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새로운 사업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그룹이 신수종사업 전담팀을 곧 출범시키는가 하면 현대차그룹도 연료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달안에 신수종사업 테스크포스팀을 가동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새로 가동되는 팀에서 기술개발은 물론 기획·M&A 등 종합적인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와 바이오, 환경 분야다. 이미 GE에너지의 최치훈 사장을 영입했고 화학박사인 김태한 삼성토탈 전무를 테스크포스팀에 넣은 것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하이브리드카·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차세대엔진 개발에 3조원이 넘는 R&D 투자를 할 계획이다. 이밖에 증권 등 금융업 진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LG그룹 역시 에너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그룹은 460억 원을 투자해 LG솔라에너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LG화학과 LG CNS 등 계열사들도 태양광 발전 모듈을 장착한 외장재와 시스템 통합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새로운 사업 찾기 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해외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편 IT와 인터넷 시장 확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코오롱 그룹도 친환경분야인 ‘물’비즈니스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세계 10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하수도 사업과 폐수업체 인수, 파이프 등 물산업 관련 소재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밖에 효성그룹도 풍력발전소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고, STX도 크루즈 제작회사를 인수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면서 R&D와 함께 인수합병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 잠잠하던 4대그룹 ‘M&A 시동’< /b> “전 세계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혈안이 돼있고 기업순위가 하루 아침에 뒤바뀌고 있는데 그냥 볼 수만 있나요.”(4대그룹 고위 관계자) 중견 그룹들에 비해 M&A 시장에서 잠잠하던 삼성·LG·현대차·SK 등 ‘빅4 그룹’이 먹잇감 사냥에 적극 나섰다. 지금까지 4대 그룹은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라는 비판 등을 의식해 두산·효성·STX 등 중견 그룹이 주요 매물기업을 하나씩 쓸어 담으며 약진하는 모습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기업 간의 M&A가 가속화되고 신성장동력발굴을 위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룹마다 M&A 전담팀을 운영하며 전방위 활동에 나섰다. 하이닉스·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만도기계 등 국내 매물기업 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시야각을 넓히고 있다. 삼성그룹은 전략기획실 직속으로 신수종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차세대 사업발굴이 표면적 이유지만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M&A 임무도 함께 부여됐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1994년 미국 PC회사인 AST인수 이후 조용했던 삼성의 ‘M&A 출사표’로 비춰진다. 팀원과 활동방향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삼성전자·테크윈·토탈 등에서 뽑은 최정예 요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이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인텔을 따라잡기 위해 AMD 등 외국 비메모리반도체 인수를 염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비메모리 분야에서 4개분야에 1위에 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삼성의 핵심업종인 반도체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M&A를 통한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삼성은 금융·화학·중공업 등도 미래전략에 맞춰 물건을 따로 살펴보고 있다. LG는 M&A를 통한 사업확대를 사실상 선언했다. 그룹 주력기업인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영국 경제일간지 FT 인터뷰에서 “M&A 등을 통한 성장전략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제조업체를 포함해 어떤 기업이든 M&A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게 인터뷰 내용이다. M&A와 관련한 선언적 의미지만 구본무 회장이 최근 그룹의 내년 및 미래성장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터라 말에 담긴 무게는 남다르다. M&A를 통한 사업확장의지가 그룹 전체적인 방향으로 설정됐음을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는 지주회사인 ㈜LG에 M&A를 담당하는 팀이 구성돼 있다. 재계에서는 시기상 LG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반도체(하이닉스)나 건설 부문의 M&A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G가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자 공모에 나선 것도 건설사 진출을 위한 장기적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증권 진출을 위해 M&A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업 강화를 위한 증권업 진출, ‘철강-2차부품-1차부품-모듈-완성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위한 만도기계 인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SK그룹은 그룹화두인 ‘글로벌리티경영’이라는 그림하에 M&A를 진행중이며 주력업종인 통신·에너지 해외사업확대가 핵심이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미국의 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금호의 대우건설,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 등으로 갑자기 재계 판도가 바뀌는 것을 보고 4대그룹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라며 “내년 2월 신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감안한 듯하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적극적 M&A는 국가 경제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인도 등 후발 신흥국가의 기업들도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경쟁에 적극 가세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그룹 ‘증권업 진출’막후 사위(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가 금융그룹 후계자로 급부상?< /b> 현대차그룹의 금융업 확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증권업 진출을 모색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증권업 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인수할 증권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증권업 진출 등 금융업 확대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의 현대차 그룹내 위상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증권업 진출 등 금융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신용카드 분야의 현대카드와 할부금융 분야의 현대캐피탈 등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정 사장, 금융계열사 수장< /b> 정 사장은 지난 2003년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으로 발탁된 이후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수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이 금융업 확대를 모색하면서, 정 사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의 업무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증권사 인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현대차그룹이 자통법 등에 발맞춰 증권사 및 보험사 등을 인수해 금융업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며 “하지만 자통법 시행 기대감으로 M&A대상으로 거론되던 증권사의 가격이 갑자기 폭등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증권사 인수 전략이 수정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현대증권 인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서 현대증권을 매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파다하게 퍼졌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이 “현대증권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고,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기대감으로 인해 현대증권의 주식 가격이 1년 사이 2배가량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현대증권 인수설도 잠시 잠잠해진 상태다. 현대차그룹 측도 “현대증권의 인수가격이 3조5000억~3조6000억원대로, 그럴 만한 여력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대증권외의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이참에 증권사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현대증권 인수 무산?< /b> 특히 이런 ‘현대차의 증권업 진출’을 위한 실무 작업을 현대카드·캐피탈이 주도하고 있고, 또 정 사장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정 사장에 대한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의 승계구도와 관련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권과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업종을 바꿔 금융계열사를 승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산법’제정 등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정의선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승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아들 정의선 사장이 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 산업분야를 맡고, 정태영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그룹분할도 염두에 두고, 산업분야는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금융분야는 사위인 정 사장이 각각 맡을 것이란 분석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정태영 사장이 그룹의 ‘금융 분야 몸집불리기’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 및 신설을 위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사장이나 현대카드·캐피탈이 주도적으로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증권업 진출을 위한 실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후계구도와 관련짓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카드·캐피탈은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캐피탈 측은 현대차그룹의 현지 자동차판매 금융회사인 HMFC사를 인수·합병해 자동차 할부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미국 고객들을 타깃으로 신용카드와 개인신용대출사업 진출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