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58만 명의 수험생들이 지난 15일 수능시험을 치르고 그 지긋지긋(?)한 명찰을 떼어냈다. 이번이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일테고, 한편으로는 이번이 시작이며 더 좋은 환경의 대학을 위해 내년을 약속해야 하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수능시험때 오던 ‘한파’가 오질 않았다. 그만큼 모든 수험생들의 가슴에도 따뜻한 결과가 있기를 온 국민이 기원하리라. 수능시험이 있던 15일.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방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이날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주최의 정부 종합청사 후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오늘을 위해 준비한 수많은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 바란다”며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하지만 오늘을 마냥 응원의 날로만 보낼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오늘 하루는 58만 명의 인생이 결정되는 비극적이고, 지극히 비정상적인 날이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수능날 온 사회가 숨죽이며 이 연례행사를 치르는 우리사회도 비정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우리 사회 ‘수능이상현상’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 최 의원은 “최근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입시명문 고등학교, 명문대학교를 향한 입시 전쟁은 이제 사회적 용인 수준을 넘었으며, 이 문제의 해결은 사법적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교육·사회 제도적 수준의 처방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 수험생들은 시험문제의 정답을 맞춰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맞추어야 할 정답은 대학평준화, 학벌주의 해체”라고 피력했다. ■교육대재앙 눈에 선한 MB 정책 그러면서 최 의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보면 교육대재앙이 눈에 선하다”고 꼬집으며 “이명박 후보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면서 사교육을 늘리는 정책을 발표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하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하고, 대학입시를 자율화 시켜서 고교 등급제나 대학별 본고사를 실시하겠다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 鄭 손가락으로 댐 구멍 막겠다는 것 뿐만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도 “입시폐지를 들고 나온 정 후보도 그 동안의 수많은 시행착오의 경험을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대학서열체제, 학벌주의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 내신강화를 통한 입시폐지를 들고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마치 댐의 수압은 점점 높아지는데 손가락으로 댐 구멍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권영길의 대학 평준화 정책은 진정한 대학 발전 꾀하는 것 한편, 권영길 후보의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정책에 대해서 최 의원은 “입시 사교육을 없애고, 진정한 대학의 발전을 꾀하는 방법은 대학평준화 뿐”이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의원은 이어 “어떤 대학이 아니라 어떤 학문을 공부하고자 하는가가 중요해야 한다”며 “사람을 평가할 때도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가 아니라 어떤 능력을 가졌는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의원은 이래야만 불필요하고 기형적인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을 없앨 수 있고, 대학의 교육과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가 외고 폐지에 대한 판단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발표한 바로 그 날. 지난달 29일 한쪽에서는 시험지 유출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 김포외고 시험문제 학원유출 사건으로 인해 교육계는 큰 타격을 입으며 술렁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순영 의원은 “이 사건은 언제든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일이 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지 교육위 소속인 최 의원에게 들어보기로 했다. ■김포 외고 사건은 전체 외고와 사교육산업 사이의 유착의 일부일 뿐 그 동안 외국어고등학교와 사설학원 간의 유착관계에 대한 지적이 수도 없었다. 교육청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설학원 외고 입학설명회에 현직 교장이 버젓이 참여 하는 등의 일이 수없이 많다. 학원가에는 특목고 대비 입시반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고, 중학생들은 특목고 입시에 여전히 새벽별을 보고 있다. 이미 외고가 어학영재교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은 교육부마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고폐지 판단을 다음 정권으로 넘긴 것은 기득권 세력, 사교육 산업의 눈치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전체 외고와 사교육산업 사이의 유착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에 대해서 전면적인 특별 감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이제라도 특목고를 폐지하고 고교 평준화 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MB 교육정책 80:20 교육 양극화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비롯한 기득권 보수 세력은 오히려 자율형 사립학교라는 이름하에 입시명문고를 100개나 더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사교육을 늘리는 정책만 발표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명박 후보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자사고 확대, 대학입시 자율화)은 ‘80대 20의 교육 양극화, 교육 대재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입시사교육을 없애고, 진정한 대학의 발전을 꾀하는 방법은 대학평준화뿐이다. 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학 서열체제를 없애지 않고 입시를 없애겠다는 주장은 댐의 수압은 높아지는데 손가락으로 댐구멍을 막아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육대재앙으로 갈 것인지, 입시폐지·대학평준화를 통한 교육평등과 대학발전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제 우리 사회는 선택해야 한다. <염미화 기자>