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바로 찍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교육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다. 그간 많은 대책이 시행됐지만 별로 나아진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해결, 교육양극화 해소 등을 책임지겠다고 자신했다. 워낙 국민 관심이 높다 보니 각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마다 찬성과 반대가 동시에 빗발치고 있다. ■ 사교육비 대책 `극과 극`< /b> 모든 후보들이 사교육비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은 제각각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늘리고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와 마이스터 고교 50개를 세우겠다고 했다. 여기에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확대해 영어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면 사교육은 자연스레 없어진다는 논리다. `영어 공교육 끌어들이기`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비슷하다. 다만 문 후보는 고교 학력평가를 4지 선다형에서 논술형으로 바꾸는 등 내신제도를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학벌사회를 해소하고 대학평준화로 입시와 사교육의 근본 원인을 없애겠다면서도 단기 대책으로 학원 영업시간을 밤10시까지로 제한하는 등 `사교육 공급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목고 확대, 영어교육 강화, 수준별 보충수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초중고의 영어교육 확대나 방과후 학교 강화, 교육방송 프로그램 기능 강화 등의 대책은 그동안 시행되어 온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소극적인 방법들이다. 이명박 후보의 자율형사립고 공약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이 많다. 고교평준화 정책을 흔들고, 고교를 서열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옥성 교육양극화해소서울시민추진본부 공동대표는 “이 후보의 대입자율화 공약은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부활시킬 것”이라며 “이는 자사고 정책과 맞물려 가진 자들을 위한 교육 조건을 확대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질높은 공교육을 제공해야 될 정부가 극소수의 상류층을 위해서 많은 돈이 드는 사립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공교육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총은 특히 “학생·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고교 유형 다양화는 교육평등주의에 경도됐던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환영입장을 밝혔다. ■대학입시 `폐지` 에서 `자율`까지< /b> 이명박 후보는 3단계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36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07 대선시민연대’가 이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역행하는 ‘나쁜 공약’으로 선정, 폐기운동 대상에 넣는 등 반발이 심하다. 대선시민연대 측은 이를 나쁜 공약으로 꼽은 이유로 “현 3불정책 중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고교등급화와 본고사 금지를 철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약이며, 고교평준화 체계를 해체하고 고등학교를 귀족학교와 일반학교로 서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교 입학경쟁을 심화시켜 중·고교까지 전국적인 사교육 열풍을 일으킬 것이며 소득에 따른 학력 양극화를 초래해 교육으로 빈부를 세습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자율에 맡길 때 선발의 공정한 기준 여부가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는 대학이 고등학교별 차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갖고 입시에 적용할 때 자율을 허용하자고 밝혔는데, 현 상황에서 그런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이 있는 지 회의적이다. 정동영 후보의 대학입시 폐지 공약,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수능 폐지와 생활기록부 위주의 학생선발 방안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생을 뽑아야 하는 대학쪽에서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학교 교수는 “정 후보는 고교등급제를 반대하고 있는데,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으려면 고교 간 학력 차이는 어떻게 반영해야 하느냐”며 “결국 추첨을 해서 학생을 뽑으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정 후보 공약의 기본적인 방향은 학생들이 고교까지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방향은 우리가 주장해 오던 내용과도 일치하고 옳은 쪽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2008년 입시도 그런 취지로 추진됐으나 교육부 의지와 관계 없이 상위권 대학에서 사실상 거부했다”며 “이런 전형제도가 수용되려면 국공립대학을 하나의 통합네트워크로 구성하는 안을 택하든지 아무튼 대학 체제가 재편되어야 하고, 또 재편에 대해 대학의 수용이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 후보쪽에는 이에 관한 구상 정도만 있는 듯 하고 5일 발표한 내용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적했다. 그는 이어 “요컨대 발상을 대학 문제로 돌린 것은 고무적이나, 지적한 내용에 대해 자기 방도가 없으면 결국 이슈만 만들고 마는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국현 후보는 대학입시에 대해 혁신을 외쳤을 뿐 방향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고교·대학·학부모·시민사회·정부로 구성된 대학입시개혁 사회협약기구를 발족해 입시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권영길 후보는 입시 폐지와 대학 평준화를 약속했다. 대학서열체제가 일류대 진학을 위한 병목 현상이기 때문에 대학평준화 제도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통합전형·통합학점과 통합학위제도 등 `3통`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서울대 등 서열화 안에 있는 집단의 동의를 어떻게 얻을 지에 대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밖에 학벌 학력차별금지법, 학생인권 보장과 교육과정 결정권을 교육주체에게 주도록 하겠다는 공약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현실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 교원평가, 소극적이나마 도입 대세 < /b> 교원평가에 대해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권 후보는 교직원회·학부모회·학생회를 법제화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의결기구화해서 학교자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후보는 현재보다 강화하자는 쪽이다. 평가 결과를 연수·자격 등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 정동영 후보는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대신에 근무평정을 폐지하고 교사 양성 과정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문국현 후보가 다소 특이한데, 교원임용고시와 함께 학교평가제를 강화해 철저한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과정 재편과 관련해서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국가의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면에서 비슷하지만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문 후보는 자율형 공교육을 전면화해서 교육과정의 국가 간섭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권 후보는 교사와 학교의 재량권을 확대하고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로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편성하겠다고 쪽이다. 이명박 후보는 교과목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교육계 안팎의 인사로 구성된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특목고 `입학 동시 전형 ‘`내신반영 확대’< /b> 2009학년도부터 외국어고와 과학고, 국제고 등 특목고 입학 전형을 동시 실시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교육부는 7일 시·도 부교육감 및 실·국장으로 ‘구성된 `고교교육 혁신 기획단’ 1차 회의를 갖고 2009학년도부터 적용될 특목고 입학전형 개선안 기본안을 마련,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목고 입학전형 개선 기본안에 따르면 외고와 과학고, 국제고 등 특목고 입학전형 일정을 지역별로 동일하게 조정하고 특목고 특별·일반 전형을 동시 실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목고와 특성화고 등 전기 선발군 학교 간의 입학 전형 일정도 동일하게 조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외고 입시에서 현재 최소 2.5%(최대 100%)에 그치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실질반영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중학교 3학년 2학기 성적을 입시에 반영토록 해 중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해당 외국어 전공 우수자 선발을 확대토록 권장, 전공과 무관한 교과 지식 중심의 구술면접을 제한하고 학업 및 진로 계획을 반영토록 했다. 해당 전공어 능력 우수자 전형을 확대해 국제관계 전문가를 양성하기로 했다. 2008학년도의 경우 외고 신입생 8063명 중 전공어 우수자 전형은 482명(5.9%)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최근 ‘특목고 체제 개편 방안’등을 마련키 위해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고교교육 혁신 기획단을 설치했으며 16개 시·도교육청별로 고교교육 혁신 기획단을 별도로 구성, 2008년 6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2009학년도 외고 입학전형 개선안은 2008년 2월까지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특목고 설립 취지에 맞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유도해 나가되 이과반 편법 운영 등에 대해선 특목고 지정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교교육 혁신 기획단 2차 회의는 12월 중 열릴 예정이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