 포함된 해고 노동자의 두 달여 간의 교섭기간에 생계비 지원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와 해복투 역시 GS칼텍스 회사 측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전국적으로 벌여왔던 기름 불매 운동을 합의타결 시까지 잠정 보류했다. 또, 3년여간 대치해오던 해복투 컨테이너 사무실을 폐쇄하고, 사옥 강제퇴거조치에 항의, 35일째 단식을 해오던 김영복 의장이 농성투쟁을 접는 등 타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기대감을 높였었다. 하지만 양 측은 해고 조합원 복직문제 등 핵심 사안에 이견을 보이면서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다시 대립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번 협상에서 GS 측은 5명의 해고자 중 2명을 협력업체에 취업 시켜주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을 제시했으나 해복투 측은 당초 협상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나 2명에 대한 복직요구와 사 측의 입장을 고려, 협력업체 취업 후 1~2년 내 GS칼텍스 여수 공장 복귀 양보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GS칼텍스 사측은 “법원이 2004년 불법 파업을 주도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최대한의 양보 안을 제시했는데도 민주노총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법과 원칙에 의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초 지난 8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협상기한이었으나 문제해결을 위해 노동부가 직접 나서 30일까지 협상기간을 연장, GS칼텍스 사 측에 해복투의 요구안 수용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전남본부와 해복투는 이석행 위원장과 함께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 열고 “수차례 실무교섭을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협상에 임했음에도 불구, GS칼텍스는 원칙 입장만을 고수 결국 교섭을 파국으로 내 몰았다”며 “노동자와 지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줄 것”이라며 총 투쟁 돌입을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단식농성투쟁을 벌여왔던 해복투 김영복 의장은 “GS칼텍스가 2달간의 교섭기간동안 투쟁 소강 국면을 노린 의도적 행위라고 주위의 많은 말이 있었지만 대화와 교섭에 나서겠다는 GS칼텍스의 의지와 의사를 신뢰하기로 하고 농성을 중단했다”며, “그러나 이번 교섭 파행으로 GS칼텍스가 해복투를 기만하고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전보다 더욱 격렬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민주노총 전남본부와 해복투는 그동안 중단해 왔던 GS칼텍스 불매운동을 즉시 재개하고 오는 11월 17일 GS칼텍스 규탄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GS칼텍스와 해복투 문제는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여름, (근무조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업의 지역사회 발전기금 출연’ 등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3대 요구안을 내걸었다. 이들은 파업 돌입 후 ‘귀족노조’라는 수식어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싸늘한 여론으로 지역에서 쫓겨나 급기야 조선대학교에서 산개투쟁 중이던 당시 LG정유노조는 ‘선 복귀 후 대화’라는 사 측의 요구에 따라 20일 만에 현장으로 복귀 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화가 아니었다. 지도부 8명의 구속에 이어 사 측의 집요하고 치밀한 노조 파괴 공작과 강제적인 서약서, 경위서, 개별면담 등 반인권적인 조합원 복귀 프로그램으로 그해 가을 LG정유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겨울, 30명의 노동자가 강제사직을 포함한 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해복투 활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어용노조라는 비난 속에서도 GS칼텍스노조는 2006년 4월, 해고조합원들이 GS칼텍스 기름 불매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제명하고, 해고·구속 시 생계비를 지급하는 신분보장규정을 아예 삭제시켜버렸다. 한술 더 떠 2007년, GS칼텍스와 노조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해가며 요란스럽게 임금인상을 동결했다. 또, 해고 노동자들의 해고시점인 지난 2004년 12월부터 해고노동자들의 차량 바퀴 고의 펑크와 농성장 컨테이너 집기파손, 선전게시물 훼손 행위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져 왔다. 2004년 당시 LG정유노조가 요구했던, 사회발전기금 출연이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노조를 파괴하고, 파업 참가자 650명을 중징계하고 30명을 해고했던 GS칼텍스가 스스로 사회발전기금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매년 100억씩 10년 동안 총 1000억의 발전기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고, 최근에는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후원기금으로 5억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GS칼텍스의 태도변화에 대해 지역노동계는 해고자문제를 지역사회로부터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여수지역민심은 해고 이후 4년여가 흐른 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그들만의 소란’, ‘그들만의 울분’에 그치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사 측이 해고자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라는 지역민의 염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사 측의 태도변화가 나온 시점은 세계박람회 실사단이 여수를 방문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즉, GS칼텍스가 해고자문제를 방기할 경우, 여수지역의 제1명제가 된 세계박람회 유치분위기를 해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거기에다, GS칼텍스 노무담당자가 포함된 직원 일부가 해복투의 집기와 선전게시물을 불법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해복투가 설치한 CCTV에 잡히면서 기업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측면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GS칼텍스의 태도변화는 노동정책에 대한 내부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여론 등 외적 요인에 의한 타의적 성격이 매우 강해 처음부터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보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위장용 교섭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결국 해고자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사 측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며 “결국 이번 교섭요청은 들끓는 비난여론을 피해 투쟁 소강국면을 노린 사 측의 노림수임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GS칼텍스 사태가 파국으로 끝남에 따라 민주노총은 GS칼텍스를 상대로 오는 17일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다시금 강력한 투쟁을 전개키로 해 오는 27일로 예정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지역민과 각계에서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장봉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