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사회)‘교통체증’이 ‘집회시위의 자유’보다 우선인 사회

반대 목소리 틀어막는 정부
인권단체, “집시법 독소조항 개정해야”

  •  

cnbnews 제42호 ⁄ 2007.11.12 16:46:41

2006년 6월 5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미국에서 협상을 벌였던 당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가 미국 측 대표 웬디 커틀러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협상장소를 나섰다. 협상장소 앞에서 시위를 하던 한국의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활동가들은 두 대표 앞에서 드러눕고 길을 막았다. 미국 경찰 관계자가 집회 참가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결국 원정시위대는 스스로 길을 터줬다. 만약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결과는 180도로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 경찰은 ‘불법집회’를 운운하며 집회 참가자들이 두 대표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막았을 것이며,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과 시위대는 끝내 충돌하고 말았을 것이다. ■ 집회와 시위의 자유보다 중요한 교통문제(?)< /b> ‘한미FTA저지, 비정규직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범국민조직위)’가 11일 서울광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대규모 노동자·농민·빈민이 모인 이날 집회는 한미FTA·비정규법·노점상탄압에 대한 참여정부를 향한 ‘성토의 장’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앞서 9일 법무부·행정자치부·노동부·건설교통부 장관 합동담화문을 통해 이날 집회를 ‘도심의 극심한 교통체증과 시민불편’을 이유로 금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대통령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도심에서 대규모로 개최하여 사회적 안정을 저해하며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생활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하는 시위”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불법행위를 야기한 각 단체는 그에 따른 모든 피해와 법질서 문란행위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오지도 않은 좌파정부’의 종식을 위해 출마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나 ‘하지도 않은 불법집회’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마치 한 편의 ‘블랙코미디’와 같다.

■ 4·19, 광주민중항쟁도 불법집회(?)< /b> 범국민조직위는 “정부 담화는 민중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법과 제도를 동원한 폭력으로 가로막겠다는 대국민 협박이자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유린하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밝혔다. 범국민조직위는 “‘교통문제’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으며 집회는 아무런 사회적 영향을 줄 수 없는 한적하고 사람 없는 공터에서 하란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2006년 3월 정부가 발표한 ‘평화적 집회시위 대책안’을 보면, 폭력시위가 연평균 100건에 이르고 부상자도 754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책안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해야 시위의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일부 있다”며 “불법 폭력시위자는 반드시 법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집회와 시위 참가자 일부가 폭력을 쓰면 그 사람을 형사 처벌하면 될 일이다”며 “처음부터 폭력을 쓰겠다는 ‘조폭’같은 시위대는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언론 출판의 자유가 말을 할 수 있는 자들의 자유라면 집회 시위의 자유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자유”라고 말했다. 집회와 시위를 위험과 손해를 일으키는 ‘필요악’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민주주주의를 위해 언제나 보장해야 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 인권단체, 현행 집시법은 독소조항 가득< /b>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불법으로 처벌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이다. 호적법 130조는 ‘출생신고는 출생한 날로부터 1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이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때에는 신고의무자에게 과태료(5만원)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도 ‘출생신고’와 다를 게 없다. 신고를 안 했다고 곧바로 불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집회 허가도 받지 않았으니 불법이지 않나”라고 말한다. 엄연한 신고제를 경찰과 정부가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이유는 개정 집시법에 들어있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집시법 11조 4조 3항은 예외적 허용사유로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바로 이 조항을 이유로 하지도 않은 집회에 대해 ‘우려스러운 집회’라고 단정 짓고 집회를 금지한다. 이밖에도 인권단체들은 현행 집시법의 집회장소나 소음규제에 관한 조항도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박석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평화집회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정부나 경찰의 집회와 시위에 대한 인식 수준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내용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현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