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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波칼럼)자이툰부대 파병이 용병(傭兵)이라니

우리 태극마크 달고 우리 봉급 받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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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호 ⁄ 2007.11.05 15:51:01

인조반정이 성공하자 인목대비는 광해군을 폐위시키는 죄목으로 첫째 광해군이 선조를 독살하고 형과 아우를 죽이고 대비자신을 유폐시켰다는 것이고, 둘째 토목공사를 벌여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정치를 혼탁케 하여 종사를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존명배청(尊明背淸)하지 않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광해군 일기 15년 3월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을 섬긴지 200여 년, 의리로는 군신(君臣)이요 은혜로는 부자와 같도다. 임진왜란 때 나라를 다시 세워준 은혜는 만세토록 잊을 수 없도다. 선왕(선조)이 어위(御位)하신지 40여 년 동안 지성으로 사대(事大)하여 평생 등을 서쪽으로 대고(중국이 있는 방향) 앉으신 적이 없었다. 광해군은 배은망덕하여 천명의 두려움을 잊고 음흉하게 두 마음을 품어 오랑캐에게 정성을 바쳐 기미년 오랑캐를 칠 전역(戰役 : 1617년 사흐르 전투를 말함)에서 장수에게 「정세를 보아 향배를 정하라」고 일렀도다. 그 때문에 온 군사가 오랑캐에 투항하여 사해에 떠돌게 하였도다. 우리 예의의 나라를 오랑캐와 금수의 지경으로 돌아가게 하였으니 통탄 해본들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바로 이 셋째 문제가 광해군을 폐위시킨 주된 구실이 되었던 것이다. 즉 명(明)을 침범하는 청(淸)을 처서 존명(尊明)의 명분을 세우라는 조정 대신들은 서둘러 조선에 원병을 요구하는 명의 명령에 따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리외교에 눈을 뜬 광해군은 지는 해처럼 쓰러져가는 명나라를 돕는 것보다 뜨는 해처럼 힘이 솟는 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도원수 강홍립(姜弘立)에게 1만5000명 원군을 보내면서도 관형향배(觀形向背 : 정세를 보아가며 향배를 정함)지시를 암암리에 내린 것이다. 『지난해 명에서 청병하여 왔을 때 … 내 이를 두려워하여 밤낮으로 근심 걱정하여 병이 더욱 돋아 발광할 지경에 이르렀도다』(광해군일기 11년 4월조)할 정도의 고심 끝에 관형향배 작전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광해군이 인조반정 쿠데타를 일으킨 서인들에 의해 무참히 쓰러지고 광해군을 받들던 대북파들은 피의 보복을 당했다. 그 뒤 국내외 정세는 어찌되었는가. 정권을 잡은 인조는 당연히 존명배청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청의 침범을 받아 끝내 삼전도에서 항복을 하고 청과 군신관계를 맺는 우리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굴욕을 당한 것이다. 결과는, 국익은 내팽개치고 정권집착에만 몰두한 서인에게 정권을 빼앗긴 대북파의 멸망과 국권을 청에게 저당 잡힌 것이었다. 이것은 국제관계상의 외교에 있어 파병문제가 한 국가의 존망의 적(的)이라는 명분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는 사실(史實)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대통령후보가 자이툰부대 파병연장을 반대하면서 『전쟁터에 한국 젊은이들의 피를 내다팔아 잘살면 된다는 식의 가치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해서는 『한국군이 세계 용병의 공급원이 돼도 좋은지 대답해야 한다』고 따졌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발언이다. 자이툰부대 파병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한 · 미동맹 차원이었다. 북한의 핵위협 해소 등 미국의 협조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우리의 안보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면서 애초부터 용병의 성격은 전혀 없었다. 다국적사령부의 지휘체계에 속해 있으나 전적으로 독립작전을 실시해 왔다. 부대원들의 봉급은 미국이 아닌 한국정부가 부담하고 있고 부대원들의 복장에는 태극기를 부착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해 왔다. 파병에 반대하던 국회의원들조차 이들의 활약상을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 이런 군대를 「세계 용병」이라니 덜떨어져도 한참 덜떨어진 발언이다. 더욱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말이고 보니 더욱 그렇다. 「파병」이란 것은 예민한 국제정세하의 정치적 역할로 크게는 사활이, 작게는 우방에서 도태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란 것을 명념하여 인조의 조명배청과 같은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집권을 위한 술수의 방법으로 파병문제에 「어거지 딱지」를 붙이는 불장난을 도모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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